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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신년사가 “국면 전환 시그널”이라고 해석한 청와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민족끼리 북남관계 개선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히 열어야”한다며 남북관계개선의 필요성과 해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 등 그 누구와도 접촉, 래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꽉 막혀있던 남북 당국간 대화는 물론 민간급 대화 활성화도 강하게 시사했다. “반공화국 소동과 적대행위 중단"과 "통일에 역행하는 반통일 세력의 도전을 짓부셔야”한다며 문화예술과 체육교류는 물론 6.15위원회 등 통일운동단체들의 대화에도 심드렁했던 이전 모습과 사뭇 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진전된 태도는 “미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말로 표현되는, 북미간 군사대결구도에서 핵무력국가 완성을 통해 승기를 잡았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더 이상 현실적 위협이 되기 어려워졌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과감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남조선 집권세력이 바뀌었으나 북남 관계에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표한 것이나,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이라는 표현을 전제조건으로 이해할 경우 대화의지에 대해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미래지향적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맞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해 12월 “북한의 ICBM 완성을 막을 기한은 3개월”이라고 경고했듯이 북한이 남한당국을 이용해 시간벌기에 들어섰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여러차례 밝혔듯 “핵탄두와 탄도로켓(미사일) 대량 생산 및 실전 배치”는 이미 현실이 됐고, 다만 핵능력 고도화가 지속되고 있을 뿐이라는 한미 안보전문가들의 시각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 전환과 한·미 대북 공조를 이간하려는 노림수가 깔린 평화공세’라는 시각도 온당치 못하다. 남북관계를 한미동맹 보다 앞세워서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는, 북한의 한국정부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실제로 문재인정부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남북관계 변화를 과감하게 이끌어갈 의지와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과 아주 멀다. 이를 모를리 없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 겨우 3-4개월 뒤에 그 저의가 다 드러날 ‘위장평화공세’를 벌인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신년사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환영”과 “국면 전환의 시그널”이라는 긍정해석은 놓치지 않았다.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정책을 추종함으로써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격화시켰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한 것을 중시할 경우 전혀 다른 대응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로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한 당국간 대화 분위기는 충분히 마련됐다. 대화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행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것인가 하는 점만 남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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