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기자수첩] ‘지옥철’ 9호선 맨 앞칸의 기관사 얼굴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역~신논현역) 부분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하차한 승객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역~신논현역) 부분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하차한 승객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뉴시스

"퇴근길에 꽃다발 들고 신논현역에서 9호선 지하철을 타는건 불가능하겠죠?"

한 유명 온라인 게시판에 질문이 올라왔다.

"지하철 내리실 즈음에 꽃은 다 사라졌을 수도..." 댓들이 달렸다. 이후 '지옥철', '헬 게이트' 등 9호선의 붐비는 상황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 댓글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9호선은 대중교통이자 시민들의 발이기 때문이다.

출퇴근길 피곤한 얼굴로 다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우리는 '지옥철'에 몸을 싣는다. 노동자로 가득 찬 지하철 속에 꽃을 들고 탈 수 있기는커녕 숨 쉴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 손님들을 가득 채우고 달리는 기관사들의 사정은 어떨까. 문득 지옥철에 맨 앞칸에 출퇴근하는 기관사들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 어떤 생각을 하세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기관사는 "사실 '전도 주시'라고 해서 앞을 봐야 하지만,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5시간이 넘는 운행 후 퇴근하는 기관사의 눈은 반쯤 감겨있었다. 지하철에서 봤던 승객들처럼 피곤함에 절어있는 얼굴이었다.

9호선의 기관사 인력은 타 기관에 비교하면 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부족한 인력 탓에 1~8호선의 기관사들보다 평균 3~4일을 더 운전한다. 9호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은 인력부족 등으로 매번 지옥의 터널을 통과해오고 있었다.

잠을 줄이고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가 경제생활을 하는 최고의 목적은 딸들과 아내와 행복하게 살자는 거였는데, 어느 순간 별 것도 아닌 거로 가족들한테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거예요. 전 놀라웠고,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리치료도 받아보고 그랬는데 원인은 잠이더라고요."

'잠 자는 아빠'가 돼 버렸다고 말하는 기관사는 밤늦게 근무가 끝나면 가족들이 깰까봐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자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에서부터 부부가 각방 쓰거나, 공동육아를 할 수 없는 가정의 현실들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관사 중에는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친구들도 다 떠나가더라고요. 남는 게 가족밖에 없어요."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장기간의 운행과 낮과 밤이 뒤바뀐 업무로 인해 기관사의 노동은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갉아먹었다.

"인원충원이 돼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 죽어요. 운전하는 사람도 죽고, 차를 타를 승객도 죽습니다"라고 울며 호소하던 기관사의 얼굴에 '살려고 일하는데, 일하다가 죽을 거 같다'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9호선운영노조의 노동자의 노동 생존권 및 안전 인력 확보를 위한 1차 파업은 끝이 났지만, 승객들의 지옥철의 출퇴근길이 멈춘 것은 아니다. 노조와 사측간의 인원충원 등이 해결되지 않았고, 민영화의 적폐를 여실히 보여준 9호선의 문제들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발이 닿는 그곳이 더이상 지옥으로 변하지 않도록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탈 수 있는 지하철로 바뀔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양아라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