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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어렵다”면서 ‘임차상인보호법’ 가로막는 자유한국당의 만행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새해 벽두부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함진규 정책위 의장이 한 말이다. 함 의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힘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직원의 각종 상여를 없애는가 하면, 청년 알바 일자리도 5년 만에 감소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새해 벽두부터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무력화 공세를 밀어붙였다. 최저임금 인상부담 때문에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영세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과도한 임대료·보증금 인상문제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의모임(맘상모) 등에 따르면, 건물주의 갑질로부터 임차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법률개정안들이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에 수년째 계류 중이다.

과도한 임대료·보증금 인상에 허덕이는 임차상인들

민씨는 언제 있을지도 모르는 강제집행을 대비해 철판으로 가게 입구를 봉쇄했다.
민씨는 언제 있을지도 모르는 강제집행을 대비해 철판으로 가게 입구를 봉쇄했다.ⓒ민중의소리

#1. 종로 인사동길 부근에서 와플가게를 운영하는 민모(51)씨. 그가 운영하는 5평 남짓한 매장의 월 임대료는 5년 사이에 193만원에서 315만원으로 올랐다. 보증금 또한 2200만원에서 1억으로 인상됐다. 건물주가 동종업종까지 바로 옆 칸에 입점 시키는 바람에 그의 가게 순이익은 1/4토막이 났다. 참다못해 항의하자 민씨가 들어야만 했던 말은 “감히 임차인인 네가 건물주인 나에게 대들어? 나가”였다. 이후 2차례의 강제집행이 진행됐고, 민씨는 생계가 걸린 가게를 지키기 위해 10개월 넘게 사투를 벌였다. (관련기사:‘갑중에 갑’ 건물주와 맞짱 뜬 림벅와플가게 사장님의 사연)

#2. 경복궁 서촌에서 족발집를 운영하는 김모(55)씨. 김씨의 가게 건물주는 지난해 1월 297만원이던 임대료를 1200만원으로, 3천만원이던 보증금을 1억원으로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씨는 건물주가 낸 명도소송에서 졌다. 이후 건물주는 사설 용역업체를 통해 두 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김씨는 생계가 걸린 가게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됐다. (관련기사:서촌 음식점서 용역들 강제집행하며 ‘충돌’...가게주인 부상)

최근 서울시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건물주의 갑질 사례다. 이들 사례는 그나마 임차상인이 건물주의 갑질에 저항하며 언론에 알려진 경우다. 대부분의 임차상인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쫓겨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성신여대 앞에서 올해로 5년차 치킨집을 하는 김모씨는 최근 새로운 건물주로부터 “내가 지금까지 명도소송으로 날린 상인이 39명이야. 빈털터리로 나갔지. 멍청하게 40번째 되지 말고 내가 나가라면 그냥 나가”라는 황당한 협박을 받았다. 와플가게 사장 민씨도 “같은 건물에 있는 대부분의 임차인들이 1년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사례에서처럼 임차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과도한 임대료·보증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건물주의 갑질이 있기 전에는 오히려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7530원)보다도 높은 시급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지급했다고 민씨는 말했다. 민씨는 “건물주의 갑질이 있기 전까지는 아르바이트도 최대 4명까지 고용했었고, 따로 밥도 주면서 시급 8500원까지 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자한당의 반대로 수년째 계류 중인 임차인 보호법

현재 국회에는 총 18개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총 18개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건물주의 갑질로 상가를 떠나는 임차상인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허술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건물주에 대한) 사유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며 법안통과를 막고 있다.

현행법상 건물주는 임차상인과의 첫 계약으로부터 5년 동안 임대료 및 보증금을 9% 이상 올리지 못한다. 문제는 5년 이후 임대료·보증금을 200%를 올리든 400%를 올리든 건물주 마음이라는 점이다. 건물주의 요구를 맞춰주지 못하면 임차인들은 나가야만 한다. 환산보증금(월세×100+보증금)이 4억(서울)을 넘을 경우엔 이런 한시적인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이에 박주민(더불어민주당), 노회찬(정의당), 이언주(국민의당) 의원 등이 각각 ▲상가 계약갱신보호 기간 5→10년 연장 ▲임대료보증금 인상제한 9%→5%로 조정 ▲상가 환산보증금 삭제 또는 현실화 ▲전통시장 상가권리금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상가임대차보호법 법률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개정안들이 시행되려면 국회 소관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가결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소관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로막혀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진태·윤상직 자한당 의원 등이 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11월15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김 의원은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거나 아예 제한을 없앤다면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헌법 위반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지난해 11월21일 열렸던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윤상직 자한당 의원이 “(발의된 임차인 보호관련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오히려 안 될 수도 있고 또 잘못하면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상가 임대료가 확 올라갈 수가 있다”는 반대주장을 펼쳤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맘상모 제공

이와 관련해 맘상모 관계자는 “속기록을 보면 자한당 의원들은 기존에도 건물주의 재산권이 침해받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가 되면 더욱 침해받게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건물주의 갑질로부터 임차상인들을 보호하는 법안들이) 건물주에 대한 침해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침해를 받는 임대인보다는 피해를 보고 있는 임차상인들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 단지 임대인 재산권을 지켜주기 위해 임차상인들이 계속 희생되어야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맘상모 관계자는 “임차상인들에게 권리를 줘야만 임대인과 수평적인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좀 더 공정한 임대와 임차가 가능하려면 상가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국회 법안심사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직접 시행령을 통해 가능한 임차상인 지원 정책을 내놨다. 지난 18일 정부는 오는 26일부로 임대료·보증금을 인상을 9%→5%로 제한하고 환산보증금 기준 역시 50%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 연장 ▲건물주가 재건축·철거 등의 사유로 임대차계약 연장 거절 시 임차인 보호방법 등을 논의해 오는 9월 중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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