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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검토한다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현실성 있을까?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상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관계차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상화폐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관계차관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규제법안에 대한 각계 시각차가 여전하고 폐쇄 조치가 실효성을 가질지도 문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암호화폐 관련 부처 차관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관련 범죄 집중단속 및 자금세탁방지 의무 강화, 온라인 광고 규제 강화, 거래소 폐쇄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그간 정부가 내놓은 규제 메시지 및 업계 자율규제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측은 “기존에 나온 대책과 큰 틀에서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계획한 대로 암호화폐 시장 건전화와 소비자 보호에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들도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 거래소 폐쇄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점은 이전과 달랐다. 법무부는 이날 회의에서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공식 건의했다. 정부는 폐쇄의견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전에도 법무부 등 부처 일각에 거래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는 이야기는 나왔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폐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실장은 ‘요건 미달 시 폐쇄 안이냐, 아예 전체 거래소 폐쇄 안이냐’는 질문에 “두 가지 사항이 다 포함된다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량 거래소를 폐쇄 조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전부를 문 닫게 하는 것도 고려해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련 긴급회의.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련 긴급회의.ⓒ제공 : 뉴시스

거래소 폐쇄라는 극단적 조치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우선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거래소를 폐쇄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때문에 법무부는 관련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존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이끌었던 금융위원회 측은 ‘암호화폐 거래 전면 금지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정 요건을 갖춘 거래소들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으로, 법무부보다 온건한 입장이다.

국회도 거래소 폐쇄 등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당초 금융위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법안을 의원입법으로 마련하려 했지만 반대에 부딪혔다. 암호화폐 거래를 ‘유사통화 거래행위’로 규정하는 등 규제가 과도하다는 것이 의원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인 이유였다. 거래소 폐쇄는 이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거래소 인가제’ 등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법안을 발의해 폐쇄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헌 논란이 일수도 있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는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것은 가상화폐 처분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고, 거래소 같은 경우 영업을 완전히 금지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은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고,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때는 필요최소한도로 할 의무가 있다”면서 “다른 방안이 가능하면 그걸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완전히 금지시킨다는 것은 가장 극단으로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폐쇄 조치의 실효성도 지적됐다. 설령 폐쇄된다한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실제 홍콩에 법인을 세워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등 선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금지하면 카톡을 통해 거래하거나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일반인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일은 현재로서 쉽지 않다고 알려졌다.

정부가 폐쇄 관련 검토 방향 등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한 상황은 아니다. 강력한 조치도 가능하다는 의지 표명의 수준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 거래소 폐쇄도 검토’ 등 언론 보도 직후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몇 시간 만에 두 자릿수 하락폭을 보였다. 불확실한 단계에서 나온 메시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박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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