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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결국 뽑기샵 차린 인형뽑기의 달인 “돈 많이 벌었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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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의 달인 박광현씨가 뽑은 인형들
인형뽑기의 달인 박광현씨가 뽑은 인형들ⓒ민중의소리

올해 2017년,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인형뽑기 기계’가 다시 길거리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다소 시들해졌지만 하반기까지만 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형뽑기샵들이 성행했고, 가방에 자신이 뽑은 인형을 달고 다니는 것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뽑은 인형이 5천개는 넘을 만큼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했던 박광현씨는 SBS ‘생활의 달인’을 시작으로 공중파 뉴스, 라디오 등을 가리지 않고 다수 방송에 출연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인형뽑기의 달인’에 대한 관심은 지난주 방영된 ‘생활의 달인’ 연말정산 편에서 그가 올해의 달인 4인 중 한명으로 꼽힐 만큼 뜨거웠다. 이날 방송에선 박광현씨가 지난 1월 단순히 인형뽑기의 달인으로 소개됐던 첫 출연 당시와 달리 어엿한 인형뽑기샵 사장님으로 등장해 작은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SBS '생활의 달인'에 인형뽑기의 달인으로 출연한 박광현씨
SBS '생활의 달인'에 인형뽑기의 달인으로 출연한 박광현씨ⓒSBS 캡처

그래서 궁금했다. “방송 이후 인형뽑기샵을 차리셨던데, 돈 많이 버셨나요?”

박광현씨는 “인형의 달인이 운영하는 집인데.. 또 거의 꼬맹이들이 친구끼리 오거나 가족들이랑 와요. 그런데 인형이 안 나오게 주작(조작을 뜻하는 인터넷 유행어)을 걸어서 떼돈을 번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말이 안 맞잖아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수입에 대해 “오히려 마이너스”라면서 “가게에 나갔다하면 오후 6시에 가서 아침 7시쯤 나오는데 몇십만원은 까여서 오는 날이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의 가게는 ‘전국에서 인형이 제일 잘 뽑히는 집’이다. 기계 힘도 강하게 설정해놨을 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인형뽑기의 달인이 직접 ‘노하우’와 ‘스킬’을 전수한다.

“몇 만원씩 헛돈 쓰고도 못 뽑고, 스트레스 받고. 그러다보니 중독이나 도박처럼 되고. 그런 분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웠어요. 인형뽑기가 뭐라고... 그냥 놀이였으면 좋겠어요. 적은 금액으로 성취감도 느끼고, 일단 재밌잖아요.”

박광현씨는 가게를 차리기 전에는 인스타그램, 유투브 등 SNS를 통해 인형뽑기 기술을 알려주거나 대리만족을 느낄 만한 재밌는 상황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해왔다고 한다.

박광현씨가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찍은 영상의 한 장면
박광현씨가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찍은 영상의 한 장면ⓒ광순언니 유투브 캡처

이와 관련해 “제 본업이 사진, 영상 감독인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서 뽑기 장면과 뽑는 손의 움직임, 뒤에서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영상에 담았다. 보는 사람들이 정말 현장에 있는 것처럼 재밌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디지털 영상 1세대’라고 소개한 박광현씨의 경력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가수, 배우 등의 뮤직비디오나 CF 등을 작업하기도 하고, 어린이 교육 영상이나 출판물에 쓰이는 사진 등을 작업하는 등 지금도 현업 중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뽑기샵은 이 같은 SNS 소통의 연장선이었다. 박광현씨는 어느 날 문득 인터넷 속 무형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인형뽑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가게를 차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 아무리 나눠줘도 줄지 않는 인형을 소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우리 가게의 뽑기 기계가 잘 뽑히기도 하고. 제가 옆에서 가르쳐주면서 하니까 못 뽑던 분들이 10개, 20개씩 뽑아가요. 또 정말 못 뽑고 계신 분이 있으면 ‘비켜보세요’하고는 제 돈을 넣고 원하는 인형을 뽑아주기도 해요. 손님들이 그러지 좀 말래요. 막 부담스러워서 안 오겠다고 하고.. 하하하”

박광현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형뽑기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광현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형뽑기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기타

들어보니 정말 적자가 날만 하다. 이런 가게가 도대체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 걸까? 그는 입구에 놓인 커다란 택배상자 2개를 가리켰다.

“제가 이득을 못보고 이걸 하는 걸 손님들이 아세요. 저렇게 지방에서 수백 개씩 인형을 보내주세요. 뽑기샵에 놀러오면서 기부할 인형을 들고 오시기도 하고. 인형을 뽑아놓고 안 가져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재밌었다고. 다른 분들도 즐겁게 해주시라면서.. 어떤 분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기계에 5만원, 10만원씩 넣어놓고 가기도 하고...”

그는 앞으로 자신의 뽑기샵이 ‘퍼네이션(Funation)’의 장소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퍼네이션은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친 신조어로,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문화를 뜻한다.

애초 ‘퍼네이션’이라는 걸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꿈을 꿔도 될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뽑기샵을 차렸더니 적자가 나게 됐지만, 이를 간파한 손님들이 놀랍게도 뽑은 인형을 기꺼이 돌려주고 기부까지 한다.

“여기 오면 그냥 누구라도 놀이공원처럼 재밌게 즐기고 가고, 제 수익은 외부적인 걸로 벌고 싶은 게 목표가 된 거죠. 나중에 인형 업체같은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되거나 제 SNS 콘텐츠가 더 인기를 끌어서 수익이 난다거나 하면 그런 돈으로 기부까지 하고 싶은 게 꿈이에요. 그런데 유투브 구독자 수는 언제 늘리죠? 아직 1만명 밖에 안돼요. 하하하”

인형뽑기의 달인 박광현씨의 강의 영상 중 한 장면
인형뽑기의 달인 박광현씨의 강의 영상 중 한 장면ⓒ광순언니 유투브 캡처

‘인형뽑기의 달인’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인형뽑기를 잘 하는 비결을 물었다.

우선 그는 무엇보다 기계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최초로 올린 인형뽑기 기술 전수 영상도 ‘기계 고르는 법’이었다고 한다. 집게 힘을 너무 약하게 설정해놓은 경우 ‘뽑기 신이 와도 못 뽑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이런 기계에서는 아무리 노하우와 기술이 있어도 랜덤으로 집게 힘이 강해질 때만 인형이 뽑히기 때문에, 사행성을 띄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던 그는 쌩뚱맞게도 ‘탁구’를 언급했다.

“제가 오랫동안 탁구가 취미였거든요. 그래서 손목과 팔, 하체 힘이 좋아요. 인형뽑기에서 가장 중요한 거거든요. 이런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도 ‘야, 너무 갔다’고 그래요. 하지만 정말 그래요. 인형뽑기는 힘으로 하는 거거든요”

힘으로? 인형뽑기는 섬세한 조작이 생명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혼란이 왔다. 박광현씨는 이어 자세히 설명했다.

“제가 개발한 ‘회오리 권법’이라는 게 있어요. 손목 힘이 가장 중요한 게, ‘나는 인형이 아니라 조이스틱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세게 쳐야 해요. 남들 살살 조이스틱 칠 때 그래서 인형이 나오겠나 싶어요. 탁구에서 서브를 넣듯이 조이스틱을 강력하게 치면 집게가 회오리치듯이 움직여요. 또 집게가 회오리치는 결을 만드는 데는 또 탁구의 드라이브랑도 연관성이 있어요. 그런 움직임으로 생기는 경우의 수를 이용하는 게 핵심이에요.”

그는 회오리 권법에 대해 “입구에서 어설프게 걸린 인형을 회오리의 힘으로 쳐서 떨구는 거예요”라며 “어중간한 상황에서 강력한 한방, 결정적인 필살기같은 거죠. 회오리 잘 치는 사람치고 뽑기 못하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박광현씨는 인형뽑기 기술에 이름을 붙여 ‘회오리권법’을 비롯해 ‘따따권법’, ‘옆통권법’, ‘뒤집어까기권법’, ‘비켜치기권법’ 등 다수를 만들어냈다. 그의 기술들은 유투브에 ‘광순언니’를 검색하면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그는 기술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저의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재밌게 알려주고 싶었고, 또 그런 것들을 체계화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형뽑기를 도박처럼 하는 게 아니라, 집게나 입구같은 장애물이 성취감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규칙 안에서 스킬이나 노하우를 이용하는 게임처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인형뽑기 대회도 열린 적이 있어요. 이것도 충분히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광현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인형뽑기에 돈 많이 쓰지마세요!”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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