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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뻔뻔하게 말 뒤집던 자유한국당도 ‘움찔했던’ 그 순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대선 때 공약했던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이제와서 반대한다고 말을 뒤집은 뻔뻔한 자유한국당도 움찔하게 만든 질문이 있었다. 지난 2일 새해를 맞아 생중계된 ‘JTBC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유시민 작가의 대화를 재구성한 장면을 보자.

▲김 = 30년 만의 개헌이야. 국가 체제를 바꿔내는 엄청나게 중대한 일인데 패키지 여행 상품 땡처리 하듯이 하면 안 돼.
△유 = 시간 촉박해? 그럼 언제 할 계획인데?
▲김 = 올해 12월 31일 이전 언제든지!
△유 = 개헌 내용이 중요한데 자유한국당은 왜 개헌안에 대해 자기 주장을 안 해?
▲김 = 아니야. 우린 권력구조 부분에선 이원집정부제로 의견이 거의 모아졌어.
△유 = 그럼 선거제도는 어떻게 할 건데?
▲김 = 선거제도는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해봐야지.
△유 =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에 대해 안이 없다는 거야? 그래놓고 국민 신뢰도가 제일 낮은 국회에다가 현재 대통령 권한의 반을 잘라 주겠다고? 그거 국민이 동의 안 해줄 거다.
▲김 = 나도 다른 정당이 무슨 주장하는지 알아. 국회의원 선출 구조에 뭐가 문제 있는지 협상해봐야 된다니깐.
△유 = 소극적인 자유한국당 때문에 개헌 못하겠네. 차라리 2020년에 21대 국회 새로 뽑아서 개헌하는 게 낫겠어.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김 원내대표가 분명한 답변을 피한 대목은 바로 ‘선거제도 개편안’에 대한 입장이었다. 개헌안에 대한 입장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쟁점 중 하나인 권력구조 개편안에 대해선 ‘이원집정부제’라는 입장을 일단 내놨지만, 그와 연동되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란, 행정부의 권한을 대통령과 내각수반이 나누어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은 외치를, 의회에서 선출되는 총리가 내치를 담당한다. 우리 제도에 비춰보면 대통령의 권한 상당 부분이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럴 경우 의회의 구성 자체가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의회 구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의 현황은 어떤가. 대통령이 탄핵 당한 지난 정부의 집권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무려 116석을 차지하며 제1 야당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면 된다고? 지금처럼 국회의원 선거가 소선구제 위주로 치러지게 된다면 다수당에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고,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50.1% 대 49.9%의 선거결과가 나오면 49.9%의 민심은 버려지는 게 바로 소선구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얻은 정당득표율(비례대표 선거)과 실제 의석수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은 늘 정치권 안팎에서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번에는 특히 개헌과 맞물려 더욱 논의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자유한국당과 달리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례성 강화에 방점을 둔 다양한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고, ‘제3당’ 국민의당 역시 ‘선거제도 개편 없는 개헌에 반대한다’며 선거제도 개편에 누구보다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작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인 건 모순되게도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의회로 가져오자던 자유한국당이다.

87년 이후 시도조차 쉽지 않았던 개헌은 내용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붙어 합의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경우 개헌 내용에 대한 주장 자체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동시 개헌 반대’가 별다른 명분이 없어 보이는 이유이다.

그래놓고 자유한국당은 국회 헌법개정특위원회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헌법개정 권고안 초안을 두고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헌법개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4일 김종필 전 총리 자택을 예방해 “이 정부에서 하는 개헌 방향이 좌파사회주의 체제로 근본틀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개헌방향이 맞지 않다”고 철지난 이념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속내는 무엇일까. 개헌 국민투표를 할 경우 동시에 지방선거 투표율이 올라가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만 가득찬 것일까.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유권자들의 직접 정치참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 정작 정치인들은 수준 높은 공론의 장을 만들지 못하고 ‘자기 잇속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현실이 새삼 씁쓸하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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