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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락가락 암호화폐 정책, 누가 책임지고 있나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거래소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곧 만들겠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는 이것이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백만명이 관여하고 있는 시장을 다루는 데서 난맥상을 드러낸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하루 종일 거래 화면을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폐인’이 있고, 하루에 20~30%가 출렁거리는 위험한 투자에 정부가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도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의 극단적인 정책을 조율없이 발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새로운 사회 현상을 규율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크게 일어났을 때도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여러가지 사업 모델들이 등장했고, 여기에 묻지마 투자 열풍이 따라붙었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삶을 크게 변화시켰고, 현재 전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회사들이 첨단 기술 회사라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버블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거래소를 금지하는 게 능사도 아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특정한 발행 주체가 없다. 한국에서 금지되면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의 거래소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고, 몇몇 나라 정부가 이를 통제하기도 어렵다. 이미 중국이 그런 정책을 폈고, 중국의 투자자들은 홍콩과 한국으로 옮겨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를 막는다고 해서 정부의 목적이 달성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금융위나 기재부가 아닌 법무부가 전면에 나선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박 장관의 말처럼 현재 암호화폐 거래가 ‘도박’이라면 당장 단속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면 현행 법제도로 단속할 수 없다는 의미일 테다. 정부 입법에 걸리는 시간이나 현재 국회의원들의 인식을 감안하면 이런 법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부처가 아닌 법무부가 앞에 나서서 정책을 발표하는 건 어색하다. 경제부처들이 책임을 지기 싫어서 뒤에 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암호화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제 투자하거나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시장에 대한 개입이 불가피하다면 책임있는 당국이 잘 조율된 대응을 펼쳐야 한다. 그 주체는 청와대가 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11일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선 안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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