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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칼럼]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3가지 역사적 책무
KBS 새노조의 파업이 101일째인 지난달 13일 오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조원들이 릴레이 발언을 하고 있다.
KBS 새노조의 파업이 101일째인 지난달 13일 오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조원들이 릴레이 발언을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KBS의 총파업이 123일째 진행 중이던 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보궐이사에 김상근 목사를 추천하기로 의결해 이인호 이사장 불신임, 고대영 사장 해임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MBC에 이어 KBS, YTN도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들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 방송 모두 공영이거나 공영과 성격이 유사한 방송이다. SNS 시대의 공영방송의 사명은 공정하고 공익적인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다. 세 방송은 몰상식과 파렴치가 악취를 풍기던 적폐와 그 생산자들에 대한 청산과 함께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

MBC, KBS, YTN 3 방송이 정상화되고 연합뉴스가 국가 기간통신사로서 그 소임에 맞는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촛불혁명의 완성은 성큼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촛불혁명의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 그 이정표 내용이 무엇인지는 다 촛불시민들에 의해 공지된 상태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올해 세 방송이 시민사회에 보여줘야 할 방송이 어떤 것인지는 명명백백하다.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KBS)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KBS)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정의철 기자

첫째 공영방송은 촛불혁명이 진행될 수 있는 강력한 매체가 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은 남녀노소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SNS를 네트워크 삼아 광장에서 실천되었고 박근혜 정권의 조기 퇴진을 가능케 했다. 박근혜 파면과 새 정부 등장의 과정을 촛불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하지만 2차 대전 종전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한 혁명은 20세기 초까지 발생했던 혁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을 주목할 때 ‘촛불’은 혁명으로 손색이 전혀 없다.

촛불혁명은 시민사회가 SNS를 배경 삼아 전자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촛불혁명의 사회적 배경의 하나는 정보화 시대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주목한다면 공영방송이 왜 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한 주체의 하나가 되어야하는지 명백해진다. 공영방송은 21세기 사회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정보생상과 전달력을 지닌 초강력 매체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모순 구조를 살필 때, 박근혜 조기 퇴진을 예측하고 준비한 사회과학적 도구가 개발되지 않았다 해도 시민사회의 역동성으로 보아 촛불혁명은 향후 어떤 식으로든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공영방송은 촛불혁명이 제기한 과제의 실천을 앞당기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것은 역사적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과제는 개헌이다. 촛불의 염원이 실천되는 동력원이 될 헌법을 제대로 고치는데 공영언론이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헌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 지고 그것이 어떻게 굴러가야 하는지를 정하는 사회정치적 작업이다. 개헌의 주체는 헌법이 명기되어 있지만 국회 등의 태도로 보면 역사의 시계바늘을 전진시키려는 의지와 열정이 매우 미약한 상태다. 이를 언론 특히 공영언론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야 한다. 촛불시민이 참지 못하고 거리에 나오지 않도록 제 4부의 역할을 최대한 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진정한 국민의 머슴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회가 제대로 되어야 법치를 가능케 하는 입법 활동이 건전하고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뽑아 놓으면 그 시간부터 국민을 무시하고 심지어 짓밟는 국회는 철저히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박정희의 유산인 군대식 정당의 권력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당대표가 사단장이 되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그 졸개가 되는 식의 당 운영구조가 발붙이지 못하고 국민만을 섬기는 진정한 국회가 되도록 헌법 장치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적절한 기사 심의 제도 등이 개선되고 언론사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시스템이 창조되어야 한다.

파업 50일을 맞은 KBS·MBC 노조원들이 2016년 10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KBS·MBC 공동파업 50일 투쟁 승리 언론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방송 적폐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파업 50일을 맞은 KBS·MBC 노조원들이 2016년 10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KBS·MBC 공동파업 50일 투쟁 승리 언론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방송 적폐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공영방송 등이 힘써야 할 세 번째 책무는 평화통일을 가능케 하고 한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정착시키는 명실상부한 주권국가가 되는 공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하는 작업이다. 평화통일 노력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저지되었나 하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입증할 수 있지만 가장 심각하고 악질적인 것은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앞장서 벌인 댓글 공작, 블랙리스트 작업 등이다. 이 두 국가기관은 정권 비판 세력을 종북, 친북으로 몰아가면서 매도하고 국민을 기만했다.

수구세력은 국가보안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종북몰이’를 민주화 추진 세력의 약화나 궤멸에 악용했고, 그 추악한 범죄 행각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등이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자행한 정치공작은 정보화 시대의 문명의 이기를 악용한 범죄로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헤아릴 길이 없다.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국정원, 국방부 등은 북한 관련을 앞세워 심리전, 선전전 자료를 남발했고 공영언론 등은 이를 중계방송 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이런 반언론적 작태가 더 이상 자리 잡지 못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 대중매체는 국보법과, 수구보수 세력이 신성시하는 한미동맹의 틀 속에 갇힌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데 매우 미흡하다. 이에 대한 맹성과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공영방송은 일부 정치권이 내놓는 ‘가짜 뉴스’와 ‘과도한 정치선전’의 확성기 역할을 당연히 배격해야 하고 그런 반사회적 행각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건전한 관련 정보생산과 유통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남북문제, 북핵 문제 등에 언론에 등장하는 전문그룹에는 국정원, 군부대 출신 등 극우인사 다수가 포진해 있어 21세기에 걸 맞는 전문적 해설이나 논평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액면 그대로 확대 재상산하거나 남북간 전쟁도 대안의 하나로 아무렇지 않게 발언하는 작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가 절실하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개헌을 통한 권력 기관의 ‘환골탈태식’ 개혁을 통해 국민만이 주인인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야 하고, 국보법 개정·폐지 등 제도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것이 촛불혁명이 제시한 이 나라의 좌표다. 여기에서 공영방송은 그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역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보수적 정치세력의 현실안주적 태도를 볼 때 현실 정치 세력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주역이 되기는 어렵다. 공영방송이 민주주의 발전과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능력을 갖춘 사회가 오는 데 마중물 역할을 자임할 때 촛불 혁명 완수의 날이 가까워질 것이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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