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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눈으로 본 주한미군] 발암물질 범벅 용산기지, 미국이 치우고 가야죠

서울 한복판 80만평을 65년간 사용해온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의 새 기지로 이전하는 작업이 한참이다. 이에 시민단체, 정당, 노조 소속 서울시민들이 용산기지반환대책위를 만들어 작년 10월부터 1주일에 네 차례씩 용산기지를 순회 시위하며 “용산기지 기름오염 미군이 책임져라” “깨끗이 치우고 깨끗이 나가라” “불평등한 소파조항 개정하라”라고 외치는 용산평화행진을 조직했다. 영하의 강추위, 인원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말까지 45차에 걸쳐 진행된 ‘2017 환경·평화 용산행진’은 연인원 1,000여명이 참가하는 완강함을 보이며 미군당국을 놀라게 하고 시민들에게 기지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등 주목을 받았다.

작년 11월 말 정부는 태도를 바꾸어 용산기지 오염정보 공개소송의 상고를 포기하고 2016년 실시한 2, 3차 용산기지 오염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그간 민변 등 시민단체가 제기한 정보공개소송에서 정부는 법원의 거듭된 공개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군측의 반대를 이유로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상고를 고집하다가 작년 4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마지못해 1차 조사결과를 공개했으나, 하반기 들어 주한미군 측과 협의를 통해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 이어 용산 기지까지 내부오염원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안전을 위해 미군기지의 오염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정보를 확인하기까지 정부의 태도변경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지역주민들의 미군기지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활동과 끈질긴 법적 투쟁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싶다.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삼거리 인근에서 ‘용산미군기지 반환과 기지오염 정화를 촉구하는 행진’을 시작해 삼각지역을 지나고 있다.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역 삼거리 인근에서 ‘용산미군기지 반환과 기지오염 정화를 촉구하는 행진’을 시작해 삼각지역을 지나고 있다.ⓒ임화영 기자

1급 발암물질 등 기준치 훌쩍 넘겨
인체에 해로운 오염물질로 범벅된 용산 미군기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용산 미군기지 내부의 유류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1차 조사 결과에서 벤젠이 허용기준치의 최대 162배를 초과했었는데, 이번 2, 3차 조사에서도 조사 관정의 절반 이상에서 벤젠이 각각 기준치의 550배, 671배에 달하여 1차보다 훨씬 고농도로 검출되었다. 벤젠은 1군 발암물질로서 혈액암, 백혈병 등을 일으키며 생식독성과 기형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벤젠뿐만 아니라 인체 유해한 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항목도 국내 허용 기준치를 훌쩍 넘겨 기준치를 언급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그러나 한미 SOFA합동위원회에서 발표한 이번 용산기지 내부 지하수 자료는 수치만 적혀있는 반쪽짜리 정보공개이다. 용산기지 내부의 심각한 유류오염이 확인된 만큼 한미당국은 조속히 조사결과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을 토대로 그에 대한 공식 입장과 정화계획 등의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반환을 앞둔 용산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는 지역 주민들 나아가 향후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면 공원 이용자인 서울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들의 건강,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에 당연히 공론의 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함이 원칙이다. 미군기지 오염문제에 대해 반환이 우선이라는 개발논리를 앞세워 그냥 오염된 채 돌려받아 한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정화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국제 환경법의 기본원칙인 사전 예방의 원칙과 오염자부담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지난해 4월 25일 시민단체들이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5일 시민단체들이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조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녹색연합

환경정화 오염자 부담원칙 예외없어
용산 미군기지 오염 미군이 책임져야

2017년은 정보공개소송의 결과로 용산기지 내부의 최초 오염조사결과를 확인하였고, 소파개정연대가 주도하여 미국 정보자유법(FOIA)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통해서도 무려 84건의 유류유출사고가 용산기지 전역에서 발생한 것이 확인되는 등 용산기지 오염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한 한 해였다. 따라서 2018년 올해 용산 미군기지 내부 전체에 대한 토양지하수 오염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녹사평역 인근 용산기지 내외부 200m 지점에 한정하여 지하수 조사만 실시하였으나, 용산기지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정밀조사가 한미당국 합동으로 시민단체의 참여가 보장되는 가운데 실시될 필요가 있다.

위 조사결과를 토대로 한미당국은 바로 소파 환경분과위원회를 소집하여 용산기지 정화비용과 방식 및 책임 등에 관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오염자 부담의 원칙의 예외는 없다. 65년간 사용한 용산기지 내부오염원의 책임은 당연 미군 측에 있다. 정화기준으로 미국이 내세우는 정체불명의 KISE(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의 원칙)는 반환기지 오염에 대한 미군의 면책을 정당화하는 무기일 뿐이다. 정부는 토지환경보전법 등 한국 환경법에 따른 정량화한 기준에 맞춰 정교한 정화 방안을 마련하여 촛불국민을 믿고 당당히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 미국의 정화책임을 관철시키도록 최선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대폭증액을 요구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혹시 방위비분담금을 기지 정화비용으로 전용을 주장할 경우에 대비한 면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본다.

역시 실효성 없고 불평등한 SOFA 환경조항을 개정하는 일이 올해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의 제도적 방안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주한미군이 국내 환경법을 '준수'하고, 기지 내 환경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와 지자체의 즉시 ‘접근·조사’가 보장되며,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자료는 '공개'를 원칙으로 바뀌어야 한다. 적폐청산 차원에서 용산 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평화행진은 국회와 정치권의 분발을 주시하고 있다.

권정호 변호사(불평등한 한미소파개정 국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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