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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보면서 참담” 경찰·검찰·국정원 개혁 드라이브 거는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청와대는 14일 국가 권력기관인 경찰·검찰·국가정보원의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키워드는 권력의 ‘분리·분산’과 ‘통제’이다. 이들 각 기관이 상호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남용을 통제하도록 만드는 게 권력기관 개편의 골자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촛불시민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권력기관의)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며 이 같은 권력기관 개혁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이 꼽힌다.

검찰 수사권 조정...직접수사 막는다

먼저 검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으로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구상이다. 경찰이 1차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이 2차 수사 및 보충수사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처럼 조정될 경우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중간에 개입해 직접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경찰의 1차 수사와 영장청구 등을 위한 보충적 성격의 검찰의 2차 수사가 분리되는 셈이다. 이로써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도 사라질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조 수석은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에 한해서는 직접수사를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위공직자수처를 설치해 검사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투명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가 입법을 통해 실제 구성되고 가동되기 전까지는 경찰이 이를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본 취지는 자기 기관 범죄는 자기 기관이 수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등을 통해 검찰 권한을 분리·분산시키는 방법도 거론됐다. 이미 법무부 내의 법무실장, 출입국본부장, 인권국장 3개의 직위에 대해서 타검찰화가 이뤄져 비검사가 보임됐다. 또 기존의 검사장 직위인 범죄예방정책국장과 평검사 직위인 10여개 자리도 외부개방돼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조 수석은 “이런 자리에 비검사가 보임되게 되면 법무부의 탈검찰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권력기관 현행 구조
권력기관 현행 구조ⓒ청와대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안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안ⓒ청와대

경찰로 대공수사권 이관...국민 인권침해 차단은 과제

현재 전국에 걸쳐 10만 이상의 인원으로 수사권은 물론 정보, 경비, 경호 등 치안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은 검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그 권한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경찰로 이관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이후 경찰청 산하에 ‘안보수사처(가칭)’을 신설해 수사의 전문성·책임성을 높일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당장 대공수사 관련 업무 수행이 가능하느냐’는 지적에 “국정원에서 훈련된 인력이 경찰로 가서 기존 경찰 인력과 합해지는 것”이라며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경찰의 방대한 조직과 거대기능이 또 다른 권력남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권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자치경찰제,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 등의 방법으로 경찰 권한을 분리·분산시키고,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의 견제통제장치를 통해 경찰비대화 우려 불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수사의 객관성 확보와 경찰의 청렴성, 신뢰성 강화도 과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안보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대표로 이뤄진 경찰위원회가 경찰행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도록 할 것”이라며 “외부 통제기구인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국내정치와 대공수사에 손 뗀다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조정권한까지 보유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온 국정원에 대한 개혁 방향의 핵심은 ‘국내정치’와 ‘대공수사’에 손을 떼는 것이다.

그동안 국정원은 권한을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할 뿐만 아니라,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고위공직자에게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 방향은 이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앞서 국내정보 담당관제(IO)를 완전 폐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청와대는 국정원이 앞으로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수준의 전문정보기관으로 재탄생되길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와 감사원 통제 강화 등을 통해 국정원 권한의 오·남용을 제어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수석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국정원은 지금까지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국정원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영화 '1987' 관람을 위해 서울 용산구 CGV용산를 찾아 영화관람에 앞서 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씨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영화 '1987' 관람을 위해 서울 용산구 CGV용산를 찾아 영화관람에 앞서 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씨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이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대부분 국회 입법 사항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에 조 수석은 국회를 향해 ‘대승적 결단’을 호소했다. 조 수석은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권력기관 개혁과제 역시 국회가 동의해야 완성된다”며 “권력기관의 개혁과제에 대해 최근 구성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를 존중하고 경청하겠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권력기구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고 상호 견제·감시하도록 대승적으로 검토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그동안이 각종 (권력기관 산하의) 개혁위원회와 각 부처 기관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이 시간이 역사에서 국회의 결단으로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기틀을 바로 잡은 때로 기록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조 수석은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1987’을 언급하며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뜨거워진 국민 여론에 힘 입어 권력기관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조 수석은 “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고 죽음을 당했다. 당시 박종철은 영장도 없이 경찰에 불법 체포되어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수배 중인 선배의 소재지를 대라는 강요와 함께 가혹한 물고문을 받고 끝내 숨졌다”며 “당시 검찰·경찰·안기부는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영화 ‘1987’에 나온 것처럼 최환 검사 개인은 진실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검찰 전체는 그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많은 국민들께서 영화 ‘1987’을 보면서 시대의 참상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독재시대가 끝나고 민주화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각 기관의 조직의 이익과 권력의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왔다. 2015년에는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또 “2016년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원인, 2017년 대통령이 탄핵됐던 원인, 여기에는 검·경·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잘못이 있었음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며 “이들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반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에 따라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거듭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권력기관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게 하면서도 특성에 맞게 전문화 하는 방법으로 권력기관을 재편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관련 입법 시한에 대해 “국회에서 사법개혁특위를 통해 올해 6월까지 (처리)하겠다고 여야가 합의했다. 사법개혁특위 내에 별도의 소위 2개가 있는 걸로 아는데, (논의 방안에) 저희가 발표한 방안이 다 들어 있다”며 “여야가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만큼 그 일정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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