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도대체 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어릴 적 고민이었다. 니체는 이미 어린 시절에 자전적 글을 쓰며 생각을 닦았다.

“우리는 원자적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인간질서의 목적은 인간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삶을 깨닫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믿어지는가? 위의 질문에 대한 어린 니체의 서술이다. 니체의 실존철학은 ‘허무주의 철학’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니체의 메세지를 단순히 ‘삶은 의미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인데 유행가 가사처럼 ‘아, 덧없는 인생이여’라고 했을 리는 없지 않은가.

철학자 중 니체만큼 책 제목을 잘 지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 사람을 보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비극의 탄생, 반시대적 고찰, 여명(黎明), 즐거운 학문, 악의 피안(彼岸), 도덕의 계보학(系譜學)

그 내용을 떠나 제목이 너무나 근사해 절로 책을 사고픈 마음이 들 정도이다. 니체의 명제 중 아마 가장 멋진 문구는 이것일 것이다.

신은 죽었다 Gott ist tot

니체 이후 수많은 문필가들이 빌려 썼던 이 아우라 넘치는 문구를 일차원적으로 받아들이면, 니체는 단순한 무신론자일 뿐이다. 요즘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신의 내세를 염려하고 있으니, 신神에 대한 이야기 한 토막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시대의 선지자가 간악한 놈들에 의해 감옥살이를 오래하게 되었다. 그의 가족은 처형당하거나 노예로 팔려갔고 제자들은 흩어졌다. 그래도 수제자 한 명은 남아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심으로 10년, 20년을 버텼다. 정의는 승리하지 않았고, 악인들은 명줄도 길어 호가호위하다 편안히 자연사하기도 했다.

제자가 차가운 감옥에서 죽음을 앞둔 스승을 만나 울며 물었다.
“도대체 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신이 정말 존재하는 겁니까?”

그러자 그 선지자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이보게. 신이 모든 걸 해준다면, 인간이 할 일이 없지 않나?”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정의를 위해 인간이 응당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하지만 제자가 다시 이렇게 묻는다.
“그럼, 도대체 신은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근대 철학자 중 한 부류는 ‘종교’가 현실 대신 내세의 구원을 강조함으로서, 현실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의 권리를 유보시키고 악에 대한 사회적 징벌의지를 무마시킨다고 믿었다.

물론 반대의 의견 또한 있다. 신이 인간에게 죽음 이후에 ‘다시 삶’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심어준 것이야말로 인간의 탐욕을 막으려는 신의 한수였다는 주장이다.

니체는 플라톤 이래 강조되어왔던 영혼, 이성, 이상과 같이 치장된 명제들은 인간을 제약하는 노예의 언어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한마디로 현실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기독교와 플라톤의 교리야말로 인류를 대상으로 한 사기극이라고 보았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 ~ 1900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 ~ 1900ⓒ구글


“기독교는 현세의 삶을 열등한 것으로 만드는 노예의 도덕이다. 인간이 단지 ‘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아래 존재한다는 이유로 육체는 영혼보다, 본능과 열정은 이성과 합리성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기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확히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분명한 사실, 우리가 단지 오늘이라는 짧은 시간을 가지고 있음이 (…)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에 대하여 우리 자신에게 책임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놀랍지 않은가? 니체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다른 곳을 보지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이 현세에 발을 붙이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라!”

그렇다면, 도대체 왜 사람들은 니체를 허무주의(nihilism) 철학자라고 한 것일까?

이 기사는 김만권 강사의 ‘일주일에 끝내는 정치사상’ 중 [19강 니체] 편의 일부를 윤색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설령 기사내용의 오류가 있다면, 강연 내용을 윤색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기자의 몫입니다. [니체 ➁부]가 이어지고 이후 [그람시 편]을 다룰 예정입니다.


국내에 소개된 서양 철학과 정치사상은 유독 오독이 많다. 번역의 문제이기도 하고, 많은 판본(에디터)를 모두 검토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내공이 중요하달까. 그런 점에서 좋은 길잡이 스승을 만나는 건 행운이다. 게다가 그 스승이 입담도 훌륭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한다면 금상첨화다.

중세에서 시작해 근현대 정치사상을 모두 아우른 김만권의 ‘일주일에 끝내는 정치사상사’ (31강)를 권한다.

연세대학교 및 다수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본지 이산아카데미 '일주일에 끝내는 정치사상' 강사이며 . 참여연대 시민교양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진행자이다.
연세대학교 및 다수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본지 이산아카데미 '일주일에 끝내는 정치사상' 강사이며 . 참여연대 시민교양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진행자이다.ⓒ민중의소리


일주일에 끝내는 정치사상 (이산아카데미 수강하기)

관련기사

금영재 이산아카데미 본부장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