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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부회장이 없어서 삼성이 위기라니?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서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법원에 탄원서 제출을 추진 중이다. 협성회라는 삼성전자 협력사협회의 임원단이 주도했다고 한다. 협성회는 ‘철저하게 회원사 자율에 맡긴다’는 메시지를 회원사에게 보냈다지만 1차 협력사들이 자신과 거래하는 2차 협력사에게 탄원서를 취합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니 누가 봐도 ‘동원’이다. 1차 협력사들을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 경영진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들의 탄원 요지는 “삼성의 투자결정이 올스톱돼 미래를 좌우할 핵심기술을 선진 산업국들이 독차지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총수가 구속돼 그룹경영에 차질을 빚고 투자결정이 미뤄져 미래전략이 흔들리게 되면 결국 기업을 넘어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 2월부터지만 삼성전자는 올 해 내내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에 잘해서 올해 성과가 좋다는 주장도 수긍하긴 어렵다. 지금의 반도체 흑자행진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2000년대 후반의 공격적인 시설투자 덕이다. 이 부회장과는 별 관계가 없다. 반면 업계와 언론 등에서 ‘이재용폰’이라며 관심을 보였던 갤럭시 노트7은 연쇄폭발사고로 수조원의 손실을 안겼다.

이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졌을 때 삼성전자는 위기에 자주 봉착했고 그가 감옥에 갇히자 오히려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대규모 장기 투자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 부회장이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놀라운 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현재 감옥에 있는 경영진을 그대로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직원이라도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돼 있다면 사표를 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고 않다. 경영진 공백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주장이 성립한다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볼모로 검찰과 법원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성립한다. 어떤 측면으로도 삼성위기론은 총수 구출을 위해 삼성그룹이 조장하는 여론전에 불과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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