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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어른들 투표하실 때 애들은 끼어들지 말라고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하는 김윤송(16)양이 2017년<br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하는 김윤송(16)양이 2017년ⓒ민중의소리

"어른들 말씀하실 때 애들은 끼어들지 마라"

'쪼그만게', '어린 게 뭘 안다고'라는 말이 자석처럼 뒤따라 붙었다. 어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 말을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탈학교 청소년' 김윤송(16)양 역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청소년은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참여에서 배제받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아직도 어른 여러명이 있을 때는 말하는 게 좀 불편해요."

2015년 7월 중학교를 그만두고 학교 밖으로 나온 김윤송양은 청소년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이었다.

민중의소리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안국역 2번 출구 쪽 헌법재판소 앞에서 김윤송양을 만났다. "몇 학년인가요?"라고 묻자 "16세, 탈학교 청소년입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기자가 불편한 질문을 던졌을 때도 그럴듯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서도 자신의 언어로 솔직하게 말해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다. '어른스럽다', '성숙하다'라고 말하다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애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알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청소년들이 박근혜 퇴진하라 촛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청소년들이 박근혜 퇴진하라 촛불을 밝히고 있다.ⓒ김철수 기자

김윤송양이 초등학교 4학년때 박근혜가 당선됐다. 선거에 대해 관심이 있어 토론회도 챙겨봤다. 세월호 참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이게 나라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지 않았지만 선거 결과가 곧 삶에 영향을 미쳤다.

1700만개 촛불 중 하나였던 김윤송양은 역사의 목격자이자, 광화문 광장의 촛불혁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말 한마디가 주는 교훈, 국민의 이름으로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학교 밖 '광장' 교실에서 배웠다.

'만 18세 선거권'은 2002년부터 거의 20년 동안 논의되고 있지만 어른들은 '아직은 이르다', '애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알아'라는 식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고 난 이후 '그러면 어른들은 그렇게 성숙해서 박근혜 뽑았냐' 이런 말들이 돌았는데 (웃음) 정치적 판단 능력이라는 게 누굴 위한 기준인지 잘 모르겠어요. 정치적 판단 능력이 높든 높지 않든 참정권은 당연히 있어야 되는 거고. 그게 참정권을 부여하느냐 마느냐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나이를 두고 정치적 판단 능력을 구분 짓는 것은 과거 흑인과 여성들이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것과 같은 잘못된 논리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만18세면 군대도 가고, 결혼도 하고, 운전도 할 수 있고, 세금도 낸다. 그런데 왜 투표는 할 수 없을까? 만 18세 선거권을 반대하는 기성 정치권에서 내놓은 답변은 '학생은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6차례에 걸쳐 19세 미만은 투표할 수 없고 선거운동도 정당가입도 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5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합헌결정을 내렸다. 선거권 연령은 입법자의 재량사항이고, 독자적 정치적 판단능력과 성숙성을 19세 이상 국민에게 인정할 수 있으며, 교육적 측면에서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촛불청소년인권연대 등은 지난달 14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제15조가 평등권과 참정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년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제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소년은 교육정책과 입시제도, 대학 등록금, 청년 일자리 등 다양한 정책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다. 하지만 정치에 청소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의 주체인 청소년들은 교육감조차 직접 뽑을 수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선거 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규정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세계적으로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고 있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아직 만 19세에 머물러 있다.

"학교가 정치판이 될 거다"

참여연대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이 2017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일 기준으로 만 19세 이상만 선거에 참여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5조가 평등권과 참정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년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제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참여연대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이 2017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일 기준으로 만 19세 이상만 선거에 참여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15조가 평등권과 참정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년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제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김철수 기자

선거권 제한 연령을 만 18세로 조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학교가 정치화된다'는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며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윤송양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유한국당은 OECD 국가들은 우리와 학제가 다르다며 투표를 하려면 학제까지 개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결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투표하는 꼴을 못보겠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같은 경우는 정계특위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적 발언을 공공연히 하기 때문에 그것에 휘둘릴 수 있어서 참정권 주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저는 정말 그 말이 모순된다고 생각하는 게 평소에는 '요즘 청소년들 말 안 듣는다'는 식으로 얘기해놓고는 이제와서 어른들 말 잘 들어서 탈이라고 하잖아요.(웃음)"

김윤송양은 이는 정치에 대한 책임져야 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두려움이라고 설명했다. "학교가 정치화 됐을 때 학생들이 위험한 게 아니라 나쁜 정치세력이 위험한 거죠. 그 사람들이 청산되는 데 큰 역할을 해주는 데 학교라는 여러명의 단체 청소년이 모여있는 곳이니까요."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변화의 순간에는 학생들이 늘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이 학교가 정치화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4.19때, 5.18, 6월 항쟁, 최근에 촛불혁명, 일제강점기 때 항일운동 때도 그렇고 학교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고 같이 우르르 몰려나오면서 혁명이 나온 사례가 있으니까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한 두려움이 큰 거 같아요."

"애들이 뭘 하겠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청소년 정당활동 권리 요구를 위한 제 정당 입당원서 제출 행진’을 시작해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향해 가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청소년 정당활동 권리 요구를 위한 제 정당 입당원서 제출 행진’을 시작해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향해 가고 있다.ⓒ임화영 기자

청소년들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당원으로 활동도 할 수 없다. 현행 정당법에 따라 만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정당의 발기인, 당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윤송양 소속돼 활동하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촛불청소년인권연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5개 정당의 당사를 방문해 입당원서 제출하는 청소년 정당가입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중에서도 딱 한 정당이 청소년들의 정당 가입원서를 받아주지 않았다.

"자유한국당만 유일하게 입당원서를 안 받고, 심지어 당직자가 나와서 '애들이 뭘 하겠어' 이런 발언까지 했죠. 뭐 표 계산이겠죠." 자유한국당은 '어리다'는 이유로 미래의 유권자가 될 시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불청객으로 취급했다.

"정치인들 봐도 부모들의 입장에서 정책이나 공약을 내는 경우는 있어도,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정치자체가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전혀 없다는 거죠. 단순히 선거권만 없는 게 아니라 피선거권도 없고, 정당 활동의 자유도 없고, 정치 표현의 자유도 없고 주민 발의도 하지 못해요. 정치 하나만 참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에서 배제되고 있어요."

김윤송양은 기자회견과 집회에서 '청소년도 시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친다. "청소년이 시민으로 원래는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시민으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슬프죠. 저는 투표소에서 도장 하나 찍는 거 이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집회하러 다니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실 정당에 가입하고 싶지는 않고,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에요. (웃음) 하지만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인권이 침해받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요. 저는 참정권 보장이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는 첫 발걸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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