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청년노동자에게 보내는 글

청년전태일은 2030 청년노동자들이 만들어가는 청년노동단체입니다. 2016년 5월 구의역 추모행동, 2017년 5월 최저임금1만원을 위한 장미파업 등 청년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행동 했었습니다. 저는 이 단체에서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살았던 1970년과 오늘날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청년전태일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서 글을 기고합니다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공기업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후배였다. 이번 정규직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자신들을 사회적으로 ‘적폐’로 규정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야기였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는 동의하나 너무나 갑작스럽고, 정부가 이미 결정된 정책을 자신들에게 밀어붙인다며, “자신이 진짜 적폐면 돈이라도 많지”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동료들과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을끼리 경쟁하게 되는 구조를 이해해야 서로 처지가 같은 을끼리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최근 모 라디오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만난 한 PD는 자기 회사는 정부의 정규직화 방향에 맞춰 이번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규직화 방향에는 동의하는데, 회사가 돈이 많이 없어서 결국 정규직의 복지가 깎일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또한 그동안 자신이 졸음을 쫓아내며 밤새 공부한 것이 너무 생각나서 마음으로 동의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했다.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 공청회’가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서관 대강당의 출입문 옆벽에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표어를 붙여놓았다.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 공청회’가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서관 대강당의 출입문 옆벽에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표어를 붙여놓았다.ⓒ공공운수노조

취임 후 인천공사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업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안정과 생명에 관련된 분야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최근 공기업과 일부 사기업을 중심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를 확대하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 노동자의 소득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 하는 정책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하냐는 질문에 좀 더 이 부분을 사회적 논의를 좀 더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을과 을이 원망하고 싸우는 노동현장

내가 생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3가지이다.

첫째는 노동자는 자신이 한 일을 중심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같은 일이라면 차별이 없어야 한다. 최근 인천공사를 시작으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있다. 공항, 철도, 지하철 등이 대표적인 직군이다. 방금 열거한 사업장은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곳이며, 지금도 많은 취준생들의 취업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그러나 과거 대부분의 직군이 현장직인 이곳은 예전에 대부분 기술을 갖고 있던 고졸 출신 노동자들이 들어갔던 곳이다. 지금 2000년대 이후 사번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에서 반대하는 이유로 우리는 공채, 시험을 보고 들어왔지만 비정규직은 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논리를 세운다. 이러한 논리는 역으로 선배들의 스펙을 물어보면 답이 될 것이다.

기술이 필요한 현장직에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면서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구조가 문제이다. 회사에서는 직무에 필요한 일을 잘하면 되지, 그 전에 그가 얼마나 많은 교육을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공공기관의 일자리가 IMF이후 인기가 많아지면서, 수많은 경쟁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하여 직무에 필요한 조건보다 많은 관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시험을 보지 않았다고, 고졸이라고 차별 하는 것은 노동자는 일을 중심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지점에서 잘못됐다고 본다.

둘째는 정규직 노동자도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는 을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데 정규직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결국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이다. 자신은 시험을 뚫고 온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결국 이들도 을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 금수저 밑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사회의 구조를 분명히 드러내준다고 본다. 우리사회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을 부각하는 것은 갑의 입장에서는 을과 을-병-정끼리 싸우는 모습이다. 갑들이 이야기하는 ‘민중은 개돼지’ 이론을 강화할 뿐이다.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노동자들이 같은 처지에서 자신을 고용해서 돈을 주는 갑과 싸워 자신의 권리를 확대해야 하지 을끼리 싸울 이유는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을들이 싸워서 얻어낸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위한 권리는 갑과 싸우기 위한 제도였지, 을끼리 경쟁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6월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연 총파업대회에서 무기한 비정규직 감옥에 갇힌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연 총파업대회에서 무기한 비정규직 감옥에 갇힌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비정규직 정규직화, 차별에 맞선 행동의 결과

셋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한 노력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다. 1997년 IMF 이후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의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또한 기업들은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만 뽑아서 오랫동안 일을 지켜서 사회 전체적으로 점점 일자리가 줄어드는 형태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규직화를 위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행동했던 사람들이다. 좁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에서 승리해서 취직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좁은 일자리를 늘려서 양질의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은 더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첫 정책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야기한 것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겼겠는가? 누군가를 계속 행동하고, 이 과정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노력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 시험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과 추위와 더위와 싸우며 거리에서 행동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어렵겠는가? 결코 어렵게 공부해서 시험에 통과한 것을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력과 고통에 대한 인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논의가 좀 더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청년들이 서로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을, 병, 정끼리 연대하여 함께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좀 더 활발히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