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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할 자유는 없다, 책 ‘말이 칼이 될 때’
책 ‘말이 칼이 될 때’
책 ‘말이 칼이 될 때’ⓒ기타

‘맘충’, ‘노키즈존’, ‘여혐’, ‘김치녀’ 등 우리가 인터넷 공간과 생활 공간에서 자주 만나는 단어들이다. 누군가를 향한 혐오 표현이 얼마나 일상화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94.6%, 여성 83.7%, 장애인 83.2%, 이주민 41.1%가 온라인 혐오표현으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 표현은 혐오라고 지적하면 말할 자유를 이야기하고, 남이 말하면 불편해하면서도 자신의 혐오표현은 농담이라고 가볍게 넘어가기도 한다. 진보덕 법학자인 홍성수 교수는 책 ‘말이 칼이 될 때’를 통해 혐오 시대를 조망하면서 결코 “혐오할 자유는 없다”고 강조한다.

혐오표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단행본인 이 책에서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이 칼이 되고 폭력이 되고 영혼을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저자 스스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현장에 뛰어들어 소수자들과 함께 혐오표현을 얻어맞으면서, 말이 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게 된 성찰의 과정을 겪었기에 가능한, 솔직하고 뜨거운 고백이 담겨있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에는 ‘동남아시아 출신들은 게으르다’, ‘조선족들은 칼을 가지고 다니다가 시비가 붙으면 휘두르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등과 같이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말들이 있고,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 ‘나서지 마라’, ‘집에서 애나 봐라’와 같이 소수자를 일정한 틀에 가둬놓고 한계를 지우는 유형도 있다”면서 “이러한 말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발화된다면 어느 순간 사실로 굳어지게 된다. 허위가 사실로 둔갑하여 또 다른 차별을 낳게 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홍 교수는 혼란스럽게 쓰이는 혐오, 혐오표현, 혐오발언 등의 용어를 혐오표현으로 정리하고, 그 정의를 '소수자집단에 대한 혐오에 근거해 소수자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사회적 소수자 집단은 성별(여성), 인종(흑인·동남아시아), 성적 지향(성소수자), 지역 출신(전라도), 종교(무슬림), 장애 등으로 구분된다. 저자에게 혐오표현이란 단순히 '기분 나쁜 말', ‘듣기 싫은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데 실질적인 위협과 불안을 가져오는 말이다.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국가건 사회건 작금의 현실을 충분히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따라서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다. 어디서부터 희망의 대안을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최소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것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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