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법의 눈으로 본 주한미군] 주한미군 생물무기 실험·훈련, 미국에겐 너무 ‘쉬운’ 한국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번갈아 쓰는 단체 칼럼 '법의 눈으로 본 주한미군'을 시작합니다. 한미관계 전반에 대한 규범적 접근을 통해 헌법정신에 맞는, '주권'과 '평화'를 향한 관계 설정을 공론화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America First, 모든 것을 계획대로

미국은 모든 것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었다. 2015년 미 국방부가 '살아있는 탄저균' 포자가 배송되었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한국 오산기지에서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들이 있었으며,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 반입 시 우리 정부에 발송·수신기관, 샘플 종류·용도·양, 운송방법 등을 통보"하기로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봉합한지 정확히 2년 만에 확인된 사실이다. 미군은 2016년 3월, 주피터 ATD 프로젝트는 "2016년 3/4분기 안에 부산 8부두에 처음으로 도입될 것"이고, "다음 장소는 더욱 넓은 캠프 험프리"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최근 민중의소리 기사를 통해 그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 생물학 위협을 탐지, 분석한다는 기계가 부산 8부두에 설치된 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와 관련하여 부산시청 관계자는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무슨 시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지금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2015년 6월 1일 오후 평통사를 비롯한 환경, 노동,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 65개 단체가 오산기지 앞에서 탄저균 반입 및 실험이 이뤄진 오산 미 공군기지 미군 규탄 공동 항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는 대표단을 곤봉과 방패를 든 미군이 막아서고 있다.
2015년 6월 1일 오후 평통사를 비롯한 환경, 노동,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 65개 단체가 오산기지 앞에서 탄저균 반입 및 실험이 이뤄진 오산 미 공군기지 미군 규탄 공동 항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려는 대표단을 곤봉과 방패를 든 미군이 막아서고 있다.ⓒ민중의소리

미군의 거대한 실험실, 한국

말 그대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일찍이 시도한 바 없는 미군 프로젝트의 '실험실'이 되었다. 한국에서 이미 '기술시험평가'를 마친 장비의 '운용능력평가'를 마친 후 다른 나라에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피터 프로그램의 장비가 설치된 부산시 관계자가 밝힌 것처럼 그 운용능력평가가 뭘 하는 건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5년 6월, 주한미군은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주피터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생화학 시료를 뿌리는' 시연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그해 12월 '주한미군 오산 기지 탄저균 배달사고'와 관련한 결과를 보고하면서 '한미 생물방어 협력 관련 합동실무단(ROK-U.S. Biological Defense Cooperation Joint Working Group)'은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 생물학 작용제 검사용 샘플이 한국으로 반입되어야 할 것"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주피터 프로젝트와 앞으로도 한국에 반입될 '생물학 작용제 검사용 샘플'이 관련이 있는지, 장비만 갖다 둔 것으로 프로젝트는 끝난 것인지, '생화학적 시료를 실제로 뿌리는' 등의 훈련을 한 적이 있는지, 할 계획이 있는지 등등 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통제받지 않는 프로젝트'에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주권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법상 '통제받지 않는 프로젝트'는 불가능하다. 페스트, 탄저균 등은 「감염병 예방법」상 고위험병원체이며, 「생화학무기법」(「화학무기·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ㆍ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상의 생물작용제·생물무기 이므로 사전 신고 및 허가, 실험실 규제 등 어떤 식으로든 통제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SOFA에는 관련 규정이 없고, 그렇다면 국내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주한미군의 경우에만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규범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

미국에겐 너무 '쉬운' 한국, 극복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미 육군 에지우드 화학생물학센터 생물학분야 책임자이자 현재 주피터 ATD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피터 엠마누엘 박사는 '왜 한국인가?'라는 질문에 "단지 어디선가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본보기로 디자인된 것은 (중략) 최신 시연을 하는 곳이 어떤 곳은 작동하지만 어떤 것은 안 될 수도 있는 곳이라면,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지정학적으로 관련성이 있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에서 작업을 하고 싶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결국 한국이 '호의적인' 주둔국이기 때문에 특별한 제한 없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에게 한국은 쉬워도 너무 쉬운 나라였던 것이다.

새해 둘째날인 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탄저균 불법반입실험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 주최로 한 ·미 정부 평택 캠프험프리 ·부산항 8부두 쥬피터프로그램(생물무기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새해 둘째날인 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탄저균 불법반입실험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 주최로 한 ·미 정부 평택 캠프험프리 ·부산항 8부두 쥬피터프로그램(생물무기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너무 '쉬운' 한국을 극복하는 국민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준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국방부는 지금까지 사실을 감추고 주한미군을 대변하기에만 급급해 왔기 때문에 극복 프로젝트에 동참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한사코 미군기지내 환경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정부에 대해 정보공개를 명하면서 법원은 "용산 미군기지 토지오염과 같은 사안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는 과정 자체가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부산 8부두에 설치된, 또 평택에 설치될 '선제적 방어시스템'이라는 이 형용모순의 주피터 프로그램이 도대체 무엇인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들이 알고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대통령도 탄핵할 수 있는 한국에서 주한미군만 우리의 주권, 헌법과 법률 밖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하주희 변호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