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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웹소설 연재중단 작가죽이기” 레진코믹스 갑질에 분노한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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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로고ⓒ제공 : 뉴시스

# "레진코믹스는 작가주의로 운영한다는데, 제 눈엔 작가짓밟기로 보여요"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에서 '340일의 유예', '봄의 정원으로 오라'를 연재한 작가인 '미치'는 '레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미지급된 고료와 건강검진 등의 문제를 공론화하자 모든 프로모션 배제된 것이다. 그의 수익은 4분의 1토막이 났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레진과 4년간 일했던 그는 더이상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없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계약을 해지했다. 그가 완재한 작품들은 3년간 레진에 묶여있다. 그는 "레진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저는 정말 운 좋게 완결했어요" 레진에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BNB'라는 제목의 웹소설을 연재한 비담 작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8월 18일에 PD에게 물어서 종료된다는 사실을 겨우 알게됐어요" 레진은 누적적자를 감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1일부로 웹소설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플랫폼에서 일방적으로 방빼라고 해서 쫓겨난 작가들이 지금 150여명이 넘어요" 지난해 3월에 진행된 상금 2700만원 규모의 웹소설 공모전의 당선 작품들도 연재되지 못했다. 또 7월~8월에는 투입된 신작 30여편 역시 '미완결'로 종료됐다. 작가도 독자에게도 '멘붕(멘탈붕괴)'이었다.

레진코믹스 앞에 선 블랙리스트 작가들
"말뿐인 작가주의, 현실은 작가착취..."

레진 레진피해작가연대는 11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레진코믹스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레진 레진피해작가연대는 11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레진코믹스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민중의소리

100여명의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11일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 섰다. 레진의 '블랙리스트', '웹소설 졸속중단', '지각비' 등의 갑질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생업과 마감일에 쫓기는 작가들이 이렇게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레진피해작가연대는 11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레진코믹스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 "국민 없는 나라 없고, 작가 없는 레진 없다", "말뿐인 작가주의, 현실은 작가착취"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이 자리에는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웹툰 작가들이 참석했다. '양극의 소년'을 연재한 은송 작가는 지난해 5월 15일 트위터를 통해 서울시 예술인 불공정 피해상담센터의 존재와 필요성을 알리는 글을 작성했다. 은송 작가는 "작품은 레진코믹스의 모든 이벤트에서 누락됐다"며 "수입을 좌지우지하는 프로모션을 무기삼아 '상'과 '벌'을 주어 작가들을 길들이려 하는 가스라이팅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진의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의 정상적인 대응과 배상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미치 작가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작가들이 고생을 하는 것"이라며 "레진이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도 전대미문의 일인데, 만약에 회사가 아무런 해명이나 입장없이 문제가 지나가 버린다면 앞으로도 2~3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암투병 중인 작가도 지각비"
"피해 작가 배제한 형식적인 간담회"

레진 레진피해작가연대는 11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레진코믹스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레진 레진피해작가연대는 11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레진코믹스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민중의소리

'프리랜서' 웹툰 작가들은 불규칙적이고 장시간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 작가들은 마감때문에 외출을 잘 못해요. 하루에 10~12시간씩 일주일에 쉬는 날없이 끊임없이 작업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하루에 8시간 이상 작업을 하지만,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시간이라던지 연출을 고치는 시간까지 합치면 일주일 정도 일하는 거죠. 웹툰의 퀄리티를 위해서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게 다반사에요. 그래서 쓰러져서 응급실을 가거나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웹 소설 작가 역시 1주일에 두 편씩, 띄어쓰기 등 공백없이 14000자 분량의 원고를 내야했다.

또한 지각비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피해 작가 연대에 따르면, 웹툰 업로드가 수요일이라고 하면 월요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삼고, 1분이라도 늦으면 지각비를 걷는 구조다. 미치 작가는 "늦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작가가 마감을 빨리할 수 있는 지원은 해주지 않으면서 돈을 뜯어가는 것"이라며" 마치 금연을 시키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쓰지 않고 그냥 담배값을 올리겠다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암 투병 중인 작가에게 지각비를 걷고 연재 강행을 강요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레진은 지난해 12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해외수익 정산 미지급, 블랙리스트, 웹소설서비스 졸속종료 등의 논란과 관련해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신설하고 1월 11일과 13일 양일에 작가 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간담회에는 레진코믹스와 계약 중인 전속 작가들만 참석이 가능했다. 에이전시를 통해 레진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과 서비스 종료로 피해를 입은 웹소설 작가들과 계약해지 작가들의 참석 요청은 거부됐다.

비담 작가는 작가 간담회에 관련해 "레진의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었던 계약 해지된 작가, 웹소설 종료된 작가 빼버리고 간담회를 진행한다면 진정성 없는 간담회가 될 것"이라며 "계약된 작가라면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그 이야기를 듣기만 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편 레진은 13일 예정됐던 작가 간담회를 장소 대관 문제로 연기한 상태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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