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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18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의 변화와 바람

2월 6일 화요일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회(위원장 김창남)는 2018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작을 발표했다.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등 4개 종합 분야와 최우수 록 음반/노래 등 18개 분야의 후보작 및 공로상 수상자를 공개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현재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아이유, 혁오 등의 뮤지션들이 몇 개 부문의 후보가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방탄소년단이 5개 분야에 걸쳐 후보에 오르면서 해외 팬들의 관심이 폭주해 한국대중음악상의 홈페이지가 잠시 열리지 않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한국대중음악상이 스스로 만들고 쌓아온 변화와 성과,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4년부터 시작한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악이나 뮤지션의 인기를 크게 감안하지 않고 음악성을 기준으로 대중음악의 주요 장르와 부문에 걸쳐 시상함으로써 한국대중음악의 건강한 발전을 돕고자 했다.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져 좋은 작품이 알려지지 못하거나, 인기에 가려 음악적 완성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TV를 비롯한 매체에 소개되지 못하면서 좋은 음악이 알려지지도 못하고 묻혀버리거나, 대중적 인기를 누린다 해서 음악적 수준이 낮은 것으로 치부하는 편향이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5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후보에 오른 강태구 정규 1집 ‘Bleu’
15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후보에 오른 강태구 정규 1집 ‘Bleu’ⓒ강태구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한국대중음악상은 그동안 성장한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한 성과를 시상식 안으로 포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초기에는 주류의 음악들을 일부러 배제하는 비주류 지향의 시상식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대형 연예 기획사에서 만들어 내는 아이돌팝의 음악적 성과를 외면하지 않았다. 또한 댄스&일렉트로닉, 메탈&하드코어, 포크 등 새롭게 각광을 보이거나 꾸준히 좋은 음악을 만들어온 장르를 시상식 안에 포괄하기 위해 애써왔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윤민석 등 안팎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해온 채널과 프로그램, 음악인들의 노력에도 주목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대중음악상은 정부의 지원 중단을 비롯한 수많은 어려움을 안고 시상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음악인들의 동의와 사회적 공신력을 높여갔다.

자그마한 살림살이에 한계 있지만
꾸준히 발전하며 음악인이 즐기는 시상식 되고 있어

물론 여전히 적은 비용으로 진행하는 시상식이라는 한계는 여전하다.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대중음악상을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2월 6일 후보작 발표 이후 오픈한 홈페이지가 일시 다운된 것도 한국대중음악상의 자그마한 살림살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리 대비했지만 해외에서 예상보다 많은 접속이 몰리면서 서버에 부하가 걸려버린 것이다. 지난 15년간 한국대중음악상은 상설 사무국을 운영하지 못하고 시상식 즈음 한 두 명의 스태프가 시상식 업무를 주관하면서 50~60여명의 선정위원이 성심성의껏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최소한의 비용을 감당하는 후원사가 나타나주기는 하지만 우여곡절이 적지 않고, 그야말로 최소한의 비용에 가까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진정성을 응원하는 이들이 후원을 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턱없이 적은 수다.

이 모든 일을 잘해내는 일은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회의 몫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후보작과 수상작을 결정하고 사회적 지명도를 높이는 일. 근사하고 멋진 시상식을 보여주는 일.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고 변화하는 일 모두 선정위원회의 몫이다. 다만 지난 15년의 시간은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회가 선의를 가지고 꾸준히 의미 있는 일을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대중음악상을 받는다고 해서 갑자기 유명해지지 않고, 음반이 더 팔리지도 않지만 후보가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하는 음악인들이 늘고, 시상식을 즐기는 뮤지션들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따금 매체에서 뮤지션을 소개하는 근거로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경력을 활용하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이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비판은 얼마든지 해도 좋고, 앞으로도 계속 비판과 조언이 필요하다. 다만 한국대중음악상에는 비판과 조언만큼 실질적인 후원이 간절하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5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후보에 오른 김목인
15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후보에 오른 김목인ⓒ일렉트릭 뮤즈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회는 지난 해 시상식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여성 선정위원의 비율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상 선정과정의 전문성 등 내부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의 내부 규정은 더욱 엄격해졌다. 우선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올해부터는 전체 선정위원회를 풀(Pool)제로 전환해 매년 해당연도 참여여부를 묻기로 했다. 이미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더라도 최근에는 대중음악계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선정위원 자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대중음악 관련 직종을 떠나있는 경우 한 해는 선정위원을 쉴 수 있지만 2년 연속 쉴 경우 선정위원 자격을 잃게 된다. 또한 선정위원은 3회의 공식 회의를 비롯해 여러 차례의 추천과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에 대한 규정과 의무사항도 대폭 강화해 불성실하게 참여할 경우 선정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게 했다. 한편 신규 선정위원은 기본적으로 최소 5년 이상 한국대중음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야만 선정위원이 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정했다. 젊은 선정위원이 많지 않은 현실이지만 최소한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밖에도 분과 전문위원 규정을 신설하고, 전체 회의 과정에서 의결을 위한 규정과 신인 자격 및 EP에 대한 규정도 더 구체적으로 다듬었다. 그 결과 올해에는 총 6명의 선정위원이 새롭게 참여하면서 총 56명의 선정위원이 시상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중 여성 선정위원은 8명이다. 이 수는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또한 기획자, 엔지니어 등의 직군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선정위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정위원회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올해의 후보작은 바로 그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2월 28일 수요일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릴 시상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올해의 후보작 중에서는 포크 분야의 약진이 돋보인다. 최고상 격인 올해의 음반에 강태구의 [bleu]와 김목인의 [콜라보 씨의 일일]까지 2장의 음반이 올랐으며 최우수 포크 음반과 노래 분야에서도 각각 6장의 음반과 노래가 후보가 되었을 정도이다. 또한 레드벨벳, 방탄소년단, 아이유, 혁오 등 인기 뮤지션들이 두루 후보가 된 것은 한국 대중음악계가 장르와 신에 무관하게 음악적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해의 신인 후보로 라드 뮤지엄, 빛과 소음, 새소년, 신해경, 예서, 우원재가 후보에 올랐는데 알앤비, 록, 일렉트로닉, 힙합 등의 장르가 골고루 포함되었다는 사실에서도 마찬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최우수 팝 음반과 노래 분야에서는 NCT127, 레드벨벳, 방탄소년단, 선미, 아이유, 이진아, 태민, 태연이 후보에 올랐는데 이는 인기와 음악성이 연결되어 있으며, 대중음악 제작시스템이 고르게 탄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2017년 12월 10일, 방탄소년단이 월드투어 콘서트 '윙스투어'의 마지막인 '더 파이널'을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했다.
2017년 12월 10일, 방탄소년단이 월드투어 콘서트 '윙스투어'의 마지막인 '더 파이널'을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했다.ⓒ사진제공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국대중음악상은 판을 깔아줄 뿐
시상식을 만들어가는 것은 음악인 자신

대부분의 장르 후보작들의 면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과 새롭게 등장한 이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음악계 전반의 세대 교체를 증거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과 랩&힙합 부문,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에서 새로운 뮤지션들이 대거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서 트렌드의 변화와 신인 뮤지션들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 지금 가장 핫하고 힙한 장르는 들끓고 있다. 분명 내년에는 또 다른 이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변화를 기록하고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대중음악상의 의미와 의의가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상금이 없고 오직 영광과 명예만 있는 시상식이지만 좋은 음악을 주목하는 기회가 되고, 참고할 수 있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그리고 뮤지션을 비롯한 음악계에서 인정하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을 만들어온 이들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온 뮤지션들과 음악계 전부가 함께 만들어 온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무조건적인 옹호나 맹목적인 비난도 있고, 여전한 무관심도 존재한다. 가령 일부 대형연예기획사나 뮤지션의 대리수상이나 무성의한 수상 소감은 시상식을 맥 빠지게 만들곤 한다. 물론 이 또한 한국대중음악상의 숙제이지만 이제는 함께 즐기면서 키워가는 시상식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기대해보고 싶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오직 판을 만들고 까는 것일 뿐, 그 판을 판답게 만들고 값지게 하는 사람은 음악인 자신이다. 올해 시상식은 여러모로 더 값지고 즐거울 수 있기를. 그리고 내년에는 더욱 나아지기를. 유일함과 차이만으로가 아니라 완성도와 재미로 더욱 빛나는 시상식이 될 수 있게 함께 응원해주기를.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공식 페이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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