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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17 올해의 음반 이야기
강태구 정규 1집 ‘Bleu’
강태구 정규 1집 ‘Bleu’ⓒ강태구

3호선 버터플라이 ‘Divided By Zero’, 가을방학 ‘마음집’, 강태구 ‘Bleu’, 검정치마 ‘Team Baby’, 국카스텐 ‘Stranger’, 김목인 ‘콜라보 씨의 일일’, 김오키 ‘Fuckingmadness’, 끝없는 잔향속에서 우리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나윤선 ‘She Moves On’, 더 블랙 언더그라운드 ‘The Darkwave Disco’, 노선택과 소울소스 ‘Back When Tiger Smoked’, 도재명 ‘토성의 영향 아래’, 디어 클라우드 ‘My Dear, My Lover’, 라드 뮤지엄 ‘Scene’, 락드 온 ‘Phase 1 The Beginning’, 러브엑스테레오 ‘37B’, 레인보우99 ‘Europe’, 로다운30 ‘B’, 바세린 ‘Memoirs Of The War’, 비니셔스 ‘사이’, 써니 킴&벤 몬더 ‘The Dream Of The Earth’, 새소년 ‘여름깃’, 소마 ‘The Letter’, 송은지 ‘Songs For An Afterlife’, 스카웨이커스 ‘The Great Dictator’, 신명섭 그룹 ‘Circular Dilemma’,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아도이 ‘Catnip’, 어비스 ‘Recrowned’, 언니네 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이그니토 ‘Gaia’, 이디오테잎 ‘Dystopian’, 이지연 ‘Feather, Dream Pop’, 전자양 ‘던전’, 정밀아 ‘은하수’, 조윤성&마리아킴 ‘l'm Old Fashioned’, 존 아파치 ‘John Apache’, 준삼 ‘A Door’, 제희 퀸텟 ‘Warp Drive’, 차붐 ‘Sour’, 최고은 ‘Nomad Syndrome’, 코드쿤스트 ‘Muggle’s Mansion’, 크림빌라 ‘Creamtopia’, 키스누 ‘Overpaint’, 턴포아워 ‘Silence In Face Of Injustice Is A Crime’, 테림 ‘Ode To Te’, 태민 ‘Move’, 태연 ‘My Voice’, 팎 ‘살풀이’, 혁오 ‘23’, 화나 ‘Fanaconda’, 황호규 ‘Straight, No Chaser’까지 총 52장이다. 이 음반들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발표된 국내 음반들 중에서 더 인상적으로 들었던 음반들이다.

이 음반들 말고도 좋았던 음반들은 많다. 단지 내게 조금 못 미쳤을 뿐이다. 듣는 이들에 따라 마음을 빼앗긴 다른 음반들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사실 어떤 음반이 빠지고 들어갔는지가 아주 중요하지는 않다. 내가 채우지 못한 리스트는 다른 누군가가 채우면 된다. 누구나 자기만의 리스트를 만들 수 있으면 족하다.

3호선 버터플라이
3호선 버터플라이ⓒ오름 엔터테인먼트

다양성이 넘쳤던 2017 한국 대중음악 시장

다만 올 한 해 여러 음반을 듣고 감응하면서 늘 느끼는 점은 동시대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얼마나 다채로운가 하는 점이다. 대중음악은 대개 장르와 신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돌 음악 신과 인디 신이 있고, 일렉트로닉과 팝과 힙합이 인기이다. 그래서 여전히 아이돌이 대세라거나 이제는 힙합이 대세라는 말을 하게 된다. 맞다. 어디에나 유행이 있고, 대세가 있다. 그러나 세상에 오직 유행과 대세를 따르는 음악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한국대중음악 시장은 오래 전부터 많은 장르의 음악들이 공존하는 다양성 넘치는 시장이 되었다.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물론 모든 장르가 균등하게 흥하지는 않는다. 더 북적거리는 장르가 있고, 덜 북적거리는 장르가 있다. 그러나 덜 북적거리는 장르에서도 좋은 음반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어떤 자생성에 이르렀다. 바로 이 음반들이 그 증거이다.

가령 이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메탈&하드코어 장르에서도 바세린, 턴포아워, 어비스를 비롯한 여러 밴드들이 부정할 수 없는 수작들을 내놓았다. 이 장르의 경우 공연을 보는 이들이 많지 않고, 설 수 있는 무대 역시 적다. 그러나 희소성과 예술성은 완전히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음반을 듣고 감탄하지만 말고, 이러한 음반의 성취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뮤지션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 좋은 음악을 창출할 수 있는 토대와 경로는 충분한지, 좋은 음악이 우리에게 쉽고 빠르게 다가올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이외에 다른 음악에도 기웃거리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안고 음악을 듣는다면 음악이 조금은 다르게 들리지 않을까. 음악은 창작자가 만드는 것이지만, 창작자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함께 만들기 때문이다.

혁오(HYUKOH)
혁오(HYUKOH)ⓒ두루두루amc

전통적인 방법론을 지킨 음반과 새로운 사운드를 보여준 음반들

물론 저 많은 음반들 가운데 유독 마음을 흔들었던 음반이 없을 리 없다. 내게는 강태구의 ‘Bleu’와 혁오의 ‘23’이 그랬다. 두 음반은 인기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고, 태도도 다르다. 하지만 이 두 장의 음반은 똑같이 음반을 만든 뮤지션의 작품집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음반이다.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찍고,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 마케팅을 하는지를 따져보지 않아도 감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품집이다. 이 음반들은 모두 어떤 깊이를 드러낸다. 강태구의 ‘Bleu’가 일상을 오래도록 깊이 지켜보고 파고들어간 기록이라면, 혁오의 ‘23’은 자신이 통과하고 있는 시간과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음반이다. 이를 일러 성찰이라도 불러도 좋고, 천착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즉물적으로 불타오르는 음악이 가치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역시 가치가 있고 소중하지만 예술작품에 깃들어야 하는 것은 단지 발산만이 아니라 축적과 질문이다. 이 두 장의 음반은 스스로 지켜보고 묻고 담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없는 누적의 결과물이다. 강태구와 혁오는 각자가 구사해왔던 방법론의 미덕을 크게 뒤흔들지 않으면서 더욱 유려하고 묵직한 표현으로 자신들의 깊이를 웅변했다. 이 두 장의 음반은 음악이 상품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예술작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는 음악가들의 음반이었다.

그런데 2017년을 대표할 수 있는 음반들 중에서 장르의 전통적인 방법론을 지키는 음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방법론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보여주는 음반들이 있는데, 그 중 대표작이 바로 새소년의 음반이다. 새소년의 음반은 장르를 혼종해 차이와 개성을 만들어나가는 최근 국내외 화제작들과 맥락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금의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뜨거운 작품이자 문제작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음반이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마음이 움직일 때는 감동을 받거나 새로운 방법론에 놀라움을 느끼는 경우인데, 새소년은 보편적이고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는 멜로디와 진득한 호흡에 여러 장르를 혼재해 만들어놓은 사운드의 미묘한 충돌이 스스로 운동성을 만들며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 좋은 음악은 스스로 움직이며 다른 차원을 만들어낸다. 문득 떠오르는 오래된 명언, 좋은 음반은 스스로 하나의 장르라는 누군가의 말은 새소년의 음반에 와서 부활한다.

새소년
새소년ⓒ붕가붕가레코드

좋은 음악은 장르의 방법론 안에서 완벽해지려는 시도이거나, 장르의 방법론을 확장하거나 탈주하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내가 꼽은 음반들 역시 둘 가운데 하나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3호선 버터플라이, 김목인, 김오키, 송은지, 새소년, 최고은의 음악에서는 유독 후자의 역동성이 좀 더 도드라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음악들이 담지한 소리의 표현을 통해 우리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음악에 비친 오늘을 확인한다. 전통과 새로움이 얽혀 만들어지는 역동. 그 역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스로 충돌하고 그 고통을 기록해낸 모든 뮤지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제 저무는 연말, 부디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기를. 그리하여 내년에도 우리 함께 버틸 수 있기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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