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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그가 중국공산당의 동지라고 말했다


이번 기사는 가볍게 읽자.
한국 기자 폭행 사건으로 많이 가려졌지만, 문 대통령의 베이징대학 방문 연설은 주목할만 하다.
친선을 강조하기 위한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 줄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무려 26명의 인물을 언급하며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마 대통령이 방중 연설로만 따지면 역대급 아닐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과도 매우 달랐다. 박근혜는 2013년 6월 칭화대에서 비교적 간단한 연설을 했는데, 시진핑 주석과의 인연과 자신의 비범한 가족사를 특별히 강조했다. 연설 말미에 제갈량을 언급하며 ‘진실한 삶’을 역설했을 따름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당,명, 청대는 물론 삼국시대, 민국시대, 중국내전, 신중국 건국 시절을 모두 아우른다. 대하 역사 연설문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인물을 보자.

천두슈, 리다자오, 리커창, 이윤재, 박제가, 홍대용, 엄성, 육비, 반정, 윤봉길, 루쉰, 이백, 두보, 도연명, 치바이스, 유비, 관우, 이순신, 진린, 정율성, 마오쩌둥, 김산, 우다징, 판커신, 리즈쥔, 왕안석이다.


이 중 필자가 약간 미묘하다고 느낀 대목은 바로 천두슈, 리다자오, 마오쩌둥, 김산을 언급한 대목이다. 우선 리다자오(李大釗·이대소)와 천두슈(陳獨秀·진독수)는 모두 잡지《신청년》을 통해 중국의 젊은이에게 새로운 사상의 세례를 주며 5.4운동을 촉진한 대표적인 지성인이었다. 당시 중국 젊은이들은 공산주의 양대 거두를 ‘남진북리(南陳北李)’라고 불렀다.


‘남방엔 천두슈(진독수), 북방엔 리다자오(이대소)’라는 뜻이다. 이 중 리다자오는 마오쩌둥의 사상적 은사(恩師)로, ‘붉은 길’을 마오에게 일러준 당대 최고의 공산주의 이론가였다. 둘 다 중국공산당 창립멤버였는데 천두슈는 중공 중앙국 서기, 리다자오가 선전주임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5·4 운동을 주도한 천두슈, 중국 공산당을 창시한 리따자오를 비롯하여 역사적 인물들은 물론, 제가 오후에 만날 리커창 총리도 베이징 대학의 동문입니다.”

중국공산당 창립멤버이자 잡지 '신청년'을 통해 신문화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국 5.4 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은 이 잡지를 통해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접했다.
중국공산당 창립멤버이자 잡지 '신청년'을 통해 신문화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중국 5.4 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은 이 잡지를 통해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접했다.ⓒ바이두


중공 중앙국 서기이자, 총서기까지 역임했던 천두슈를 ‘5.4 운동의 주역’ 정도로 말했고, 리다자오는 중국 공산당을 ‘창시’했다고까지 표현했다. 왜 그랬을까? 천두슈는 1차 국공합작을 이끈 당사자였고, 장제스의 쿠데타에 무방비 상태로 당을 궤멸에 빠뜨린 지도자였다. 마오쩌둥과 주더의 장정長程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마오쩌둥은 천두슈의 노선을 증오했고, 소련파 유학생 그룹인 ‘볼셰비키 28인’과 왕밍은 마오쩌둥을 제거하기 위해 싸웠다.


농민 중심의 혁명노선과 게릴라 전법을 주창했던 홍군의 사나이 마오쩌둥은 이들과의 투쟁을 통해 당의 영도자로 올라설 수 있었다. 중공 초대 서기였던 천두슈는 말년에 공산주의 노선까지 버리며 중공을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당의 창설자였던 천두슈를 창설자라고 언급하지 못한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 대약진운동 등으로 중국을 수십 년 후퇴시킨 것도 분명하지만, 진시황제 이후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제국주의와 싸워 승리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 연설 중 정말 미묘한 대목은 조선인 혁명가 김산에 대한 대목이다.

“마오쩌둥 주석이 이끈 대장정에도 조선 청년이 함께 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항일군사학교였던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광주봉기(광둥꼬뮌)에도 참여한 김산입니다. 그는 연안에서 항일군정대학의 교수를 지낸 중국공산당의 동지입니다. 저는 엊그제 13일, 그의 손자 고우원(까오위엔)씨를 만났습니다. 그분은 중국인이지만 조선인 할아버지를 존경하며 중국과 한국 사이의 깊은 우정으로 살고 계셨습니다.”


대통령의 지목이 틀리진 않았으나, 중국공산당에선 그렇게 흔쾌한 언급은 아니다.
김산( 본명은 장지락張志樂)과 중공 간의 이야기는 설산 모닥불 앞의 뭉클한 동지애 이야기가 아니다. 핏빛 낭자한 호러와 같은 이야기다. 마오가 장정에 성공해 옌안에 안착했던 시절, 김산은 중국공산당의 적이었다. 중공이 보기에 김산은 트로츠키 종파분자였고, 조선인 간첩이었다.


마오쩌둥이 옌안에서 당 청소를 요구하며 ‘정풍운동’을 일으켰을 때 김산은 간첩으로 몰려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당했다. 문화대혁명 시절엔 김산의 아내와 아들은 두 번째 형벌을 받아야만 했다. 이후 김산에 대한 처형이 오류였다고 인정했지만 지금조차도 중국공산당은 이 사건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중공은 당적 회복을 위해 온 김산에게 항일군정대학에서 ‘세월이나 낚으라’며 교원역할을 주고 그 기간에 ‘검열’을 하며 처형의 빌미를 축적했다. 문 대통령이 중공이 처형한 조선인 혁명가 ‘김산’을 언급한 이유가 미묘한 이유다.


김산과 조선인 혁명가들이 광저우 봉기 때 가장 처절하게 투쟁하며 큰 희생을 치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김산이 마오쩌둥의 장정에 참가했다는 것은 ‘장정’의 개념을 꽤나 확대해서 해석한 것이다. 장정의 전초전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장정에 참가했던 조선인은 30명이 넘었다지만, 기록상으로 특정할 수 있는 조선인은 대포大砲를 기가 막히게 쏘며 운영해 중국군 최초의 포병단장이 되었던 김무정 金武亭과 장강 도하작전 때 돌격전을 하다 사망한 용장 양림楊林, 이렇게 두 명 뿐이다.

신식 총과 무전기도 귀했던 중국 홍군에게 포병 기술을 전수했던 김무정은 홍군에게는 매우 귀중한 인재였다.
신식 총과 무전기도 귀했던 중국 홍군에게 포병 기술을 전수했던 김무정은 홍군에게는 매우 귀중한 인재였다.ⓒ바이두


문 대통령은 ‘대장정大長程’ 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명칭은 그냥 장정長程이다. 장정이란 말 안에 ‘매우 크고 긴 여정’이란 뜻이 있기 때문이다. 중공에서도 그냥 장정이라고 하지만, 굳이 과장과 추앙을 좋아하는 중국인이라면 대장정이라고 쓰는 모양이다.


김무정은 중공이 자랑하는 ‘백단대전百團大戰’의 주역이기도 했다. 중공 팔로군이 일제와 맞붙어 싸웠는데 어찌하다보니 팔로군 100개 여단이 달라붙어 싸우게 된 전설의 작전이다. (마오쩌둥은 이 작전을 중공의 전력을 고스란히 노출시킨 멍청한 작전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은 언급해도 김무정은 언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한국전 당시 인민군 제2군단장이었고, 평양방어사령관이었다. 중국 근현대사를 파고 들어가면 남·북·중의 역사는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맞물리다 엇갈려 돌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광주가 고향인 그는 옌안쑹, 팔로군행진곡 등을 만든 천재 작곡가다. 팔로군행진곡이 중국인민해방군가가 되었고, 조선인민군가까지 작곡하면서 북한과 중국 양국의 군가를 작곡한 세계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광주에선 정율성을 기리는 음악회와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
우리나라 광주가 고향인 그는 옌안쑹, 팔로군행진곡 등을 만든 천재 작곡가다. 팔로군행진곡이 중국인민해방군가가 되었고, 조선인민군가까지 작곡하면서 북한과 중국 양국의 군가를 작곡한 세계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광주에선 정율성을 기리는 음악회와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바이두


물론 대통령의 베이징 대학 연설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한 사건은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식 사회주의 천국을 꿈꾸고 있다"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1당 독재 중국 공산당과 어떻게 한국이 동지 국가가 될 있냐며 따졌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이 무상복지 포퓰리즘이며, 공산주의로 가는 정책이라고 했다. 홍색 자본주의 중국에 무슨 무상분배 정책이 남아있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의 방중 연설에서 미묘함을 읽은 사람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의 정서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중국 공산당 이야기부터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중국의 근현대사 수많은 사건과 곡절을 정리한 동영상 강좌 ‘마오와 중국 혁명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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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재 이산아카데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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