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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2차 당사국 총회에서 참가자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파리협정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6.11.18
지난해 11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2차 당사국 총회에서 참가자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파리협정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16.11.18ⓒAP/뉴시스

지구가 기록상 가장 따뜻한 기후를 보이고 있고 20세기 중반부터 관찰된 기온 상승의 주된 원인이 인간이라고 이번 달에 발표된 대대적인 과학 연구가 밝혔다. 하지만 미국인 모두가 이 결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이 갈린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 미국인의 생각을 갈라지게 하는지는 의외였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의 생각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2015년 3월에 진행된 갤럽조사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고졸인 공화당 지지자 중 기후변화가 많이 걱정된다는 이들은 25% 정도였다. 하지만 대졸인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그 숫자는 현저히 낮은 8%에 불과했다.

“기후변화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가”, “기후변화가 당신의 여생 동안 당신의 삶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기후변화가 환견의 자연스러운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등 여론조사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도 이런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

일반적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고학력의 공화당 지지자일수록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계의 결론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론의 영역에서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다.

여론의 영역에서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고학력의 공화당 지지자가 기후변화 관련 과학지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공화당의 입장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학 연구들이 밝혔듯, 사람들에게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중요하다.

기후변화만큼 미국민의 이견이 큰 이슈는 그리 많지 않다. 뉴욕타임즈의 요청으로 갤럽의 앤드류 두간과 조나단 로스웰이 인종, 이민, 세금, 가치관 등 많은 이슈에 걸쳐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생각이 교육수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기후변화가 대졸자 중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이견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항목들은 각 이슈에 대한 긍정적 대답이 양당 지지자간에 어느 정도 큰 차이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다)

- 정부가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민주당+64)
- 대중매체에 대한 신뢰 (민주당+64)
- 정부가 전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62)
- 총기 매매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 (민주당+58)
-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민주당+42)
- 낙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민주당+41)
- 세금이 너무 적다 혹은 적절하다 (민주당+40)
-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민주당+40)
- 대부분의 사람이 권총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32)
-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너무 크다 (민주당+30)
- 동성애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민주당+27)
- 수용하는 이민자를 늘려야 한다 (민주당+22)
- 총체적으로 봤을 때, 이민자 수용은 좋은 것이다 (민주당+20)
- 인간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 왔다 (민주당+16)
- 동성애는 합법화돼야 한다 (민주당+15)
- 이혼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민주당+13)

- 의료보험료가 불만스럽다 (공화당+9)
- 인종 간 갈등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공화당+13)
- 의료보험제도가 위기 상태다 (공화당+14)
- 기업은 너무 많은 세금을 낸다 (공화당+18)
- 테러를 방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화당+18)
- 부자는 너무 많은 세금을 낸다 (공화당+19)
- 백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공화당+24)

다른 많은 이슈의 경우, 특히 낙태와 동성결혼 및 이혼 등의 사회적 이슈들의 경우, 지지하는 정당에 상관없이 고학력일수록 더 포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간의 간극은 있었지만 각 이슈에 대한 입장이 학력에 따라 비슷한 양상으로 변했다.

그 외 대부분의 이슈의 경우, 교육수준이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테러리즘이나 이민자 수용, 부자에게 적절한 세율, 의료보험제도의 상황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은 지지하는 정당에 상관없이 학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기후변화처럼 민주당 지지자는 고학력일수록 동의하는 정도가 크고, 공화당 지지자는 고학력일수록 동의하는 정도가 작은 이슈는 몇 개 안됐다.

기후변화와 다른 이슈는 어떻게 다른가

그렇다면 이런 이슈, 특히 기후변화와 다른 이슈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기후변화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불거진데다 그 내용이 복잡하다. 이런 문제의 경우, 자기 자신의 견해가 확고히 형성되지 않아 정치엘리트의 견해에 의존하는 미국인이 많다. 그런데 보수엘리트가 기후변화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정치학자 존 잴러가 여론에 관한 1992년의 저서에서 묘사한 “양극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엘리트들의 의견이 다를 경우, 어느 정당이든 고학력 지지자들이 이들의 이견을 먼저 받아들이고 그 이슈에 관한 정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고학력 지지자들 간의 간극이 커진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당정체성’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자신이 속하거나 지지하는 정당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든 이슈의 세세한 내용을 할 수 없으니 지지하는 정당 지도자들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동성결혼이나 이혼, 인종차별과 낙태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아니다. 이런 이슈에서는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층이 더 진보적이다.

하지만 미국인은 기후변화를 과학적 이슈라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흑인과 백인이 같은 피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동성애가 정신병인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과학계가 객관적 사실에 대해 어떤 합의에 이르면 엘리트들 간의 심각한 이견이 사라지곤 했다.

이런 식으로 기후변화가 과학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슈로 취급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 “여론의 본질적 성격과 기원”의 증보판에서 젤러 교수가 서술했듯, “새로운 당파적인 정책들을 등장시키는 주인공은 과학계의 엘리트들이 아니다. 각종 이익집단과 정치적 지성인, 그리고 야심찬 정치가의 역할이 더 크다. 여론은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형성되지만, 그 ‘위’에는 과학계의 엘리트가 포함되지 않는다”.

기사출처:The More Education Republicans Have, the
Less They Tend to Believe in Climate Change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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