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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현재의 ‘힙’에 도달하는 세련된 음반

새해가 되었는데 해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계절이 그대로인 탓일까. 12월 40일쯤을 지나는 듯한 느낌. 미처 챙기지 못했던 2017년의 음반과 책과 영화를 뒤늦게 확인할 때, 특히 지난 해 연말의 음반을 들을 때 지난해는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음력 설이 필요한지 모른다. 지난해와 새해의 사이에서 온전히 챙기지 못한 12월과 눈 맞추라고. 그리고 나서 천천히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라고. 그러니까 한 해를 보내야 한다는 다급함 속에서 허둥지둥 보냈을 12월을 다시 살면서 조금은 게으르게 웅크린 채 작년 12월에 나온 음반, 가령 카더가든의 첫 음반 ‘Apartment’에 귀 기울여보라고 음력 설이 있나 싶다. 세상의 속도는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해도 겨울은 우리가 조금 웅크린 채 미적거려야 할 시간이다. 그래야 음악도 더 깊게 스며든다.

카더가든 ‘Apartment’
카더가든 ‘Apartment’ⓒ두루두루amc

카더가든의 첫 음반 ‘Apartment(아파트먼트)’에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2013년 메이슨 더 소울로 데뷔했던 차정원의 솔로 프로젝트인 카더가든의 첫 정규 음반 ‘Apartment’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세 가지. 노래에 담긴 고백과 카더가든의 보컬,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어법이다. 전작에서도 한 장르의 어법에 갇히지 않았던 자유로움과 풍부한 능력은 이번 음반에서도 똑같이 빛을 발한다. 카더가든은 신작에서는 록의 어법을 좀 더 적극 차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격정적으로 풀어놓는다. 감정을 격정적으로 폭발시킬 때 빛을 발하는 록의 어법은 카더가든이 얼마나 다양한 어법을 소화하는 뮤지션인지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음악 속에 담긴 안타까움과 후회와 열망을 부각시키는데 매우 적절하다.

하지만 카더가든이 구현하는 사운드가 전통적인 록 사운드처럼 거칠지는 않는다. 카더가든의 사운드에서 카더가든의 보컬, 그 음색이 만들어내는 질감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카더가든의 보컬은 해맑거나 날카로운 음색을 갖고 있지 않다. 그의 보컬은 안개 속에 서 있는 듯 뿌옇고 흐릿한 아우라를 품고 있다. 명징하지 않은 보컬의 모호함에는 알앤비와 소울에서 이어온 리듬과 떨림이 있어 세련되게 들리면서 묘하게 역동적인 동시에 때로 퇴폐적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흑인음악의 자장 안에 묶을 수 있는 카더가든의 보컬은 음반 안에서 인용하는 장르의 어법이 어떤 것이든 장르보다 카더가든의 음악이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들고 만다. 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보컬로 인해 만들어지는 개성이 카더가든 음악의 중요한 핵심이다.

그리고 카더가든의 보컬에 적절하게 조응하는 사운드에 깃든 빈티지한 질감은 흑인음악의 인기와 맞물린 복고적인 사운드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유행은 장르나 서사보다 질감으로 구현된다. 단순하면서도 거칠지 않고 틉틉하고 매끈한 사운드의 조화로운 질감은 카더가든이 노랫말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별개로 이 음악이 현재의 음악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그저 똑같이 돌고 돌지는 않는다. 시간은 미세한 차이로 오늘을 드러내고, 그 차이는 다시 새로운 오리지널리티를 만든다. 자연스러운 연주에 깃든 세련된 예스러움은 카더가든의 보컬과 맞물려 현재의 ‘힙’에 도달한다.

카더가든 ‘Apartment’
카더가든 ‘Apartment’ⓒ두루두루amc

젊음의 이야기를 비롯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낸 카더가든

이 세련됨을 포즈 이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카더가든이 담아놓은 이야기들이다. 카더가든은 첫 곡 ‘섬으로 가요’를 함께 부른 같은 소속사의 혁오가 그러했듯 젊음의 이야기를 비롯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생인 카더가든은 음반에 담긴 11곡의 노래에서 젊음의 이야기, 혹은 단지 젊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풍부하게 노래한다.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고 싶은 열망과, 끝나버린 관계의 단절과, 후회와 미움을 비롯한 노래 속의 감정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내밀하다. 덕분에 이 음반은 현재의 팝으로 들릴 수 있는 트렌드함을 넘어 카더가든 개인의 고백이 담긴 그의 음반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 음반에서 주목해야 할 가사가 단지 “매일 토해내는 젊음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젊음의 막막함만은 아니다. 카더가든은 젊음을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과거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미래일 수 있으며, 동시에 현재일 수 있다. 온전한 자신의 이야기, 혹은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빚어진 이야기, 시간이 전해준 이야기들은 이 음반에 담긴 카더가든 개인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는 개인들이 충분히 스며들 수 있게 만든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음반은 카더가든이라는 뮤지션이자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완성되고, 우리는 대량복제와 기획의 시대에도 어떤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을 예술 안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카더가든 개인의 의지인지, 혹은 제작사의 전략인지를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제는 진심 역시 기획하고 포장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 여전히 도드라지는 뮤지션들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솜씨와 힘이 숨겨지지 않는다. 이 음반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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