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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등 뒤에 선 아랍의 새로운 친미세력들
가자지구에 모인 팔레스타인인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수도에 대한 정책 변경에 항의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12.6
가자지구에 모인 팔레스타인인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수도에 대한 정책 변경에 항의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12.6ⓒAP/뉴시스

편집자주/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의 이전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이 발표는 중동에서 큰 회오리를 불러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중동전문지인 미들이스트아이의 편집장이 쓴 칼럼을 소개한다. 그는 트럼프 정부와 함께 출현한 아랍 세계의 새로운 분열을 지적하면서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임을 우려했다. 원문은 Axis of Arab autocrats standing behind Donald Trum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드디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예루살렘 계획을 공개했다. 트럼프의 발표로 미국은 더 이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협정 체결을 중재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더 이상 “중립성”도 없다. 예루살렘이 없다면 ‘(이스라엘과 공존할) 팔레스타인 국가’도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국가가 없으면, 팔레스타인 민중이 다시 한 번 봉기를 일으키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예루살렘만큼 강렬한 상징이 없이는 파타(Fatah)당의 마흐무드 압바스와 하마스(Hamas)의 이스마일 하니예처럼 서로를 본능적으로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통합시킬 수 없다. 예루살렘만이 이스라엘의 모든 실제적이고 동시에 은유적인 ‘교도소’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인과 곳곳에서 망명 중인 팔레스타인인, 1948년 당시의 팔레스타인인들(the Palestinians), 가자 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 난민촌과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단결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오직 예루살렘만이 전 세계 수십억 무슬림의 가슴을 때릴 수 있다.

트럼프의 우군은 누구인가

트럼프도 곧 알게 되겠지만, 상징의 힘은 대단하다. 상징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곤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혼자 움직인 건 아니다. 트럼프가 어떤 부류의 미국내 지지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그것이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중동 지역에서 자신을 지지해 줄 세력이 없었다면 트럼프는 이번 발표를 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그의 소속당인 리쿠드당의 지지와 유대가정당(Jewish Home) 소속인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는 지겨울 정도로 당연한 상수다.

이국적이고 귀가 솔깃할 정도로 새로운 트럼프의 지지 세력은 따로 있다. 바로 걸프만 지역의 아랍(Gulf Arab) 슈퍼 악동들이다. 젊고 겸손하며 낭만적인 표정으로 셀카를 찍어대고 겁 없이 시비를 걸며 때로는 쿠데타를 일으키는 이들 말이다.

이들은 트럼프 정권 아래서 돈이 많은 만큼 지정학적 야망도 큰 “아랍 독재자들의 축(an axis of Arab autocrats)”을 구성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조각조각난 팔레스타인 국가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전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이들은 (최소한 자기네 생각으로는) 서구 자유주의의 립글로스를 바른 근대 경찰 국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아랍 슈퍼 악동들 모두 (오랫동안 적대해왔던) 이스라엘의 리쿠드 당을 자신들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로,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은밀한 대화상대로 간주한다.

이들의 사전에는 생각, 성찰, 협력, 협의, 합의란 단어가 없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뒤로 미뤄져야 하고 표현의 자유는 통제 대상이다. 그리고 아랍인들은 그저 매수 대상일 뿐이다.

이것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살만이 병든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위협해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은 이유다.

뉴욕타임즈가 여러 정보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압바스에게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권리를 포기하던가, 아니면 이를 포기할 새로운 지도자에게 자리를 내주라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이때 빈살만 왕세자가 압바스 대통령에게 직접 돈을 줄 수 있다고 제안을 했고 압바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고 몇몇 관료들이 전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

빈살만 왕세자의 협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빈살만 왕세자의 협박 뒤에는 팔레스타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온 일련의 사우디 논객들과 언론인들이 있다.

사우디의 소설가이자 논객인 투르키 알하마드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렇게 트윗했다.

“팔레스타인인들 자신들이 포기했는데 내가 왜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야 하는가? 아랍 국가들은 더 이상 팔레스타인을 주된 대의명분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썼다.
“내가 예루살렘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신념을 버린 이상, 팔레스타인이 더 이상 아랍 국가들의 제1의 대의가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나에게는 개발, 자유, 과거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우리 나라 자체의 목표가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하자면, 그 집(팔레스타인)에는 거주자(팔레스타인인)들이 그 집을 버렸을 경우 그 집을 지켜줄 신(하나님)이 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1948년부터 팔레스타인 때문에 고통을 당했다. 팔레스타인을 명분으로 쿠데타들이 일어났고, 팔레스타인을 핑계로 개발은 뒤로 미뤄졌으며,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유가 억눌려졌다. 솔직히 말해 팔레스타인이 원상회복 되더라도 그냥 전통적인 아랍 국가 하나가 더 생기는 것 밖에 더 되는가. 그러니 이제 사기극을 끝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노인들보다 젊은이들이 앞장서 싸웠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지지를 받아온 팔레스타인은 그리 했는가? 그렇지 않았다. 자기 국민이 제일 먼저 저버린 대의를 나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얘기를 하는 사우디인들이 많다.

경제분석가인 함자 무하마드 알살림은 이런 트윗을 썼다.

“평화로운 관계가 정착되면 이스라엘은 사우디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가 될 것이다”.

또 사드 알파잔은 이렇게 썼다:“나는 유대인을 변호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인 한 명을 죽인 유대인을 댈 때마다 나는 폭발물을 몸에 장착해 천 명의 같은 동족을 죽인 사우디인 천 명의 이름을 댈 수 있다”.

알 아라비야 TV 채널의 전임 이사였던 압둘 알라흐만 알라시드의 의견도 비슷하다.

“이제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재검토할 때다”.

무하메드 알셰이크는 한 발 더 나간다.

“팔레스타인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슬람주의자가 당신에게 지하드를 호소하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어라”

까딱 잘못하면 트윗 하나 때문에 3년간 감옥살이를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이런 트윗이 즉흥적으로 나왔을 리 없다. 이런 트윗은 트럼프의 발표 전에 분위기를 잡아주는 배경 음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정책은 수십년간의 미국 및 국제사회의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다. 2017.12.6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정책은 수십년간의 미국 및 국제사회의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다. 2017.12.6ⓒAP/뉴시스

이제 아랍은 하나가 아니다. 하지만 두고 보라

이것이 트럼프를 뒷받침해 주는 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와 바레인의 왕세자들과 실질적 통치자들 말이다.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 UAE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자예드, 그리고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모두 개인적으로 트럼프에 의존한다.

트럼프의 허락 없이는 카타르의 봉쇄도, 레바논의 사드 하리리 총리에 대한 하야 압력도, 걸프협력회의(GCC)의 와해도, 그리고 사우디와 UAE와의 군사적-경제적 동맹 구축도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근대화와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사우디 국가의 기둥을 부수고 자기 사촌들의 재산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도 트럼프의 용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트럼프가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선언하고, 무슬림에 대한 영국 파시스트들의 악의에 찬 트윗들을 리트윗하는 것을 용인했다.

아랍의 슈퍼 악동들이 가져온 혼란 때문에 이들과 미국의 또 친미 세력과의 간극이 넓어졌다. 요르단의 압둘라 왕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 모두 미국에게 트럼프의 예루살렘 발표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려고 노력했다. 이 둘은 자신이 구석에 몰려 운신의 폭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터키는 요르단 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단교할 때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터키는 현재 57개 회원국을 자랑하는 이슬람 협력 기구의 의장국이다.

민족주의자들도 여기에 동조한다. 터키의 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의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결정으로 미국이 “역사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예루살렘 음모는 우리가 신성시하는 모든 것을 찌르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단검”이라 맹비난했다.

트럼프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세 번째 그룹은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와 헤즈볼라다.

이들은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란에게 트럼프의 발표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악화된 수니파 단체들,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예루살렘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가 너희 편이야”라고 다시 한번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네 번째 그룹은 트럼프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빈자예드 아랍에미리트 왕세자가 절대로 다가설 수 없는 집단이다. 바로 팔레스타인인들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역사적으로 고립됐을 때 가장 강력했다. 팔레스타인 민족의 민중봉기였던 제1차 인티파다(1987~94년)와 제2차 인타파다(2000) 때도 그랬고,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입구의 장벽을 철거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었을 때도 그랬다.

민족주의자든 세속주의자든, 무슬림이든 기독교 신자든, 팔레스타인인이라면 그 누구도 수도로서 예루살렘을 뺏긴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는 몇 일 후, 몇 주 후이면 드러날 것이다.

예루살렘에는 예루살렘에 거주하고는 있지만 이스라엘의 수도로 다시 태어난 예루살렘에서 배제된 30만 명이 있다. 트럼프는 이들의 한복판에 수류탄을 던진 격이다.

8일이면 제1차 인티파다 30주년이다. 그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부동산”이었던 예루살렘의 벽이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성조기의 색깔로 물들 때,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고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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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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