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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AND FURY :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았다
서점에서 화제의 책  ‘화염과 분노’를 읽는 독자. 2018.1.5
서점에서 화제의 책 ‘화염과 분노’를 읽는 독자. 2018.1.5ⓒAP/뉴시스

편집자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폭로한 마이클 울프의 신간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트럼프 백악관의 내부’가 전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자인 울프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잡지 ‘뉴욕’에 직접 책의 내용을 요약한 기고를 실었다.

책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기고문의 일부를 축약해 소개한다. 원문은 Donald Trump Didn’t Want to Be President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11월 8일 오후, 켈리안 콘웨이(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는 트럼프 타워에 사무실을 차렸다. 대선전이 한참이던 직전 주까지만 해도 선거사무실 본부는 외진 곳에 위치해있었다. 그조차도 일반 사무실에 가까웠고, 그곳이 선거사무소라는 것은 몇 장의 우파적인 슬로건을 담은 선거 포스터로만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콘웨이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질 수 있다는 자신감! (질 수 없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그녀가 예상하기에 트럼프는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며, 약 6% 포인트 이내의 표차로 아슬아슬하게 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다면 사실상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패배가 임박했다고 자신했다. 지더라도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라인스 프리버스의 책임이 될 테니까.

그녀는 많은 시간을 할애애 친구나 정치 동료들에게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헐뜯는 내용의 통화를 했다. 대선 이후에 자신의 직업을 염려해 캠프에서부터 알게 된 언론인들에게 공을 들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몇몇 주요 주들이 트럼프 지지 쪽으로 상황이 바뀌는 듯 했으나, 콘웨이나 트럼프, 그리고 사실상 캠프를 이끌었던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조차도 확신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질주는 곧 끝이 났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캠프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조차도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 데 말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자, 트럼프는 기고만장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그는 선거전 초반 샘 넌버그 보좌관에게 말한 적 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로저 에일스(전 폭스뉴스 사장)는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싶다면, 대선에 참가하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런 에일스에게 영향을 받은 트럼프가 트럼프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트럼프는 에일스에게 (대선전이) 더 강력한 브랜드와 막대한 기회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였다. 대선 일주일 전에는 트럼프가 에일스에게 “내가 꿈꿔왔던 것보다 더 강력하다. 나는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져도 진 것이 아니다. 이만큼만 해도 우리가 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해양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NBC방송과 이라크·아프칸 참전용사 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한 군 최고 사령관 포럼(Commander-In-Chief Forum)에 참석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진행자 맷 라우어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6.09.08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해양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NBC방송과 이라크·아프칸 참전용사 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한 군 최고 사령관 포럼(Commander-In-Chief Forum)에 참석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진행자 맷 라우어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6.09.08ⓒAP/뉴시스

트럼프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

처음부터 트럼프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대선전이 얼마나 쓰레기같은 것이며, 여기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찌질이’같다는 것이었다. 8월경 힐러리 클린턴과 12% 포인트 가량 지지율 차이를 보일 때, 그는 대선 승리라는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조차 없었다. 트럼프는 자신과 안면도 없는 우파 성향의 백만장자, 로버트 머서나 테드 크루즈가 자신의 캠프에 5백만 불 이상을 기부했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머서와 그의 딸 레베카가 캠프를 떠맡아 자신들의 인력으로 채우려고 했을 때에도 스티브 배넌과 콘웨이, 그리고 트럼프조차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왜 그런 기여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갔을 뿐이었다. 머서는 그런 트럼프에게 “이 선거전이 매우 엉망이다”라고 말했다.

8월경 트럼프 캠프에서 최고책임자로 올라선 배넌도 “엉망진창(broke-dick) 선거전”이라고 칭했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갑부임을 내세우는 후보자 자신이 자신의 캠프에 돈을 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넌은 9월 경 쿠슈너에게 대선 전까지 약 5천만 불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읍소했다. 쿠슈너는 이에 “승산이 확실하게 있지 않고서는 그만한 금액을 절대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배넌이 “2천 5백만 불이라도 어떻게 안될까”라고 재차 묻자 “대선 승리가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확실하다고 할 수 있으면 몰라도”라고 답했다.

결국 트럼프는 자신의 캠프에 1천만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제공하고, 다른 기부금이 접수될 경우 바로 되돌려받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은 평생에 걸쳐 대권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달랐다. 트럼프 후보와 그의 주변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면 그에 따르는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도 자신들이 살아왔던 방식은 조금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캠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위에 오르면 대개 트럼프와 한번씩은 부딪히게 된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그 동안 해오던 사업과 부동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고, 뻔뻔할 정도로 세금 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왜 그랬던 것일까?

대선에서 지고 나면, 트럼프는 어마어마하게 유명해질 뿐 아니라 ‘사기꾼’ 힐러리에게 당한 희생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딸과 사위는 국제적 스타덤에 오르고, 스티브 배넌은 보수주의 진영의 사실상 수장으로 활동할 참이었다. 콘웨이는 케이블 뉴스 스타를 꿈꿨다. 멜라니아는 다시 눈에 띄지 않게 브런치를 즐길 수 있고... 지고 나서 이렇게 되는 것이 모든 이들의 꿈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지는 게 이기는 것이었다.

대선 당날 저녁 8시를 갓 넘기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예기치 않은 소식이 전해졌을 때, 트럼프의 아들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버지, 트럼프가 무슨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라고 말했다. 멜라니아는 눈물을 흘렸다. 분명 기쁨의 눈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시간쯤 뒤에 스티브 배넌이 목격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정신 없어 하다가 점차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기 시작했다고 한다.

9일(한국시각) 미국 대선 개표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깨고 앞서 나가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6.11.9
9일(한국시각) 미국 대선 개표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깨고 앞서 나가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6.11.9ⓒ뉴시스

승리 직후:트럼프는 보여지는 그대로다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뒤죽박죽이었다. 어떻게 내각을 꾸리고 백악관을 운영할 지에 대한 제각각의 논의가 뒤섞였고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석보좌관들이 초기 몇 달동안 해온 일들은 대혼란을 일으켰고, 임기 초반 일년 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었다. 멜 브룩스 감독의 ‘프로듀서’의 현실판 같았다.

트럼프를 아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환상이 없다. 그것이 또한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는 보여지는 그대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빈약한 정신상태. 그의 갑부 지인들은 모두들 트럼프가 매우 ‘광범위하게’ 무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선 기간 동안 급하게 워싱턴에서 트럼프 타워로 옮겨졌던 빈약하기 짝이 없던 트럼프 캠프는 이제 백악관을 향하게 됐다. 하룻밤 사이에 예정에도 없던 정권을 잡게 된 트럼프의 내부 인사들은 적절한 경험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들이었다.

트럼프가 빨리 백악관 참모들을 꾸려야 된다는 압박이 보수 진영으로부터 가해졌다. 에일스가 추천한 인물은 일년 전 백악관 대변인에서 사임한 존 베이너였다. 트럼프의 반응은 “걔가 누군데?”였다. 부통령, 장관까지 인선해야 될 인사가 산더미였지만, 트럼프는 경륜있는 참모진을 꾸리는 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트럼프가 이때 꺼내 든 카드는 사위 쿠슈너였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이때 트럼프에 맞선 이가 앤 코울터다. “아무도 당신에게 사실을 얘기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당신 아이들을 고용해서는 안된다.”

이런 압력에 못이겨 트럼프는 그 다음 카드로 스티브 배넌을 꺼낸다. “(배넌이 수석 보좌관이 되면, 워싱턴은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며 내부 이견이 나왔다.

다음 카드는 라인스 프리버스였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이었던 그의 뒤에는 백악관 대변인 폴 라이언,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의원 등이 있었다. 트럼프와 직접 상대하기 힘들었던 의회 측에서는 프리버스가 최고의 카드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건 정부와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 참모의 롤모델이었던 짐 베이커는 프리버스에게 이 직을 고사할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프리버스 역시 처음으로 트럼프와 긴 회담을 가진 후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가 쉬지 않고 같은 얘기를 혼자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비서진은 프리버스에게 “이제 한 시간 정도 트럼프와 만나실텐데, 아마도 54분짜리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미리 한 가지 포인트를 잡아 준비하시고, 치고 들어갈 수 있을 때 치고 들어가서 얘기할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라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11월 중순 경 프리버스가 비서실장에 등용되고, 배넌 역시 같은 급의 자리에 임명되었다. 프리버스가 명목상의 최고 책임자였지만, 사실은 배넌이나 쿠슈너 같은 트럼프 측근이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를 제어할 힘은 프리버스에게 없었다.

12월 14일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타워로 찾아온 실리콘 밸리 대표진들을 면담하게 되느데, 트럼프는 이날 오후 루퍼트 머독에게 “면담은 잘 되었다. 이 사람들은 내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에게 잘 하지 못한 것 같다. 규제가 많았으니까. 내가 진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머독은 “그들은 8년동안 오바마를 손아귀에 쥐고 있었어. 그들은 실제적으로 행정부를 움직이는 사람들이야. 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H-1B 비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던데”라고 했고 머독은 그렇게 되면 이민자들에게 문을 걸어닫고 미국인들에게 직업의 기회를 더 주겠다는 선거전 때의 주장과 모순이 된다고 설명하자 트럼프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나중에 알아보지 뭐”라고 트럼프는 얼버무렸다. “진짜 바보인걸”. 머독은 전화를 끊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2017.2.7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2017.2.7ⓒAP/뉴시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오른 스티브 배넌

갑자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오르게 된 스티브 배넌의 인선이 다소 늦어지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2주 정도 앞둔 2017년 1월 3일 저녁, 배넌은 로저 에일스를 만나기 위해 그린위치 빌리지 타운하우스에서 열린 몇몇 지인의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 76세의 노인인 에일스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당선에 놀라기는 했지만, 배넌을 등용해 우파 색채를 강화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을 짐작하는 눈치였다.

에일스의 폭스 뉴스는 연간 15억 달러의 순이익을 내면서 공화당 정치를 이십여년간 주도해왔다. 이제 그 역할은 배넌의 브레이트바트가 맡고 있다. 아직은 연간 150만 달러 순이익 정도에 그치는 작은 규모이지만. 지난 30년 동안 에일스가 보수 정치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었다면, 이제 배넌과 그의 브레이트바트가 트럼프를 당선시킨 장본인들이었다.

밤 9시 반 정도에 배넌은 3시간 정도 늦게 파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숨 돌릴 새도 없이 “청문회도 준비해야 하고, 7일 안에 캐비넷 멤버를 다 채워야 되는데, 홍수가 몰아닥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야말로 전후시기에나 있음직한 인재 등용 시스템이었다. 배넌은 에일스에게 머독 문제를 측면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다.

배넌은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부 장관 지명자에 대해 “미친 개(Mad Dog)”라고 칭했고, 그러다가 화제를 바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도 평했다. “매티스와는 달라. 괜찮은 사람이야. 주위에 쓸만한 사람들이 있더군”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인재 영입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매파 외교관인 존 볼튼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고려 중이라고 했다. 에일스 역시 존 볼튼 카드에 동의했다. “그는 정말 저격수야. 좀 이상한 측면도 있어. 하지만 아마 그가 필요할거야. 이스라엘 문제에 그보다 좋은 적임자는 없어”라고 에일스는 충고했다. “플린은 이란 문제에 미쳐있고, 틸러슨은 석유 문제나 알지”라고 덧붙였다.

배넌은 이에 대해 “볼튼의 콧수염이 문제야. 트럼프가 별로 안 좋아해. 볼튼은 친해지기에 좀 시간이 걸리는 타입이잖아”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에일스는 “맞아. 호텔에서 싸우기도 하고 다른 여성을 뒤쫓다가 걸리기도 하고 좀 문제가 있긴 해”라고 말하자 배넌은 “그걸 트럼프한테 말하고 바로 기용하자고 할 걸”이라고 능글맞게 웃었다.

배넌은 자신조차도 트럼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내세운 “세계는 국경(장벽)이 필요하다”는 매세지가 사람들에게 갑자기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했다. 에일스는 “트럼프가 그런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할까?”라고 질문했다. 배넌은 물을 한 잔 마시면서 시간을 끌고는 “아마도 알걸. 아니면 지금 그냥 벌어지고 있으니까 받아들이는 거겠지”라고 답했다.

배넌은 트럼프의 아젠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단 정권을 잡고 나면,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거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찬성했고, 셸던의 아델슨 회장(카지노 거물이자, 극우적 성향의 친이스라엘파)도 찬성이야. 이 문제가 어떻게 벌어질지 예측하고 있어. 요르단은 웨스크뱅크를 맡고, 이집트는 가자를 맡게 하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 아니면 이판사판이지”라고 말했다. 에일스가 “트럼프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재차 확인하자 배넌은 “트럼프는 완전 찬성이지”라고 답했다. 에일스가 “트럼프가 깊게 생각해봤을 리가 없어”라고 비웃자 배넌은 코웃음을 치며 “너무 많이 생각하든, 생각이 없든 변하는 게 있겠어?”라고 대답했다.

에일스가 러시아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사고를 쳤다는 식으로 말하자 배넌도 동의하며 “이번에 트럼프는 러시아에 가면 푸틴을 만날 줄 알았는데, 무시당했다. 그래도 아마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자신이 트럼프 정권의 영화감독이라고 여기는 듯 했다. 그러면서 주적은 중국이라고도 못박았다. 신냉전의 최전선에는 중국이 있다는 인식이었다.

“중국이 제일 문제야. 중국을 요리하지 못하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중국은 1920,30년대의 나치 독일이라고 생각하면 돼. 독일사람들처럼 중국인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고 1930년대에 독일처럼 세계를 휘저어 놓을 거야. 국수주의가 필요해. 한번 국수주의가 퍼지면, 램프에서 풀려난 지니처럼 절대로 다시 주워담을 수 없지”

이에 에일스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트럼프는 닉슨이 될 수 없지”라고 답했고, 그러자 배넌은 웃으며 “배넌은 될 수 있지”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에일스는 “애들은 어때?라고 물었다. 쿠슈너에 대해 묻는 말이었다. 배넌은 “그는 내 파트너야”라고 말했다. 배넌이 반대하면 쿠슈너는 계속 고집을 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에일스가 “요즘 쿠슈너가 루퍼트 머독을 만나고 다닌다던데”라고 말하자 배넌이 “그래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라고 말문을 꺼냈다.

에일스는 성추문 혐의로 폭스에서 사퇴했으므로, 머독에 대한 심기가 좋지 않았다. 머독은 자주 트럼프 당선인에게 온건파 기용을 종용했다. 배넌은 에일스에게 트럼프를 만나 (트럼프는 노화에 대한 일종의 노이로제가 있다) 머독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흘려달라고 했다. 에일스는 “내가 전화해볼게. 푸틴 때처럼 고생 좀 할거야. 누가 누구 줄에 서는지 좀 걱정스럽긴 하다”라고 말했다.

취임식에 도착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래). 2017.1.20
취임식에 도착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래). 2017.1.20ⓒAP/뉴시스

취임 첫날:그것은 전쟁의 서막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취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취임식에 초청받은 톱스타들은 이를 무시해버렸고, (하룻밤을 자야할) 백악관의 블레어하우스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공공연하게 부인과도 다투었다.

취임식 당일 백악관에 가장 먼저 들어간 수석보좌관은 배넌이었다. 취임식 행사가 한참 진행중이던 시점에 배넌은 32살짜리 케이티 월시 비서실 부실장과 함께 백악관을 둘러보았다. 배넌은 백악관도 별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배넌은 트럼프 취임 100일의 차트를 기록할 화이트 보드를 신청하고, 나머지 가구는 모두 뺐다. 누구에게도 앉을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제한된 토론 공간. 제한된 토론. 이것은 전쟁의 서막이었다.

캠프 인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일주일도 안돼 배넌은 대선전 당시의 동지애 따위는 저버리고 훨씬 더 권위적으로 행동했다. 배넌은 이미 자신의 다음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트럼프의 혼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그는 정적들을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주자는 머독이었다. 머독이 트럼프의 귀롤 사로잡고 있었으므로 배넌의 원한을 사기에 충분했다. 배넌이 트럼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트럼프와 마지막으로 말하게 되는 바로 그 사람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자랑삼아 머독이 자신에게 자주 전화한다고 떠벌렸고, 머독은 오히려 트럼프가 전화를 끊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배넌은 트럼프에게 “머독은 미국 정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미국인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험담했다. 머독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트루먼 이후 모든 대통령들을 예로 들며 머독은 트럼프에게 최대 6개월간의 허니문 기간 동안 어젠다를 세우고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이후에는 관리라는 뜻이었다.

배넌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지만 트럼프는 이미 평소처럼 골프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는 사이 배넌이 세운 전략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배넌의 머리 속에는 단호한 청사진이 그려져있었다. 그는 취임 100일 동안 공표할 200개가 넘는 행정명령들을 뽑아뒀다. 가장 시급한 사안은 이민자 제한이었다. 그것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 중 핵심이기도 했다. 게다가 배넌은 이로써 민주당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계산했다.

배넌이 이 작업을 밀어부치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직 내각에 제대로 자리 잡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회의를 주재하고, 팀을 꾸리고 행정부 장관들을 감독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배넌과 쿠슈너 그리고 이방카는 구체적인 직무가 없는 상태였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추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월시는 “혼돈을 만드는 것이 배넌의 전략”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월 27일 금요일 취임 8일째를 맞은 트럼프는 무슬림 입국 제한을 담은 행정 명령에 사인했다. 행정부 안에서는 이 안에 대해 알거나 듣지도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배넌의 작품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언론은 공포감을 쏟아냈고, 이민자 커뮤니티는 충격을 받았다. 공항에서는 크고작은 소동이 벌어졌고, 정부도 혼란에 빠졌다. 배넌은 이런 결과에 만족했다. 민주당이 운영하던 미국과 트럼프의 미국이 어떻게 다른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왜 금요일에 이런 일을 벌여 공항을 혼란에 빠뜨리고 (주말동안) 거대 시위를 자극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배넌은 이에 대해 “음.. 공항에 눈과 함께 폭동이 찾아오겠지”라고 답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화를 돋워 더욱 좌경화 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어진 일요일에 ‘모닝 조’ 프로그램의 두 진행자가 백악관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집무실로 초대해 “나의 취임 첫 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진행자는 행정명령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트럼프는 “(폭스 뉴스의) 해니티를 부를걸”이라고 답했다.

이 자리에 쿠슈너와 이방카가 합석하자 트럼프는 계속 해서 자신이 잘한 점에 대해서 물었고, 진행자는 백악관에 철강노조 지도부를 초청한 것은 잘한 것 같다고 답했다. 쿠슈너가 “배넌이 일하는 방식”이라고 끼어 들자 트럼프는 “배넌? 배넌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건 내 아이디어였어. 트럼프식이지 배넌 식이 아니라고”라며 반박했다. 쿠슈너는 민망해져서 의기소침해 있었다.

트럼프는 화제를 바꿔 두 진행자가 무슨 사이냐고 캐물었고 “결혼하라”며 바람을 잡았고 쿠슈너는 “내가 주례를 서주겠다”며 자신이 인터넷으로 유니테리언교 목사직을 안수받았다며 떠들었다. 트럼프는 “뭐라고? 내가 주례를 서줄 수 있는데, 왜 너한테 받겠니? 나같은 대통령이 주례를 서줄 수 있는데, 내 별장에서!”라고 받아 쳤다.

쿠슈너와 이방카:첫 여성 대통령은 바로 나

트럼프의 장녀인 쿠슈너와 이방카는 준비없이 당선된 트럼프를 도와 백악관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았다. 부부가 같이 내린 결정이었고, 부부의 공동 작업이었다. 부부의 공동 작업의 목표는 바로 때가 되면 이방카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이었다. 첫 여성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이 떨어진 것을 가장 반겼던 사람은 이방카가 아니었을까. 그녀 자신이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배넌은 자방카(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의 합성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그들을 경계하였는데, 이 소식을 전해듣고는 “설마,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이방카가 대통령이 되겠다니) 세상에나”라고 경악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향인 뉴욕을 찾은 이방카 부부. 2017.5.4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향인 뉴욕을 찾은 이방카 부부. 2017.5.4ⓒ신화/뉴시스

사실 이방카와 쿠슈너는 백악관의 공식 직함을 원했다.

이유는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에 올인하기 위해서다. 하루종일 전화만 붙잡고 사는 (트럼프는 공식 미팅을 잘 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지근거리에 있기 위해서였다. 트럼프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다. 정보를 교환하거나 앞뒤 맥락을 잇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남의 말도 잘 듣지 않고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대화 상대가 자신에게 집중하기를 바라며 상대가 굴복당할 만큼 만만한지 간을 본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는 매우 직관적이며, 제멋대로이지만 매우 훌륭한 배우라고도 할 수 있다. 그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설설 기는 종이 되거나 아니면 그가 화나지 않게 살살 구슬릴 수 있는 고급 공무원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방카는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가 전통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언급한 적 있다. 그녀는 자신이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결혼과 이혼 관계에서도 조력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매우 기회주의적이거나 업무적인 관계다.

이방카에게 트럼프와의 관계는 전부 비즈니스다.

트럼프 브랜드를 만들고, 대선전을 이끌고 이제 백악관까지 차지했다. 그녀는 아버지를 대할 때 상당한 거리를 둔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조롱하기도 한다. 대머리를 감추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희화화한다.

쿠슈너의 역할은 장인을 제어하는 것인데,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트럼프 취임 후 첫 수요일에 외국 사절단으로서는 처음으로 멕시코 고위 공직자들이 백악관을 찾았다. 쿠슈너는 프리버스와 함께 그들을 만났고, 그날 오후 트럼프에게 달려가 성공적으로 회담을 마쳤으며 멕시코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되었다고 전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멕시코인들이 미국인의 직업을 훔쳐가고 있으며 “꼭 필요한 장벽에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가 맥도날드를 좋아하는 이유

백악관을 혼란과 무능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트럼프 자신이었다.

대통령은 애당초 트럼프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대저택과 전용기, 경비원 등 호화로운 삶은 예전과 비슷했지만 대통령이 해야 하는 많은 일이 성가셨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했다. 취임 초반 트럼프는 자신의 침실에 기존의 한 대의 텔레비전에 더해 두 대를 더 놓아줄 것을 신청했고, 문에 잠금장치를 보강하라고 했다. 경호처는 그들에게 접근권이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트럼프는 옷가지를 정리한 시설관리인에게도 화를 내며 “내 셔츠가 바닥에 있다면, 내가 그렇게 놓고 싶어서다”라며 어느 누구도 자신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규칙을 만들었다. 특히 그는 독약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어 자신의 치약에 손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는 아마도 그가 맥도날드를 좋아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방문하면 그 누구도 그를 독살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만일 그가 6시 반 스티브 배넌과의 저녁 식사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아마도 침실에서 치즈버거를 들고 3개의 스크린으로 텔레비전을 보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통화는 주로 몇몇의 친구들에게 한정된다. 트럼프의 사생활이 폭로되면서, 그는 (그들 가운데) 누가 폭로자인지 밝히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십은 트럼프 자신에게서부터 새어나온다.

2월 6일, 트럼프는 격앙된 어조로 미디어에 대한 경멸과 스탭들의 불성실에 대해 전화통화에서 열변을 토했다. 뉴욕타임즈 메기 하버만 기자를 “또라이”라고 불렀고, 자신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교하면서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타임즈에 실은 가일 콜린스에 대해서는 “멍청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제프 주커에게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는 주커를 CNN 자선 행사에서 만났다며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라고 폄하했다. 트럼프는 주커가 러시아 “자료”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들을 방송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CNN은 트럼프가 모스크바에서 고급 직업여성을 불러 파티를 즐겼다고, 이른바 “골든 샤워” 스캔들을 폭로한 바 있다. 자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이를 시기해 온갖 지어낸 이야기들로 자신을 험담하는 것이라고 트럼프는 주장했다.

한 가지 예를 들며, 타임지가 배넌이 진짜 대통령이라고 한 것에 대해 “그 자가 나한테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열을 올렸다. 이 질문을 계속 반복하며 “제로! 제로!”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사위를 언급하며 배울 게 많은 젊은이라고 치켜세웠다.

언론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트럼프는 말했다. 세터데이 나이트 쇼(SNL)는 매우 재미있지만 미국의 모든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SNL은 “가짜 코메디”로 매우 비열하다고 했다. 그는 어느 전임 대통령, 심지어 닉슨 대통령도 언론에서 이렇게 다뤄진 적은 없다며 억울해했다. “캘리안 콘웨이(대통령 고문)가 아주 공정하게 이것을 다 기록하고 있다. 그걸 찾아보면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멕시코에게 뺏길 연간 7억 달러 정도를 막았는데 미디어에서는 자신이 하루종일 백악관에서 샤워가운 차림으로 놀고만 있다고 보도한다고 불평했다. “난 샤워가운도 안 입어 사실. 난 그런 거 안 입는 남자야”라고 항변했다. 언론이 자신과 백악관의 위엄을 깎아내리고 있지만 “권위는 매우 중요한 거야”라며 “머독은 예전에 한번도 나한테 먼저 전화를 안 했는데,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로는) 이제 나한테 항상 전화해”라고 26분간이나 말했다.

함께 걷는 백악관 실세 세사람. 왼쪽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와 딸 이방카,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수석전략가 배넌, 오른쪽 끝이 프리스 비서실장이다. 2017.2.17
함께 걷는 백악관 실세 세사람. 왼쪽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와 딸 이방카,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수석전략가 배넌, 오른쪽 끝이 프리스 비서실장이다. 2017.2.17ⓒAP/뉴시스

프리버스, 배넌, 쿠슈너:세사람의 전쟁

대개는 정상에 한 인물이 있고, 다른 이들은 그의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보스가 관심을 가지면 다른 이들도 이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프리버스와 배넌 그리고 쿠슈너는 트럼프 권좌 뒤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그 접점에 비서실 부실장 케이티 월시가 있었다.

공화당 출신인 월시는 공화당의 모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청렴하고 활기찼으며, 절차에 따라 효율적으로 일했다. 정치학 교과서에 나옴직한 선례에 가까웠다. 그런 그녀에게 “세 남자”가 트럼프에게 어필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게 느껴졌다고 한다.

배넌은 불꽃튀는 무력을 쓰라고 했고, 프리버스는 의회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내세웠고, 쿠슈너는 신예 비즈니스맨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을 말했다. 이건 모두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으로 트럼프는 이 모두를 가지고 싶어한다고도 그녀는 전했다. 그는 의회가 자신이 사인할 (자신의 마음에 드는) 법안을 가져오기를 원했고, 뉴욕 상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싶어 했다.

월시가 목격하기로는 트럼프 캠프가 백악관으로 입성하는 순간부터, 트럼프를 다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트럼프에 의해 요리되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독설들을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전무했다.

그런 그에게 제안을 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여기에 트럼프 정권과 정책, 리더십에 관한 주요 이슈가 드러난다. 그는 어떠한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정보를 처리하지 못한다고 그녀는 전했다. 그는 독서도 하지 않고, 훑어보기조차 싫어한다. 몇몇이들은 실제로 그가 반쯤은 문맹이라고까지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의 전문지식이 - 아무리 미천하고 관련이 없는 것이라도 - 그 누구의 식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그는 자신만만하지만 무능하고, 즉흥적이고 불안정한 사람이다. 직관적인 대응이 걸러지지 않고 튀어나오고, 혼란스럽더라도 직감에 따라 확실하고 강력하게 해야할 것들을 결정한다. 월시는 이에 대해 “어린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입국제한 행정명령이 나온지 2주 정도 지나자, 세 보좌진(배넌, 프리버스, 쿠슈너)은 공공연하게 갈등을 드러낸다. 월시는 매일 불가능한 작업을 해나가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셋 중 한 명이 월시에게 업무 방향을 제시하면, 다른 한 명이 꼭 그것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나는 들은 바 대로 곧이곧대로 믿고 그대로 진행하겠다. 스케줄에 따라 결정된 바를 진행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고 언론 계획을 세우겠다”라고 하자 쿠슈너가 “왜 그렇게 하냐?”고 물었고 월시는 “3일 전에 당신(쿠슈너)이 프리버스와 배넌과 미팅을 했고, 거기에서 당신이 동의하지 않았나”라고 하자 쿠슈너가 “그렇다고 해서 그 스케줄 대로 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쿠슈너가 추진한 일이 다른 이들에 의해서 좌절되면, 쿠슈너는 대통령에게 찾아가 ‘봐라, 이게 프리버스나 배넌의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세 사람은 매일 전쟁을 벌이고, 정보가 교환이 안되니 상황은 악화되고 결국 대통령에게 화살이 쏠렸다. 저녁을 먹고 난 뒤 트럼프가 수화기를 들면, 그는 참모진 중 누가 흠결이 있고 무능한지 추측하기 바빴다. 배넌은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불성실하다고 했고, 프리버스는 난쟁이 같은 것이 유약하다고 했고, 쿠슈너는 아첨쟁이라고 흉을 봤다. 션 스파이서는 생긴 것도 이상하고 멍청하다고 했고, 콘웨이는 울보고, 쿠슈너와 이방카는 워싱턴에 오면 안되는 인물이라고 했다.

월시는 한달 동안 일하면서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믿을 수도 없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사직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일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며 카운트다운을 해 나갔다. 월시같은 프로정치인에게 이런 혼란과 심각한 경쟁 그리고 대통령이 전혀 집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임하기 직전인 3월 초에 월시는 쿠슈너를 만나 “대통령이 집중하고자 하는 세 가지 사안만 나에게 말해달라. 이 백악관이 가지고 있는 우선순위 세 가지는 무엇인가?”라고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는 정말 기본 중의 기본으로 자격을 갖춘 대통령 후보라면 선거전에 뛰기들기 한참 전부터 준비되어있어야 하는 질문 이다.) 트럼프가 재임한 지 6주나 지났지만 쿠슈너는 이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월시에게 “맞다. 우리 이제 그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라고 답했다.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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