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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83년생 김민섭’과 ‘93년생 김민섭’이 만든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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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김민섭’이라는 사람이 있다. 길을 걷다 ‘김민섭’하고 소리치면 한 두 사람쯤은 고개를 돌릴 것만 같을 정도로 흔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렇게 평범하고 흔한 이름을 가진 김민섭씨가 최근 SNS에서 벌인 ‘김민섭 찾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다.

‘김민섭 찾기’는 얼마 전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프로젝트 중 하나다. 간단히 설명하면 83년생 김민섭씨가 자신과 동일한 이름(영어 철자까지)을 가진 동명이인 93년생 김민섭씨를 찾아 자신의 이름으로 된 해외여행 항공편을 양도한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간 ‘김민섭 찾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벤트가 됐다. 관심을 넘어 공감을 이끌어 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김민섭 찾기’의 주인공 김민섭 작가
‘김민섭 찾기’의 주인공 김민섭 작가ⓒ김민섭 제공

지난 15일 오후 2시 ‘김민섭 찾기’의 주인공 김민섭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시 마포구 망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한 카페를 찾았다. 일정이 꼬여 약속 시간에 조금 늦겠다는 연락을 미리 받았던 터라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여유 있게 김민섭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카페 출입문을 바라보며 30분쯤 지났을까. 한 남성이 카페에 들어왔다.

살짝 처진 눈꼬리와 안경, 파란색 니트에 빨간색 점퍼, 마르지도 뚱뚱하지 않은 체형까지. 첫 만남이었지만 어디서 본 듯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평범하다'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릴만한 김민섭씨였다.

너무 평범해서 싫었던 이름 ‘김민섭’...
처음으로 평범해서 고마웠다

“원래 대학에서 일하며 논문을 쓰고 ‘시간강사일’을 했었죠. 그러다 2년 전 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쓰고 난 후 학교를 그만두고 작가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대학교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다룬 책이었는데, 아주 많이 팔린 건 아니지만 대학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한 책이었죠.”

사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직업은 작가. 첫 작품은 열악한 시간강사의 삶을 고발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하기 힘든 그의 생각과 행동은 평범한 이름과 외모에도 그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런데 작가인 그가 갑자기 ‘김민섭 찾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왜일까.

“처음 ‘김민섭 찾기’를 하게 된 이유는 억울해서였어요.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고 2박3일짜리 ‘땡처리’ 항공권을 찾아 예매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가게 됐죠. 항공권이 7만8천원 정도에 수수료 포함 10만8천원이었는데 환불하려면 수수료를 80%정도를 내고 1만 8천원밖에 안돌려준다는 거예요. 너무 억울해서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작가이기에 앞서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김 작가는 한 살배기인 둘째 아이의 수술이 갑자기 잡히면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병원 진료를 받은 아이가 선천적으로 시력이 좋지 않아 꼭 수술을 해야 했던 것이다.

김민섭 작가가 예매했던 비행기 티켓
김민섭 작가가 예매했던 비행기 티켓ⓒ김민섭 제공

“여행사로부터 제가 산 항공권을 양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성별이 같아야 하고, 이름도 똑같아야 하죠. 여권의 영어 철자까지. 전 원래 제가 가진 흔한 이름이 별로 싫었는데, 갑자기 고마워지더라고요. 이렇게 흔한 이름으로 태어난 게 이런 이유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항공권 양도를 결심한 그가 제일 처음한 일은 바로 페이스북에 자신과 영어 철자까지 동일한 ‘김민섭’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워낙 흔한 이름인 탓에 김 작가는 다음날 아침쯤이면 2~3명의 ‘김민섭’들의 메시지를 받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착각이었죠. 근데 반응은 뜨거웠어요. 순식간에 수백 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공유하는 사람도 많았죠.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김민섭’을 태그하기 시작했어요.”

평범하고 흔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항공권 양도를 위한 모든 조건에 부합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름은 같았지만 영어 철자가 다른 경우도 많았고, 이름과 영어철자까지 동일하지만 정해진 항공권 일정에 맞춰 여행을 갈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3일이 지나서야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김민섭씨를 찾을 수 있었다.

평범한 김민섭이 만들어낸 ‘공감’
‘숙박비’에 ‘교통패스’까지... 도움의 손길 이어져

“그렇게 찾은 사람이 바로 93년생 김민섭씨죠. 올해 25살인 그는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인데, 졸업전시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일을 하는 중이었어요. 당연히 일 때문에 여행을 생각할 수 없었죠. 그런데 또 다른 우연이 이어졌어요.”

93년생 김민섭씨는 원래 본인이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졸업전시회 준비를 위해 일을 하는 그에게 평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93년생 김민섭씨가 처음에 자긴 못 간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죠. 출근해야 하는 날짜여서... 근데 우연히 93년생 김민섭씨가 회사 대표님이랑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김민섭 찾기’에 대해 얘기를 했다더라고요. 신기하게도 그 얘기를 들은 대표가 ‘재밌어 보인다. 그럼 갔다와’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극적으로 93년생 김민섭씨가 후쿠오카를 가기로 정해져고, 그런 상황들을 많은 사람들은 SNS를 통해 지켜봤다. 그때부터였다. 많은 사람들은 평범한 93년생 김민섭을 돕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들
김민섭 작가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들ⓒsns 캡쳐

“처음엔 제 항공권을 양도하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기 시작했죠. ‘숙박비를 지원하고 싶다’는 사람과 ‘일본 교통패스가 있다’며 등기로 보내주겠다는 사람, ‘일본에서 쓸 포켓와이파이’를 보내주겠다는 사람까지...”

더욱 놀라운 사실은 93년생 김민섭씨를 돕고 싶다고 나선 사람들 대부분이 굉장히 정중했다는 것이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입장에서 선심 쓰듯 말할 수도 있었지만 후원을 자청한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중하다 못해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결국 정중히 거절했지만 ‘숙박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후원자 역시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결례가 될까 우려했다. 포켓와이파이 임대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후원자는 자칫 회사 홍보로 오해 받게 될까봐 손수 회사로고 지운 포켓와이파이를 보내왔다.

“따뜻한 연대는 전염성이 강한 것 같아요. 이름만 같을 뿐이지만 저도 93년생 김민섭씨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인 김민섭이 잘되면 왠지 우리도 잘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문득 93년생 김민섭씨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졌어요.”

93년생 김민섭씨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참하고 있을 때쯤, SNS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본 ‘카카오’에서 연락이 왔다. 동화 같은 이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보자며 스토리펀딩을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김민섭 찾기’는 ‘스토리펀딩’으로 이어졌다.

“스토리펀딩 3일만에 260만원이 모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93년생 김민섭씨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죠. 가정형편이 아주 어렵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93년생 김민섭씨의 모습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었기에 더욱 공감해주고 응원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공항에서 처음 만난 김민섭 작가와 93년생 김민섭씨
공항에서 처음 만난 김민섭 작가와 93년생 김민섭씨ⓒ김민섭 제공

‘평범한 김민섭’에서 ‘특별한 김민섭’이 되다

사실 김 작가가 93년생 김민섭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 5일 여행을 떠나던 날 오전 공항에서였다. 그전까지는 SNS와 전화통화, 메시지 정도만 주고받는 정도였다. 그런 그가 진심으로 93년생 김민섭씨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응원해 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학교를 그만두고 나올 때 주변의 많은 동료들과 지인들이 ‘네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어요. 처음엔 그 말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잘 알지 못했죠. 그런데 93년생 김민섭씨를 만나면서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만약 제가 그분들에게 받은 응원이 없었다면 아마도 전 위약금 내고 남은 돈을 돌려받아 밥 한 끼 먹고 말았을 꺼예요(웃음).”

첫 만남이었지만 작가 김민섭과 93년생 김민섭은 묘하게 닮은 모습이었다. 실제 이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두 명의 김민섭’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평범한 모습에 이름까지 같은 이들도 아마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제가 공항을 찾은 건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인 돈을 직접 전해주기 위해서였어요. 이런 말 하면 좀 웃긴데... 딱 생각한 것처럼 생겼더라고요. 김민섭처럼요. 그래서인지 더 공감되는 느낌이었죠. 출국 전에 잠깐 카페에서 얘기를 나눴는데 93년생 김민섭씨도 ‘김민섭 찾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두 김민섭은 이제 자신들이 ‘평범한 김민섭’에서 ‘특별한 김민섭’이 됐다고 말한다. SNS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유명해졌다는 말이 아니다. 둘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과 응원을 받은 특별한 사람이 됐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을 예정이다.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더 잘 살아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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