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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세상에 없던 몬스터들의 창조주 - 아트토이 작가 장해용
없음

우리는 무엇을 상상할 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의 도움을 받는다.

과거 처음 공룡 화석을 발견한 멘텔 부부는 이를 ‘이구아나의 이빨’이라고 생각하고 ‘이구아노돈’이라고 이름지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화석을 멘텔 부부의 생각대로 이빨이거나 혹은 뿔이었을 거라고 상상했다.

멘텔 부부가 발견한 뾰족한 뼈 조각이 이빨 혹은 뿔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뼈가 사실은 엄지손가락 뼈라는 것은 꽤 시간이 흘러서야 밝혀졌다.

오리너구리도 처음 발견됐을 때는 ‘프릭쇼’에서나 나올 법한 조작된 박제라며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다. 새에게나 있는 부리를 가진 포유류는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포된 상태로 공개되자 오리너구리는 존재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상상조차 못한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구아노돈의 이빨’을 바로 잡은 이가 있듯이, 오리너구리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믿은 이가 있듯이 남들과 다른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몬스터들의 창조주, 아트 토이를 통해 한 번도 보지 못한 몬스터를 실체화하는 ‘데몬스테이’의 장해용(Toyprince) 작가를 만났다.

장해용(Toyprince) 아트토이 작가
장해용(Toyprince) 아트토이 작가ⓒ민중의소리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기괴한 몬스터를 만드는 아트토이 작가

기괴한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본업은 평범한 마케팅 관련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이다. 그런 그가 상상도 못한 몬스터를 만드는 아트토이 작가가 된 것은 6년 전에 산 ‘건담’ 덕분이었다.

건담을 좀 더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었던 장해용 작가는 우연히 건담 도색 강좌를 시작한 ‘건담이 지키는 작업실’을 알게 됐고, 프라모델과 피규어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이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소재로 만들어진 프라모델과 피규어로는 장해용 작가의 상상력을 채울 수 없었다. 취미 생활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피규어를 직접 만드는 아트 토이에 남다른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막상 피규어를 직접 만든다는 것은 막막한 일이었다.

“아트 토이는 그냥 취미랑은 좀 다르더라구요. 자기가 직접 피규어를 만드는 거잖아요. 그래서 좀 다른 매력을 느꼈죠. 직접 상상하고 원하는 괴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서 일단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죠. 어떤 프로세스로 이뤄지는지 배우는 걸로 시작해서 3년 전부터 제작을 시작했어요”

아트 토이 기초 강연을 들을 이후에도 3D 모델링, 인체 조형 등 필요하겠다 싶은 부분들을 찾아 들으면서 차츰 감을 잡았고, 지난 2016년 7월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에 신인작가로 참가하면서 아트 토이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총 4번의 국내 전시회에 참가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대만에서 열린 ‘토이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지난해 10월 뉴욕과 12월 홍콩에서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장해용 작가가 커스텀한 콜라보레이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데몬스테이의 '골렘워리어즈' 시리즈
데몬스테이의 '골렘워리어즈' 시리즈ⓒ데몬스테이 제공

“상상하지 못한 독특한 괴물들, 매력적이지 않나요?”

아트 토이 전시회에서 장해용 작가의 피규어가 돋보이는 것은 다른 이들은 잘 다루지 않는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데몬스테이’의 피규어들은 한 번도 보지 못 한 괴물들의 시리즈다.

그가 괴물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에는 어릴 적부터 기괴한 모양과 질감에 호기심을 가졌던 성격이 영향을 미쳤다.

“스타크래프트를 해도 저는 항상 저그만 했어요(웃음). 게임이나 다른 뭔가를 해도 저는 무조건 괴물 쪽이었죠. 온라인게임을 해도 인간 종족이 아닌 괴물 종족을 했어요. 괴물의 독특한 형태에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잖아요. 인간형은 주위에도 많으니까요.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봤을 때의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까 남들에게 어필하고 싶고 그래서 저도 계속 그런 걸 아트 토이로 만들게 됐죠”

어느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나오지 않는, 장해용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살던 괴물을 피규어로 만드는 만큼 그의 괴물들은 특이한 모양과 신선한 색감, 이질적인 질감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인 ‘블러드 메딕’을 보면 소제와 채색에 따라 돌과 같은 거친 질감에서부터 매끈한 금속의 느낌, 몽글몽글한 액체까지 다양한 질감이 표현돼 있다.

데몬스테이의 '뮤턴트쇼' 시리즈
데몬스테이의 '뮤턴트쇼' 시리즈ⓒ데몬스테이 제공

장해용 작가는 누구도 보지 못한 괴물들을 만들기 위해 주위 모든 것에서 영감을 찾아낸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항상 새로운 괴물을 고민하는 그에게 ‘그런 징그러운 걸 왜 찾아보냐’라는 핀잔이 날아올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괴물을 잘 생각하진 않죠(웃음). ‘그런 걸 왜 굳이 찾아서 봐?’ 그렇게 말하는 분도 있고 ‘그런 것들이 뭐가 좋아. 더 예쁘고 귀여운 것들이 있는데’라고도 해요. 그런데 그것만 계속 보다 보면 그것만의 귀여움과 매력 포인트가 있어요. ‘저그’에 익숙해지면 ‘저글링’도 귀엽다고 하잖아요(웃음).”

이처럼 주위에서 영감을 얻어 상상하던 것들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 실체화하는 것이 아트 토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트워크나 스케치도 2D잖아요. 그런 게 입체적으로 나왔을 때 성취감과 만족도가 큰 것 같아요. 내가 디자인 한 게 실제로 형체로 나오고 입체적으로 만질 수 있다는 것, 그런 게 1순위 매력이죠. 내가 이렇게 만들어 내면 다른 작가들이 내 작품에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에요. 다른 작가들이 내 작품을 커스텀하면서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하는 호기심도 생기죠”

장해용(Toyprince) 아트토이 작가
장해용(Toyprince) 아트토이 작가ⓒ민중의소리

“‘이 괴물은 특이해’라고 인정받고 싶어요”

장해용 작가도 처음 작품은 괴물을 콘셉트로 하면서도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단순한 모양의 피규어였다. 국내에서 귀여운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는 흐름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그의 작품은 귀여움보다는 기괴함이 더 강조된다.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특이한 모양의 괴물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전시에서 그가 평소 하고 싶었던 기괴하고 과감한 표현들이 더 반응이 좋았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귀여운 걸 만들면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알아봐주고 판매도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직까지는 국내에는 아트토이 문화나 시선이 해외처럼 넓지 않은 것 같아요. 작년에 해외전시에서 그걸 경험했죠.”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은 편이다. 피규어의 구매자들도 거의 해외에 있으며 심지어 그가 처음 만든 작품부터 지금까지 나온 작품 모두를 구매한 수집가도 해외에 있다.

장해용 작가는 자신이 작품 중 최근 만들고 있는 작품에 더 큰 공을 들이고 있고, 그만큼 애착도 많이 간다고 한다. 장해용 작가가 현재 만들고 있는 ‘좀비 강아지(Zombie Dog)’를 보면 그의 이전 작품보다 더 기괴하고 더 공포스럽다. 한편으로는 큰 머리에 큰 눈으로 귀여운 구석도 있다.

제작 중인 '좀비 강아지(Zombie Dog)'
제작 중인 '좀비 강아지(Zombie Dog)'ⓒ데몬스테이 제공

“원래 추구한 작품 스타일이기도 했고, 원래 만들고 싶은 작품이기도 해요. 그동안 국내를 생각해서 귀여운 것들을 만들었었는데 지금 작품에 가장 공도 많이 들이고 있고 그만큼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사실 귀여운 면도 있어요. 완전 혐오스러우면 잘 안 보게 되잖아요. 무섭지만 귀여울 수도 있고, 양단에 걸쳐 있는 게 중요하더라구요. 채색을 하게 되면 또 느낌이 다를 거에요”

장해용 작가의 ‘좀비 강아지’는 이전 작품들이 10~20개씩 소량 생산하던 것과는 다르게 200개 정도까지 제작될 예정이다. 올해 7월쯤 출시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장해용 작가가 피규어를 만들어 출시하기까지는 3~4개월 정도가 걸린다. 1~2개월을 들여 피규어의 원형을 만들고 나면, 이를 본 따 복제품을 만들고 채색하기까지 1~2개월이 더 걸린다. 모두 직접 손으로 작업한다.

덕분에 직장 생활과 아트 토이 작가 생활을 병행하는 데 시간이 부족한 것이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회사-작업실-집’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한 그에게 연애나 결혼도 아직 먼일이다.

게임제작자라는 본래 꿈도 포기해야 했던 장해용 작가에게는 아트 토이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아트 토이 분야에서 제 이름을 들으면 누구인지 아는 정도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사람은 다른 작가에게는 없는 독특한 작품을 가지고 있구나’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저만의 차별점을 알리고 싶어요 그게 최종 목표죠. 그래서 해외에 있는 토이 관련 어워드도 받아보고 싶어요”

이를 위해 장해용 작가는 올해 국내 전시회 보다는 해외 전시회에 주로 참가할 예정이다. 올해 오는 5월 태국에서 열리는 ‘토이 엑스포’를 시작으로, 뉴욕, 대만, 켈리포니아 등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회에서 장해용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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