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신년사설] 적폐청산을 완수하고 자주·평화·진보의 길로 나가자

1.

촛불 혁명의 성과로 수립된 문재인 정부의 첫 해가 저물었다. 개혁의 과정에서 드러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쌓아놓은 적폐는 만만치 않았다. 국정원의 범죄 행각은 끝없이 드러났고, 사드와 위안부합의,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외교안보에서의 실책은 지금도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 재집결한 낡은 정치세력은 재기를 위해 발버둥치고,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체제는 여전히 공고하다.

새 정부 첫 해의 노력이 결코 작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촛불혁명이 제기한 과제를 완수하는 데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2017년의 개혁은 반드시 불가역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1987년의 민주항쟁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질 때까지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견고하게 전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민주정부의 실패로 들어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주저 없이 퇴행의 길을 걸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국정원은 보수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다시 국내 정치에 개입했고, 세금으로 직접 비자금을 만들어 집권자에게 제공했다. 검찰은 조금의 거리낌 없이 다시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 권력과 한 몸이 되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대기업의 민낯도 여지없이 복구됐다.

지금 진행되는 적폐청산은 이런 낡은 구조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근본적 수술이 되어야 한다. 국정원과 검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나 정경유착을 영원히 막을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이 완결되어야 하는 이유다.

2.

우리 사회 바깥에서 제기되고 있는 질문들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보수층 일각은 ‘친중 사대주의’라는 말까지 꺼내들어 비난을 퍼부었다. 반면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대미 정책이 과거와 다를 것 없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중요한 것은 친중이냐, 친미냐가 아니라 자주다. 자주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오늘은 친미, 내일은 친중으로 쏠리고 그 다음날엔 또 다른 대국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미국이나 중국은 모두 큰 나라이고, 지역에서 많은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의 미국이나 시진핑의 중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할 도덕적 권위와 경제적·군사적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누구의 품 안으로 들어가 안전을 보장받고 실리를 추구할 상황도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남는 길은 자주의 길이다. 스스로 주권을 명실상부하게 확립하고 명분 있게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수립된 정권으로 우리 주변국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당성을 확보한 정부다. 지금이야말로 자주적 원칙 위에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절호의 기회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위기도 지혜롭게 넘어서야 한다.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고자 한 정책은 실패했다. 2000년 미국 부시 행정부의 출범 이후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정책은 일관됐고, 여기에 한국과 중국까지 동참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금 와서 ‘최대한의 압박’을 반복한다고 상황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이런 실패를 가리기 위해 전쟁을 감수하겠다는 데는 조금도 동의하기 어렵다. 평화는 우리에게 최우선의 가치다. 전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어내야 할 최상의 가치는 우리에겐 없다.

대화와 교류, 그리고 협력은 적대를 극복하는 핵심 방도다. 일방이 일방을 굴복시킬 수 없다면 대화하고 교류할 수밖에 없다. 상호간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적대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는 1991년 이래 북방정책이 보여준 결과이며, 2000년대 초반 남북관계에서 경험했던 바다. 북미간의 적대는 북핵위기를 낳았다. 근본적인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적대다. 평화는 비핵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남북간, 북미간의 대화와 교류, 협력을 만들어낼 다양한 계기를 찾아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3.

폭압적인 보수 정권이 몰락했지만 ‘헬조선’의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사회 변화에서 낡은 정권의 교체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1987년 이후 우리 민중의 삶이 개선된 것은 전두환 독재의 몰락 이후 거세게 진출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정권 교체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름’을 얻지 못했던 이들이 진출하기 위한 좋은 조건이며 이제 남은 것은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민중의 투쟁이다.

노동의 현장, 삶의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비롯한 자주적 조직들이 크게 늘어나고 스스로 세력화되는 것은 출발이다. 노동자들의 단결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 현행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한 때 촛불을 함께 들었던 이들 사이의 논쟁과 갈등도 있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이 ‘속도 조절’을 주문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정부가 너무 미온적이며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쟁은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건강한 것이기도 하다. 연대의 정신을 되새기며 진보의 길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6월의 지방선거도 중요하다. 한편으로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적폐세력이 완전히 주변으로 밀려나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보정치 세력을 비롯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들이 자신의 대표자를 보낼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촛불의 주역이라고 생각하는 정당들은 이를 강력히 지원해야 마땅하다.

촛불을 든 민중의 힘이 없었다면 아직까지 박근혜씨는 대통령의 권좌에 있었을 것이다.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역시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 모든 일을 해냈다. 이제 적폐청산을 완수하고, 자주·평화·진보의 길로 나아가자. 우리는 할 수 있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