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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국내 최초 블록체인 방송 ‘블록체인ers’ 청년이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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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29)씨는 유튜브에서 ‘블록체인ers’라는 채널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팀원 하시은(31)씨와 둘이서 운영하는 방송이다. 지난해 3월부터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어느덧 150여개 영상을 업로드 했다.

차트를 분석하거나 어느 코인에 투자하면 좋을지 ‘가즈아~’를 조장하는 방송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암호경제학 및 매커니즘 디자인”, “회사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처럼 사뭇 진지한 내용을 다루는 에피소드들이 영상 목록을 채우고 있다. 무거운 제목과 다르게 초보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준다. 영훈씨는 방송이 이름을 떨치면서 각종 토론과 강연도 다니게 됐다. 최근에는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자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이슈를 취재하면서 가장 난처할 때는 하드포크, 해시함수, 전자지갑, 세그윗 등 듣도 보도 못한 개념들을 마주할 때였다. 몰라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 없지만 기왕이면 아는 것이 좋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거대한 변화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기 위해서다. 블록체인ers는 이런 올챙이 기자에게 누구보다 훌륭한 교사였다. 강남 자택 ‘논스(nonce)’를 찾아 영훈씨를 만났다.

블록체인ers 문영훈
블록체인ers 문영훈ⓒ민중의소리

영훈씨는 ‘꽂히면 죽자고 파는 스타일’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학이 좋아 푹 빠졌다. 두각을 드러내 영재센터로 교육받으러 다니고 수학 경시에도 나갔다. 민족사관학교로 진학한 뒤에는 경제, 심리학 등 다방면으로 관심을 가졌다가 결국 수학으로 돌아왔다. 영국 옥스퍼드에서 수학, 컴퓨터 전공으로 학사를 마쳤다. 지금 일을 하게 된 것도 우연히 비트코인에 푹 빠지게 되면서다.

“3, 4년 전에 친구한테서 지나가는 말로 비트코인이라는 게 있다고 들었어요. 무심코 흘려들었는데 서점에 갔더니 비트코인 책이 있는 거에요. 읽어봤죠. 읽다보니 재밌더라구요. 그때부터 공부를 많이 했어요. 기술이 정말 매력 있다고 느꼈어요.”

그는 블록체인이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주목했다.

“예전에 가능하지 않았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에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해주죠. 돈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금융질서가 유지될 것인가,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기술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술적으로도 너무 재밌었고요. 사회적, 철학적 의미도 재밌어서 생각했죠. ‘대박이다.’”

블록체인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도 꽂히면 일단 뛰어들었다. 군 복무 중 알파고의 활약을 보고 반년 동안 인공지능을 공부했다. 탄핵 국면 이후 대선기간을 지켜보면서는 정책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6년 6월에 전역했는데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았어요. 알파고를 보면서 본질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컴퓨터 코드를 좀 보려고 파이썬을 공부했죠. 탄핵 이후 대선을 보면서는 ‘누구 뽑지’라는 프로젝트를 해봤어요.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한눈에 찾아 볼 수 있는 일종의 검색엔진을 기획했죠. 예를 들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되나 했을 때 ‘영유아’라고 검색하면 쭉 나오도록 하는 거에요. 잘 안 됐어요(웃음).”

그는 적은 인원이 수작업으로 하려니 힘에 부쳤고, 비영리로 진행하는 탓에 뒷심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젠가 꼭 다시 하고 싶은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에도 흥미가 떨어진 건 아니었다.

“지금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어떻게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에 대한 기술이에요.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까에 대한 기술이고요. 제가 봤을 때 이 둘을 섞으면 정말 재밌는 일이 돼요. 나중에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형태에 풀타임으로 매진하고 싶어요. 지금도 뉴메라이(numerai)나 에니그마(enigma) 같이 둘을 결합하는 시도들이 있어요”

스캠(scam)이나 사기 치려는 놈들 많아서 “이거 안 되겠다”

본격적인 방송은 부산에 사는 시은씨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영훈씨와 시은씨는 군대 동기다. 해군통역장교로 복무하면서 옆자리를 썼다. 부대에서 영훈씨가 비트코인 이야기를 할 때면 시은씨는 시큰둥했다. 전역하더니 시은씨도 블록체인을 공부했다. 얼마 후 시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은이 형은 힙합전사였어요. 힙합 춤을 추고 그걸 교육하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했어요. 십 몇 년 춤추던 형이 블록체인에 빠지더니 저한테 방송을 하자고 했어요. 그쯤 형네 친구 어머니가 암호화폐 사기 같은 거에 넘어갈 뻔 했었대요. 그래서 ‘아 이러면 안 되겠다’ 형이 생각했나봐요. 많은 분들에게 블록체인이 뭔지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방송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쉬운 시대다. 많은 자본 없이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에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란 만만치 않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컨텐츠를 생산한다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블록체인ers는 해내고 있다.

“방송이 돈이 되는 건 아니에요.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됐어요. 저희는 저희가 좋으면 방송하자는 게 철학이에요. 재미가 없으면 안 해요. 배려가 없죠(웃음). 그래도 좋아하는 걸 하면 방송도 나빠질 수가 없어요. 우리가 행복해야 해요. 요즘은 바빠지면서 많이 힘들긴 해요. 그래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나고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어요.”

영훈씨는 방송을 하면서 화가 났던 일을 소개했다. “사기판별법”이라는 에피소드를 방송하고나서 욕을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너네가 뭘 안다고 그러냐’는 반응이 많았다. 영훈씨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방송이 자기가 투자한 암호화폐를 비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있었다.

“비트코인캐시의 로저 버(Roger Ver)를 섭외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보는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평소랑 다르게 투자하는 분들이 많이 들어왔던 거죠. 평소 시청자분들은 본질적인 내용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는 로저 버에게 원론적인 질문을 많이 했어요. 채팅방이 욕으로 가득 찼죠. 인터뷰 왜 저딴 식으로 하냐, 쓸모없는 것만 물어본다…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가 궁금하셨나보죠.”

블록체인ers 방송 장면. 왼쪽부터 하시은(31)씨, 문영훈(29)씨.
블록체인ers 방송 장면. 왼쪽부터 하시은(31)씨, 문영훈(29)씨.ⓒ블록체인ers 유튜브 캡쳐

기업, 거래소는 재미없어요

현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단연 거래소다. 몇몇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사업에 적용하는 시도들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현상이다. 그런데 영훈씨 표현을 빌리면 이건 “재미없는 것들”이다.

“저희는 거래소 포함해서 다른 기업들이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블록체인을 한다 뿐이지 사업하는 방식은 다 옛날 방식이거든요. 자기들끼리만 쿵짝쿵짝하고요. 저희는 블록체인 철학을 그런 것들과 반대되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들은 많은데 철학은 별로 없어요. 저는 재밌고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주는 걸 하고 싶어요.”

블록체인 기술의 기초과학을 연구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이제 블록체인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는 분들은 많이 생겼어요. 저희는 좀 더 깊이 들어가야죠. 리서치 컨설팅 회사를 만들 막바지에 있어요. 기초과학 연구를 하고 싶어요. 블록체인의 기반이 되는 합의알고리즘이나, 효율성을 어떻게 증대할지, 근본적인 레벨에서 어떤 시스템 구조를 쓸 건지, 암호경제학적 연구라든지 주제는 많아요.”

“사회적 논의도 활성화해야 해요. 암호화폐가 분배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법정화폐에 비해 장단점은 무엇인지 심도 있는 토론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토론하는 것 보면 솔직히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너무 자신 있게 말하고 팩트 베이스드(fact-based)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해요. 강의를 제공하고, 보고서를 내고, 논문을 발표하는 등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할 계획이에요.”

인원도 많아졌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모였다. 오프라인 미팅도 갖고 사람들과 관계가 많아졌다. 깊이 공부하고 싶은 친구들은 수원에 있는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집이 좁다는 생각에 서울로 이사 가기로 했다. 이왕에 블록체인 기업들이 많다는 강남을 택했다.

“누구나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사람은 와서 같이 공부하자고 해서 만든 곳이에요. (퍼블릭) 블록체인의 특징 중 하나는 ‘비허가성’이에요. 누구나 원하면 와서 함께 할 수 있어요. 이 공간도 블록체인 철학에 따라 비허가성으로 운영돼요.”

교육을 개혁하고 재벌체제를 해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요

방송과 강연 활동 등을 하면서 목표로 하는 포부를 물었다. 블록체인의 전망 정도를 기대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영훈씨 포부는 남달랐다. 그는 변혁을 꿈꾸는 청년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 꿈을 향한 수단이자 목적이다. 그는 병든 한국 사회를 치료할 씽크탱크가 되겠다고 자임한다.

“저는 이 사회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거나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닫혀 있어요. 이를테면 교육은 권위에 계속 도전하도록 가르치지 않고 순응하도록 가르치죠. 경제는 재벌체제가 너무 강고하고요. 저는 제 활동을 통해 젊은 사람들에게,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요.”

“착취당하고 살지 말자. 왜 우리보다 멍청한 사람 밑에서 일하냐.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하면서 재밌는 걸 하고 세상을 바꾸자. 이런 거에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사는 삶이 너무 많잖아요. 교육을 개혁하고 재벌체제를 해체하는 데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어쨌거나 좋은 사업을 젊은 사람들이 글로벌하게 이끄는 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걸 준비하는 차원에서 재밌고 깊은 내용을 공부하고 있어요.”

영훈씨는 “젊은데 똑똑한 사람들은 다 은행가서 돈 벌기 바쁘다”면서 민중의소리 청년 독자들에게 ‘눈을 감고 걷자’고 전했다.

“눈을 감고 걷는 것과 눈을 뜨고 걷는 것으로 비유를 해요. 눈을 뜨고 걸을 때는 요구되는 스킬이 달라요. 네비게이션이 좋아야죠. 의사가 된다거나, 변호사가 된다거나, 앵커가 된다거나요. 남들이 가는 길들을 걷고, 다 보이니까 여기서는 빨리 가는 게 중요하죠. 눈을 감고 걷는 사람들은 느려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어요. 하지만 눈을 감고 걷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렇게 용기를 내서 재밌는 일을 하면 더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고,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가졌으면 좋겠어요.”

영훈씨를 만난 강남 자택은 함께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청년들이 ‘논스(nonce)’라고 이름 붙였다. 논스는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 찾아내야 하는 값이다. 흔히 ‘복잡한 수학문제’라고 알려져 있는 그것이다. 사실 채굴은 우아하게 고차원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작업이 아니다. 무작위 값을 무작정 때려 박아 대입하다가 논스를 찾아낸다. 논스를 찾으면 채굴 보상으로 큰돈을 벌고 다음 블록이 생성된다.

“논스 값은 남들이 볼 때 그냥 랜덤 넘버에요. 저희는 논스를 ‘또라이들의 집합소’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봤을 때는 ‘쟤네 왜 저래, 또라이네’ 이러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해답이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 공간의 이름으로 했어요.”

금요일 저녁 8시 인터뷰를 마치고 방을 나오자 거실에 논스 구성원 5명이 둘러 앉아 있었다. 연구모임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과연 이들은 다음 시대로 넘어갈 수 있는 ‘논스’일까? 앞으로가 기대된다.

박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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