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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파벌적 이기주의 노골화한 트럼프의 중동 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예루살렘은 유엔에 의해 1947년부터 독립적인 국제보호구역이었다.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봉기를 일으켜 국가를 건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의는 지켜졌다.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침공해 점령했고 1980년에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분리될 수 없는 영원한 수도”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국제사회의 합의는 여전하며, 오히려 과제로 남은 것은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어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취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1995년 미 의회가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통과시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1999년 5월 이전까지 미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했고, 매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대통령들이 이를 공약으로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를 집행한 대통령은 없었다. 이 문제가 그만큼 위험한 중동의 뇌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지역의 평화보다 미국 내에서 자신의 파벌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 이행이나 법 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자신도 대통령 취임 이후 예루살렘 대사관법의 집행을 한 차례 유예한 적이 있다. 더구나 미국이 그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고,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관련 협상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러시아 스캔들과 국내 정책에서 상처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지지층을 결속하기 위해 감행한 도박으로도 보인다.

이슬람 국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정부수반은 “개탄스럽고 수용 불가능한 조처”라고 비난했고,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왕실 성명을 통해 “부당하고 무책임한 움직임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이란은 미국이 “새로운 ‘인티파다’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터키와 인도네시아까지 한 목소리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사정은 서방의 동맹국들도 다르지 않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각국 정상들은 각각 성명을 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공감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8일은 1987년 발생한 1차 인티파다 3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또 다시 혼란과 희생을 가져올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국제사회를 이끌 리더의 자격이 없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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