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 맞아 28년만에 재출간된 ‘히브리 민중사’
책 ‘히브리 민중사’
책 ‘히브리 민중사’ⓒ기타

“전태일 열사여! 김상진 열사여! 장준하 열사여! 김태훈 열사여! 황정하 열사여! 김의기 열사여! 김세진 열사여! 이재호 열사여! 이동수 열사여! 김경숙 열사여! 진성일 열사여! 강성철 열사여! 송광영 열사여! 박영진 열사여! 광주 2천여 영령이여! 박영두 열사여! 김종태 열사여! 박혜정 열사여! 표정두 열사여! 황보영국 열사여! 박종만 열사여! 홍기일 열사여! 박종철 열사여! 우종원 열사여! 김용권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

영화 ‘1987’의 마지막은 1987년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서 추도사에 나선 문익환 목사가 처절하게 열사들의 이름을 외치던 장면으로 마치고 있다. 그날 거리에 울리던 문 목사의 추도사는 어떤 문장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와 울분을 전하는 외침이었다. 그렇게 늘 민중 속에서, 민중과 함께 사우던 거리의 목사였던 문 목사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문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 목사가 쓴 ‘히브리 민중사’가 출간 28년만에 재재출간됐다. ‘히브리 민중사’는 통일운동가로 기억되는 문익환 목사가 사상가로서 시작한 출발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문 목사가 전하는 이야기 속엔 히브리 민중을 해방으로 이끄는 야훼 하나님,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 싸우고, 그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담겨 있다.

최형묵 목사는 “문익환이 시인으로 불리게 된 삶의 후반부는 실천가로서의 삶의 여정과 일치한다. 그 생명의 바다에 이른 발걸음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발바닥이 땅에 남긴 것을 보충하는 일종의 주석으로서 문익환은 ‘히브리 민중사’라는 저작을 남긴다. 본래 구약성서 신학자이자 성서 번역가였던 문익환이 삶의 반전을 통해 체득한 통찰로 성서를 재해석해 내놓은 빛나는 저작 ‘히브리 민중사’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의 역사에 가려진 민중의 역사는 본래의 역동적인 모습을 되찾는다“고 이 책의 의미를 설명한다.

‘히브리 민중사’를 펼치면 구약이 시작되는 ‘창세기’가 아니라 ‘출애굽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이채롭다. 야훼를 이집트라는 제국에서 고통받던 히브리 민중이 의지하는 민중의 신으로 다시 불러보는 민중신학의 대표작다운 시각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에서 흔히 호출되는 이스라엘 왕국사와 ‘히브리 민중사’는 어떻게 다를까? ‘히브리’라는 단어는 문 목사를 비롯한 민중 신학자들은 ‘하비루(hapiru)’라는 단어에서 왔다고 본다. ‘하비루(hapiru)’는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단어로 민중을 의미한다. 당시 이집트 및 근동 지역에서 체제로부터 배제되어 떠돌아다니던 사람들을 일컫는 하비루라는 말에서 히브리라는 말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이집트 탈출은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사가 아니라, 압박받던 민중의 해방 사건이 된다. 최형묵 목사는 “그는 단순한 민족주의자 또는 민족지상주의자가 아니었다. 문익환은 이 책에서 성서를 히브리 민중사로 조명하고 있고, 민중의 편에서 정의를 선포한 예언자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민족주의자이자 통일운동가인 문익환 목사는 히브리 민중과 한국 민중의 연결점을 ‘발바닥 역사’라고 부르고 있다. “손으로 만들고 손으로 쓰는 역사가 아니라 땅바닥에 찍힌 발바닥의 역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발바닥이 움직이지 않고서는 우리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온 세상이 딱 멎어 버리는 밑바닥 계층, 발바닥처럼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이들은 누구일까요?” 이런 믿음으로 문 목사는 우리 민족의 수난과 고난을
머리에 그리며 히브리 민중들의 역사를 써내려 간 것이다.

이해찬 의원은 이 책 추천사에서 “‘히브리 민중사’는 통일의 선구자이자 시대의 예언자로 핍박받고 고난 받는 삶을 기꺼이 선택한 늦봄에게, 현실의 법정이 아니라 역사의 법정에 바치는 일종의 ‘항소이유서’와 같은 책이었습니다”라며 “교도소 시절이 없었더라면 예수님을 헛 믿을 뻔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늦봄 문익환 목사는 수감 생활의 고통 속에서 종교적 세계관을 확장시켜 왔습니다. 그는 세 번째 옥살이를 하고 나오면서 감옥에서 얻은 성찰을 신학적으로 가다듬고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입니다. 여기에는 늦봄 문익환의 시대정신과 한 시대를 앞서 보는 통찰이 녹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