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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세상으로] 우리가 바라는 유치원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11월이 되면 유치원 교사들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내년 입학을 위한 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갈 것인지, 유치원을 갈 것인지, 교육 과정만 참여할지, 늦게까지 남을 수 있는 방과 후 과정에 참여할 것인지. 공립으로 갈 것인지, 사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한 해 더 가정에서 돌볼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질문이 이어진다. 질문을 듣다보면 유치원 현장의 교육 환경을 되돌아보게 된다.

한 반에서 몇 명이 생활하나요? 하고 묻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의 유치원 정원은 만 3세 16명, 만 4세 22명, 만 5세 26명이다. 때로는 초등학교 1학년보다 많은 숫자이다. 상대적으로 교사 대 유아 비율이 낮은 기관에 자녀를 보내온 부모님들은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놀란다. 교사 1인대 높은 유아의 비율은, 유아의 욕구를 이해하고 개별적인 상호작용을 충분히 하지 못하게 만드는 큰 조건이다.

몇 명의 선생님이 아이를 보나요? 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혼자 본다고 이야기를 하면 또 한 번 놀란다. 보조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곳은 다행이지만 채용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나는 어떤 경우라도 유치원 교사는 2명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는 했다. 아이들은 아직 배변 후 뒤처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 실수가 있었을 때, 아이가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정서적으로 배려하면서 몸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히는 동시에 유치원에 있는 다른 25명의 아이들을 신경 쓰고 나면 뒤통수가 따갑다.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일상다반사. 한 아이에게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나머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성인의 존재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방과 후 과정에 관한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조금 더 오랜 시간과 기간을 자녀가 기관에서 머물러야 직장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이유로 조퇴와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지닌 곳은 거의 없다. 음악, 체육, 미술, 과학 등을 하냐고 물어본다. 이러한 활동은 주로 유치원 방과 후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유치원의 방과후 활동의 경우 교수의 편의, 학업 성취 불안감 해소, 사교육비 부담 해소 등 다양한 이유로 강사를 채용한 특성화 활동들이 만연하다. 재밌는 활동으로 불리는 순간의 자극과 업체들의 이익창출을 위해 쉬지 못하는 아이들의 긴장감은 쌓여만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관 안에서 아이들의 몸을 보호할 수 있겠지만 건강한 정서를 지켜 줄 수 있을까?

한 반에서 몇 명이 생활하나요?
몇 명의 선생님이 아이를 보나요?

유치원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아이들
유치원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아이들ⓒ박도현 제공

나는 부모들이 던지는 질문에 명쾌히 대답하지 못했다. 정원은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보조교사가 필요하다 해도 돈과 여건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유아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퇴근 시간을 앞당겨 줄 방도도 없다. 그나마 교사가 노력 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 역시 다른 업무에 치이기 일쑤였다.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니 시키는 대로 참고 열심히 일하면 위에서 아이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말을 눈 마주치며 들어주고, 흥미와 관심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도록 하라면서 그것이 가능한 환경은 만들어 지지 않았다,

그런 환경은 교사 혼자 애쓴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을 쥐어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는 유치원 교사는 소모될 수밖에 없다. 공립유치원에서 정규직 교사였던 방과 후 과정을 비정규직 선생님들로 채운 것은 10년도 되지 않았다. 그 10년 안에 유치원 현장은 방과 후 과정에서 파생된 업무 부담으로 너덜너덜해졌다. 방과 후 과정에서 정규교사가 모두 사라졌을 때조차 이런 현실이 다가올 줄은 미처 몰랐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내려 보내는 업무를 거부하지 못했고, 한 학교 급의 일을 유치원 교사 1인이 하고 있다. 업무도 잘하면서 수업도 잘하지 못하는 건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된다.

교육 현장의 문제 속에 홀로 매몰되지 말고, 함께 힘을 모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함께 외쳐야 한다. 함께 소리치지 않으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다. 방과 후 과정으로 인한 문제를 겪은 후, 유치원과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치원 교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낸 경험을 갖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낸다면, 안전한 공간에서 배움이 이루어지고 아이들과 눈 마주치며 평화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치원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박도현 오산대원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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