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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칼럼] 특성화고 학생들은 왜 ‘현장실습 폐지’를 반대하는가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에서 청소년 인권, 자치활동, 사회참여 등의 활동을 해 왔습니다. 2017년에는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추진위원장을 맡아 멘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노동을 비롯하여 청소년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로 사회적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2017년의 시작과 끝에는 현장실습생 두 명의 죽음이 있었다. 전주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故 홍수연님과 제주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故 이민호님의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반복되는 고교 현장실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됐고, 작년 12월 1일 교육부는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정부의 대책은 모든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는 안은 아니었지만 정책 당사자인 학생들은 불안과 혼란을 겪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장실습 폐지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장실습에 대한 정부 정책은 2월 경 완성될 예정이고,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폐지를 반대하는 요구 또한 비중 있게 검토되고 토론되어야 하기에 이 글을 쓴다.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든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원들은 현장실습제도 폐지와 특성화고등학생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했다.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든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원들은 현장실습제도 폐지와 특성화고등학생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했다.ⓒ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제공

안전, 법, 인권을 요구했더니 폐지가 나오다

故 이민호님의 죽음 이후 특성화고 학생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추모촛불을 밝혔다. 우리사회에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습생에게는 여전히 현장 곳곳이 세월호이자 구의역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장실습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학생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안전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 법을 지키지 않는 업체를 제대로 처벌해서 법이 지켜지도록 해라. 우리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나 어른들에게서 돌아온 답은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폐지’ 또는 ‘현장실습 폐지’였다. 이 상황을 두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을 없앴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실습하는 한국사회 노동환경은 바꾸기 어렵다거나, 실습이 교육으로만 분명하게 자리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요구한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는 실습을 위해 정부가 업체에 대해 실질적인 규제를 한 적은 없다. 또한 고등학생 때 업체에 나가지 않더라도 졸업 후 20살 때부터 겪어야 하는 노동현실은 바뀌지 않기에 자칫 사고와 문제발생의 시기를 늦추는 대책으로 끝날 수도 있다. 때문에 학생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이고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실습 폐지를 반대하는 학생들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왜 원할까? 첫째,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현장에서 배우고 싶어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려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취업과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원한다. 지금의 학교는 이 부분을 채워줄 수 없다고 많은 학생들이 이야기한다.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가 기술만 가르치는 학원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고교 교육 전 과정이 기능교육, 실무교육으로만 채워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취업과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육 또한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학교보다는 업체가 낫다고 이야기한다.

둘째, 학생들에게 취업은 아주 중요한 문제고, 졸업 전 업체에 나가 취업의 길을 열고자 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취업을 원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연들이 있다. 대학에 가지 않고 전공분야의 일을 통해 전문역량을 갖추고 싶어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특성화고에 온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은 졸업 후 학교가 결코 학생들의 취업을 돕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것이 학생 본분에 맞지 않고,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통제되어야 하는 욕구일까? 성인에게 일자리와 생계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것이 학생들에게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만 적용되는 게 맞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제주 현장실습고등학생 이민호군이 생전에 지게차를 모는 모습
제주 현장실습고등학생 이민호군이 생전에 지게차를 모는 모습ⓒ특성화고 권리 연합회 제공

학습과 노동의 구분, 하나만 하자?

고교 현장실습의 문제가 무엇인지, 대안이 무엇인지 논의될 때 법·제도적 문제로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또는 학습인가, 노동인가 구분이 불명확하기에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결론은 학생 신분으로 학습으로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도적 정비는 필요하지만 꼭 한 가지를 빼고 나머지 하나로만 규정해야 할까? 학생들은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한다. 현실에서는 학습과 노동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두 가지 영역을 이중으로 보호하는 법·제도의 정비는 불가능한 것일까?

또한 현장실습의 문제 중 학생들이 다치고, 죽고, 피해를 입는 가장 열악한 문제가 학생과 노동자 이중신분을 갖는 법·제도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더라도 학생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다르다. 불법을 저지르는 업체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고, 강력한 처벌이 있다면 문제는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현실을 잘 모르는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고3 학생들의 취업을 막음으로써 당신들은 ‘학생’이라서 특별히 시끄러운 산재에 대한 비난을 듣지 않게 될 것이고, 그 학생들이 이 법에서 벗어나는 신분을 갖게 되는 때. 즉 성인이 된다면 이 이후로 당신들은 그 학생 보호에 대한 책임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여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어느 학생의 이야기 앞에 정부와 어른들은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어른들의 잣대와 기준을 내려놓고, 현실의 문제에 가장 맞닿아 있는 학생들과 의견을 들어야 보다 현실에 맞는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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