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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스스로를 ‘진보’라고 믿는 ‘꼰대’들에게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
책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
책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시대의창

지난해 12월30일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구속됐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12월18일부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를 점거하고, 한상균 위원장 석방,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정치수배 해제 등을 요구하며 10여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다 지난 27일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2015년 5월 노동절 집회와 그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지상, 일반교통방해 등)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노총은 한상균 위원장이 특사에서 빠지고, 이영주 총장마저 구속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와 정부는 한상균 위원장 특사배제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영주 총장 단식농성에 대해 사실상 감금인 당사 봉쇄로, 검찰과 경찰 그리고 법원은 이영주 총장 구속으로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세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더 이상 촛불을 팔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졌는데 민주화 투쟁을 했던 양심수들이 여전히 감옥 안에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인내하고 이해하고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박근혜-최순실 세력을
권좌에서 쫓아냈고,
새롭게 정부가 세워졌지만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우리 사회는 진보한 것일까?

하지만 이런 민주노총의 항의에 대해 포털 사이트 등에선 오히려 “촛불집회의 힘은 니들 같은 사이비가 아닌 평화시민에서 비롯됐고 그 결실을 보았다 민주노총 또한 적폐”라거나 “촛불집회 때 대형 상여 들이밀면서 평화로는 안 된다고 폭동 선동했던 저런 운동권 적폐세력 막은 게 대다수의 시민들이었다”라는 주장이 댓글로 달렸다. ‘선량한’ 평화시민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나누고, 깨끗한 광장과 평화적 시위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고, 노조를 귀족이라 욕하는 정서는 이미 지난해 촛불 시위 과정에서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진보’라 자처하는 이들은 감옥에 있는 한상균 위원과 구속된 이영주 사무총장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우며 2015년 민중총궐기를 통해 광장을 열었고, 그 광장에서 싸우다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떠나야했던 현실에 대해선 애써 눈을 감는다.

박근혜-최순실 세력을 권좌에서 쫓아냈고, 새롭게 정부가 세워졌지만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우리 사회는 진보한 것일까? 20대인 세 명의 청년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를 ‘진보’라 믿고 있는 기성세대, 과거 운동권 출신의 여러 선배들에게 말한다. ‘청년’ 더하기 ‘새로운 생각’을 모토로 하는 ‘청년담론’에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리버럴’은 이미 기득권이 되었고, 그들은 기존 상식을 복구할 수는 있어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이런 고민과 주장을 담아 책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를 출간했다.

진보라 자처하고 있는 기성세대를 향해 세 청년들이 던지는 질문과 생각은 날카롭고 묵직하고 거침없다. 이들은 “언제인가부터 한국에서 진보는 유시민으로 상징되는 리버럴이 대표하게 되었다. 개인주의와 자유로운 시장의 공정한 경쟁, 탈국가-탈민족 등 리버럴이 말하는 진보는 개인을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존재로 상정함으로써 매력적인 인간관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먹고살기 위해 고민하고 발버둥치며 힘겹게 살아갈 뿐이다. 이들의 삶과 괴리된 멋들어진 이상론은 더 이상 진보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삶이 빠진 진보는 관조, 위선, 엘리트 의식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는 똑똑한 사람들의 ‘멋’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이러한 사상을 한국 사회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적극 흡수했으며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실질적인 진보가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한다.

“투항하는 진보는 한국 사회에 필요 없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 필요한 구호는
‘헌법 밖의 진보’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우리 안에 깨뜨려야 할 것으로 합법에 대한 강박, 폭력을 감추는 가짜 평화를 고발한다. 이들은 “법 안의 진보라는 합법주의는 일종의 공포에서 시작한다. 대중들로부터의 고립, 종북이라는 낙인, 공안탄압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이 진보를 법 안에 가두어버린다. 법 밖의 진보를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법 안으로 들어가자는 구호는 투항이다. 투항하는 진보는 한국 사회에 필요 없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 필요한 구호는 ‘헌법 밖의 진보’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또 이들은 “공수부대의 군홧발에 짓밟혀 난사당한 5.18광주에 누군가는 말한다. 그래도 총을 들고 군인을 쏜 건 잘못된 일이라고. 그럼 우린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거대한 폭력 앞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압사당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주면서 저항해야 할까. 저항하는 사람들의 두 주먹을 묶고 “자, 응원해줄 테니 이제 한번 싸워봐!”라고 말하는 건 온당한 일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이제 더는 맞고만 있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할 때다. 폭력의 권한을 기득권과 지배권력의 손에서 다시금 저항하는 사람들의 권리로 쟁취해내야 한다. 우리는 평화시위를 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게 아니라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을 펼치며 이들은 지금의 집권 세력과 진보를 자처하는 기성세대들을 향해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민주개혁세력이라 불리는 진보 3세대는 여기에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하며 스스로 기득권이 되어버렸고, 진보정당으로 상징되는 진보 4세대는 3세대와의 연합에 목표를 두거나 소수의 의제를 사회에 제기하는 것에 그쳤다면서 지금 한국에 포스트모던-자유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세력은 없다. 그 결과 대중의 삶은 피폐해졌다며 새로운 진보를 선언한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 진보는 실패했다. 아니, 적어도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 사회가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원인은 1차적으로 이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한 보수기득권에 있겠지만, 그 책임은 진보에 있다. 바꾸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역할이 아니던가. 이런 암울한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방법’ 같은 건 없다. ‘방법’ 정도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 이 땅의 진보를 책임질 새로운 세력, ‘진보 5.0’이 등장해야 한다. 이른바 한국 사회 진보의 세대교체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생각이 대두되고, 새로운 진보가 등장해야 할 시기다. 책 속에 머물며 옳은 말만 하는 진보가 아닌, 삶에 다가가는 진보가 필요하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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