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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스님의 눈으로 본 기독교의 진리, 영화 ‘산상수훈’
영화 ‘산상수훈’
영화 ‘산상수훈’ⓒ스틸컷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표준새번역 마태목음 5징3절)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예수가 제자와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가르침을 주었다며 ‘마음이 가난한 사람’(마태복음) 또는 ‘가난한 사람’(누가복음)은 복이 있다는 말씀으로 시작하는 팔복에 관한 이야기 등 우리가 흔히 8복이라고 부르는 메시지와 함께 예수의 설교를 전하고 있다. 마태복음은 산위에 올라 말씀을 전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반면에 누가복음은 산에 올랐다가 내려와 말씀을 전한 것으로 조금은 차이가 있지만 핵심적인 메시지는 비슷하다. 이 예수의 설교를 우리는 마태복음의 증언을 따라 ‘산상수훈’(山上垂訓)이라 부른다.

대해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로 관심을 모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산상수훈’은 이 예수의 산상수훈 가운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가장 첫 구절을 두고 도윤을 비롯한 8명의 신학대학원생들이 동굴에 모여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들은 동굴에서 천국, 선악과, 예수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하나님 등 성서가 말하는 핵심 교훈들과 관련한 여러 질문을 던진다. 천국은 과연 죽어서 가는 것이고, 또 내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묻는다. 성서가 말하는 선악과는 과연 무엇인지 하나님은 선악과를 만들고 왜 굳이 먹지 못하게 한 것인지, 예수님은 과연 누구인지,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이 하나라고 하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건 무엇인지, 하나님을 위해 인간이 있는 것인지, 인간을 위해 하나님이 있는 것인지, 종교의 의미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영화 ‘산상수훈’
영화 ‘산상수훈’ⓒ스킬컷

이런 질문들은 기독교 신자라면 누구나 가졌을 법한 질문들이고, 또는 믿기는 했지만 이성으론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했을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해도 기독교에 아는 이들이라면 의문을 품었을 법한 질문들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을 성서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구절들을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답게 불교가 말하는 불이(不二)사상을 바탕으로 성서의 가르침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서로 다른 것 다른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하나라는 ‘이이불이(二而不二 둘이면서 둘이 아니다)’의 눈으로 하나님과 인간이 결국은 하나임을 풀어내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아울러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풀어낸 선악과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을, 다른 이들을 선악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임을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는 산상수훈에 등장하는 예수의 말씀을 통해 풀어낸 것도 흥미롭다. 이를 통해 종교의 이름으로 평화를 깨고, 다른 종교를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이 영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신학대학생들이 학교 과제를 위해 동굴에서 모여 논의를 하는 설정이지만 실제 신학대학원생들이 했을 법한 성서적 고민의 수준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었다.

또 종교가 구체적인 역사와 현실과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8명의 학생들의 구체적인 처지와 지나온 삶과 오늘의 시간들이 보이지 않으면서 너무 관념적으로 흐른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8명의 학생들이 하는 종교적 진리를 탐구하는 토론에 관객이 초대받은 자리라는 느낌으로 시작한 영화 초반 에 비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도빈이라는 설교자에게 강의를 듣는 7명의 학생과 함께하는 청중이 된 것처럼 여겨졌다.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을 감안하면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아닌 일방적인 설교에 가까운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이 영화는 종교를 넘어서 다른 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시각이 종교간 대화와 평화가 절실한 오늘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의미 있다. 기독교인 또는 종교를 가진 이, 영성과 관련한 고민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가 소중한 영적 고민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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