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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일팀 논란’ 무색케 한 세라 머리 감독과 선수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박종아 선수가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박종아 선수가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갑작스럽게 결정된 단일팀 구성에 일각에서는 갖가지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머리 감독은 7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단일팀 훈련이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 호흡(Chemistry)과 소통(Communication) 모두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머리 감독은 평창에서 열리는 개회식에 단일팀 모두가 참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단일팀을 “하나의 가족”이라고도 표현했다. 단일팀 구성 결정 소식에 우려하던 지난달의 표정과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앞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결정된 이후 일부 언론과 야당은 단일팀에 대한 갖가지 지적을 제기했다. 북측 선수들 덕분에 남측 선수들의 출전기회가 줄어든다고 ‘남측선수 동정론’을 내세웠으며, 갑작스럽게 남북 선수들을 묶어 놓아서 팀워크가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단일팀의 유니폼이 북 ‘인공기’를 연상시킨다는 논란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4일 머리 감독은 스웨덴과의 평가 경기로 이러한 논란과 우려들을 불식시켰다.

단일팀 게임엔트리에는 북측 선수를 최소 3명을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 IOC가 ‘최소 5명 기용’을 주장했지만 한국 정부의 반대로 그나마 줄인 숫자다. 그러나 이날 머리 감독은 게임엔트리 22명에 남측 선수 18명과 함께 북측 선수 4명을 포함시켰다.

또 당초 머리 감독이 경기에 잘 활용하지 않는 4라인에 북한 선수들이 편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정작 경기에서는 2~4라인에 골고루 북측 선수들을 포진시켰다. 특히 북측의 정수현 선수를 2라인 공격수로 배치해 특유의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살렸다.

주위의 예상과 우려를 깨고 남북이 융합된 용병술을 보인 것이다. 비록 경기는 1-3으로 졌지만 2, 3피리어드에서 세계 5위인 스웨덴과 비등한 경기를 진행해 단일팀의 안정된 팀워크를 증명했다.

첫 평가전을 치른 뒤에도 단일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머리 감독의 대답은 이 같은 논란이 무색하게 만들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이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말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이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말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경기 후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합류로 일부 한국 선수들은 출전이 어렵다’는 한 외신 기자의 지적에 “코치로서 나는 이 팀을 최고로 이끌 의무를 가진다”면서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베스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고 답했다. 남북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철저하게 선수들의 실력으로 단일팀을 운영하겠다는 말이다.

경기장 밖에서 단일팀을 스포츠가 아닌 다른 일로 논란을 부추기는 일부 야당과 언론을 부끄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머리 감독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도 “올림픽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뭐하러 화를 내고 슬퍼하고, 정부에 성질을 내며 힘을 낭비하겠느냐? 그런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다”고 소모적인 논쟁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단일팀 구성에 가장 걱정했을 사람들은 선수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남북 선수들이 만난 뒤에는 10여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한 팀으로 융합됐다.

머리 감독은 7일 “(미국에서 자란) 한국선수 박윤정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북한선수 김향미는 영어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둘은 서로 대화하고, 때론 껴안기도 한다”면서 “그런 것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그들은 마치 또래의 소녀들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일팀의 에이스인 남측의 박종아 선수도 “처음에 북측 선수들이 합류했을 때는 솔직히 잘 몰랐다. 어떤 식으로 맞춰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전술도 나누고 해서 괜찮다”고 평가했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모습에서 ‘남북이 일단 만나야 한다’고 각계각층이 요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6일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훈련 중 이규선(왼쪽 두번째) 코치와 미소짓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6일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훈련 중 이규선(왼쪽 두번째) 코치와 미소짓고 있다.ⓒ뉴시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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