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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알맹이 빠진 개헌 자문위원회 헌법 초안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 및 최저 농산물값 보장에 대한 국가적 의무를 헌법에 명시하자는 운동이 최근 불같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엔 광역 기초 자치단체장 및 종교계 지도자 및 전문가 그룹, 소비자 단체까지 가세하고 있다. 농협이 주도한 ‘농업가치 헌법반영을 위한 서명운동’이 불과 한 달 만에 1,000만 명을 넘었다. 농민회 등을 위시한 농민단체의 자발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과 설훈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 역시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가적 보상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정부와 여당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야당 역시 특별히 반대할 명분과 내용은 없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이하 개헌 자문위)는 11월 30일 아래와 같은 헌법 조문 초안을 공개했다.

제 123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업과 농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함으로써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농어업인의 권익신장을 보장한다.

농지에 대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 121조를 유지하고 123조에 기 명시된 농어업, 중소기업 보호 육성에 대한 국가적 의무에서 농어업을 분리해 공익적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농업이 갖는 태생적 기능으로써 농지활용 및 농업노동이 생태 환경 유지 및 전통문화 계승, 식량주권 수호에 기여하는 측면을 일괄한다. 타 산업과 구별되는 농업의 본질적 측면이며 세계적으로 장려하고 보상한다. 개헌 자문위가 제시한 헌법초안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그러나 농업의 공익적 기능 중 최고의 가치는 식량주권이다. 자주에 속한 개념이기에 국가의 일차적 임무이다. 식량주권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 중 일부라고 퉁치며 넘어갈 개념이 아니다. 헌법 조문에 형식 불문하고 식량주권은 명시되어야 한다.

식량은 지난 100년 동안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무기화 되었다. 식량주권을 틀어쥐지 못한 나라는 식민지가 되거나 경제적으로 예속되었다. 농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생산수단과 사람이다. 농지와 농민이 그 핵심이다. 농지에 대해선 비록 느슨하더라도 경자유전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지만 농민의 사회적 지위 및 역할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합의되어 있지 않으며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노동 재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며 노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면 농민에게 중요한 것은 ‘내년에도 농사짓기 위한 최소한의 가격보장’이다.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농산물 가격에 대한 국가적 개입은 필수다. WTO와 FTA가 걸림돌이면 이것과 싸워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1000만 국민의 생각은 1700만 촛불 민중의 생각과 닮아 있다. 헌법 개정은 적폐 청산의 과정이어야 한다. 농업적폐의 핵심은 개방농정이다. 백남기 선생은 밥쌀수입 반대와 ‘농민도 사람이다’를 외치다 서거했다. 식량주권은 개방농정과 한 자리에 놓일 수 없으며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은 ‘농민은 위대한 국민임을 국가적으로 공인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87년 이후 30년 만에 헌법 개정이다. 향후 30년, 식량주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자주의 시대에 걸 맞는 헌법 개정이 되어야 한다. 식량주권 확립과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은 자주국가를 지향하는 정부의 1차적 의무이며 과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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