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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낡은 수구 냉전 논리에서 못 헤어나오는 보수 야당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새해 모처럼 형성된 남북 대화 재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나섰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히고 대화를 시사했다. 남북 관계의 새로운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야당 대표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자신들의 낡은 시각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니 딱하고 한심할 노릇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 위원장의 대화 제의가 “남남 갈등을 초래하고 한미 갈등을 노리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화 구걸정책은 북핵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유 대표도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고 와해시켜서 안보의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화를 말할 때가 아니”라며 원유 공급 중단이나 해상봉쇄, 세컨더리보이콧 등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대화 대신 제재에 집착하며 대결 정책으로 일관해 온 이들 정당에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남북 화해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같은 과제는 이들의 몫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과 시대 변화에 대한 인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70년대 반공 교육이 고스란히 되풀이되는 듯한 이들의 논리는 ‘피해 망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극우 집회 연단에서 나올 법한 말을 야당 대표가 버젓이 하고 있다. 보수 정당이니 제재를 강조하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전협정 위반인 해상봉쇄까지 주장하는 데서는 말문이 막힌다. 정권이 이런 사람들에게 가 있었다면 정말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 국민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홍 대표나 유 대표의 이번 발언은 한국 보수 야당의 실체와 수준을 뚜렷이 보여준다. 개혁 보수니 합리적 보수니하는 말잔치를 벌이지만, 극우 세력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자신들이 하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지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런 말이나 마구 던져대는 수준이다.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 인공기가 등장했다며 법석을 떠는 게 우연한 일은 아닌 듯 하다. 시대가 변하면 보수의 가치도 변해야 한다. 낡은 논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아무런 해법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역사의 죄인’이란 홍 대표의 말은 자신들에게 되돌아 갈 것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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