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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근혜 정권에 정면으로 맞섰던 선생님이 민주당 점거농성 하는 이유
지난 18일 여당 당사 중심부인 당대표실에서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8일 여당 당사 중심부인 당대표실에서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민주노총

지난 18일 여당 당사 중심부인 당대표실에서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이승철 조직쟁의실장,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과 함께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집행부 임기가 열흘 남은 시점에서 단식농성이다.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과 ‘구속노동자 석방 및 정치수배 해제’를 구호로 내걸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지 않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처음에는 일부 농성물품만큼은 허용해주겠다고 했으나, 기자회견 이후 농성장 물품뿐만 아니라 언론의 취재방문까지 차단하며 논란이 됐다. 당 차원에서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야당은 “생떼”라고 비난을 쏟아 부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의 부당함에 맞섰던 총궐기와 총파업을 단순히 “불법 폭력시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영주 사무총장의 요구는 ‘촛불 청구서’를 달라는 말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잘못된 이해다.

19일 오전 10시30분께 그를 만나기 위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를 찾았다.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외부인에 대한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경찰은 기자를 포함한 모든 외부 사람들에게 “무슨 일로 오셨나”라고 물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취재를 위해 왔다는 기자는 출입을 통제했다. “점거 중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게 민주당 공보실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해야만 했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과 이승철 조직쟁의실장,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은 18일 오전 9시경 여의도 민주당사 9층 당대표실에서 구속노동자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시작했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과 이승철 조직쟁의실장,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은 18일 오전 9시경 여의도 민주당사 9층 당대표실에서 구속노동자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시작했다.ⓒ민주노총 제공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실현’ 어디쯤 왔나?

인터뷰에서 그는 단식농성의 일차적인 목표에 대해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는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기 위한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수당 제도를 폐기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이 개정안에는 그동안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주68시간까지 허용했던 법정노동시간을 주52시간으로 바로잡자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이조차 “2021년 7월까지 단계적 시행”이라는 단서조항을 걸어 “노동법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해당 법안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근로기준법이라고 하는 단순 법안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존중 실현’이라는 정부여당의 정책기조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살펴봐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가 무엇인지 여당인 민주당에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사 당대표실을 농성장을 선택한 이유도 또한 여당 차원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적어도 촛불에서 나왔던 역사적 요구가 무엇인지 민주당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실천을 약속해야 할 시기”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촛불시민들의 요구로 정권이 교체됐어요. 촛불광장의 요구를 정부여당이 최대한 담아 안아야 하는 이유에요. 민주당은 기존의 민주당 지지기반뿐만 아니라 촛불광장에서 함께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좀 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당의 정책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쌍차범국민대회 당시 나란히 함께 걷고 있는 한상균과 이영주, 최종진
쌍차범국민대회 당시 나란히 함께 걷고 있는 한상균과 이영주, 최종진ⓒ이영주 사무총장 페이스북

“한상균 위원장 석방”
“정치수배 해제”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과 함께 내걸었던 구호 ‘한상균 위원장 등 구속노동자 석방’, ‘정치수배 해제’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구호였다.

“구속과 수배는 박근혜 정부 때의 탄압이었어요.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정부는 말하고 있고, 촛불에서도 외쳤던 것이 사회정의입니다. 이런 점에서 총파업과 총궐기, 촛불은 적폐와 맞섰던 투쟁이지 비판받거나 범죄화 할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정확한 입장을 갖고 제시할 수 있어야 앞으로 남은 적폐청산도 가능하리라 보고 있어요.”

다만 그는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과 저의 수배해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본다”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보단 “앞으로의 적폐청산을 위해서 민주당도 정확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적폐정권의 피해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게 촛불광장에서 만들어진 민주주의와 정의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민주당이 정확한 입장을 갖고 제시할 수 있어야 앞으로 남은 적폐청산도 가능하리라 보고 있어요.”

2015년 9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박근혜의 꼭두각시 노사정야합 조인식 저지 및 대표자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2015년 9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박근혜의 꼭두각시 노사정야합 조인식 저지 및 대표자 투쟁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뉴시스

열흘 남은 임기
다가오는 수배생활의 끝

이영주 사무총장의 본 직업은 학교 선생님이다. 하지만 이조차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탄압 과정에서 해고교사가 됐다. 집행부 임기가 끝난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사무총장은 “임기가 끝나고 이곳 상황이 정리가 되면 자동적으로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2년 동안 수배생활을 이어왔다. 경찰에 출두해 구속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영주 사무총장까지 자리를 비운다면 민주노총 집행부의 손발이 완전히 묶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민주노총 집행부와 이영주 사무총장은 수배생활을 선택했다.

그에게 2년의 수배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가족을 앞에 두고도 마음 것 얼굴보기도 힘들었고, 형무소보다 작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여름과 겨울에는 모든 직원들이 퇴근하고 냉난방 시설이 꺼진 사무실에 혼자 남아 열대야·추위와 싸워야만 했다. 그런 그가 임기 마지막 열흘에 앞두고 선택한 일정은 난방조차 없는 민주당 당사 단식농성이었다. 단식농성에 나서는 그의 마음에는 부족했던 집행부의 공백을 채워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기본적으로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이렇게 3인 지도부 체계에요. 그런데 3명 중 2명의 손발이 묶였습니다. 더군다나 위원장은 구속된 상황입니다. 저도 사무실 안에서 사업전반을 판단하고 조직화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어요. 박근혜 정권이 민주노총을 탄압하기 위한 가장 최강수를 쓴 거였어요. 그렇다보니 공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채워주신 게 조합원들이에요. 현장 조합원들이 끊임없이 자발적으로 앞서주며 부족한 지점을 채워줬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관련기사:수배중인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단식농성 돌입 “구속노동자 전원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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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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