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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으로 손 맞잡은 남과 북,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손을 맞잡았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녹일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문이 열렸고,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2박 3일이었다.

#1.PRK-615편 타고 온 북 대표단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역대 최고위급 대표단을 보냈다. 북한 헌법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단장으로 대표단을 이끌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해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대표단으로 함께 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이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은 올림픽 개막일인 9일 오후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2호'를 타고 서해직항로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왔다. 편명은 PRK-615.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손 맞잡고 채택한 6.15 공동선언을 상징했다. 남측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공항에 나가 이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앞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은 6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바닷길로 남측을 방문했다. 만경봉 92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측 응원단이 타고 와 머물렀던 선박으로 유명하다. 다음날인 7일에는 김일국 체육상과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등 280명이 경의선 육로로 내려왔다.

이로써 일시적이지만 남북의 하늘과 땅, 바닷길이 모두 열렸다.

#2. 개막식: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김영남의 첫 만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청와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외신은 '역사적 악수'라고 평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사전 리셉션에서 먼저 만나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남북 선수단의 공동 입장이 시작되자 장내는 뜨거워졌다. 아리랑이 울려퍼지고 기수인 남측의 원윤종(봅슬레이), 북측의 황충금(아이스하키) 선수가 함께 커다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을 시작했다. 그 뒤로 200여 명의 남북 선수들이 신나는 표정과 몸짓으로 아리랑 선율에 맞춰 한반도기를 흔들며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모두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뒤로 돌아 김여정 제1부부장과 기쁨의 악수를 다시 나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대한민국과 북한 선수단의 공동 입장은 전 세계에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우리는 모두 여러분의 평화 메시지를 지지하고 함께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남북은 성화 봉송도 함께 했다. 주인공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남), 정수현(북) 선수였다. 이들은 함께 성화를 들고 높은 계단을 올라가 최종 점화자인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성화를 건넸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선수단이 단일기를 흔들며 공동입장 하고 있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선수단이 단일기를 흔들며 공동입장 하고 있다.ⓒ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3.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다

다음날인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청와대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라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화답했다.

이는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북한이 특사를 보내온 만큼,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보낼지 여부가 당장의 관심사이다.

물론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 대표단에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문제를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평창올림픽 기간 남북관계 개선 흐름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 리셉션에 뒤늦게 잠깐 들렀다 5분만에 자리를 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과는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남북 공동입장 때에도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서 냉담한 태도를 고수했다.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은 청와대 오찬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전날 개막식 공동입장이 화제에 올랐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공동입장 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시 축하 악수를 했다"고 소회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됐다.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전 세계는)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건배사로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이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어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날 저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은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단일팀이 스위스 대표팀과 맞붙는 예선 첫 경기 응원에 나섰다. 이들은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함께했다. 장내에는 북한 응원단의 "우리는 하나다!" 외침이 울려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그리고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걸어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그리고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걸어오고 있다.ⓒ청와대
북한 응원단 뒤쪽에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 관람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그리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북한 응원단 뒤쪽에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 관람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그리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뉴시스

#4.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다

방남 일정 마지막날인 11일.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내외와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등 대표단은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앉았다.

강릉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진 공연은 '반갑습니다'로 시작해 '다시 만납시다'로 마무리됐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은 직접 독창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공연에 앞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대통령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자주 상봉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마련했으니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공연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에게 "마음과 마음 모아서 난관을 이겨나가자"고 당부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숙 여사에게 "늘 건강하세요.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세요"라고 말했다.

이후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북한 대표단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환송을 받았다. 조명균 장관은 "말씀하신 대로 잠시 헤어지는 것이고, 제가 평양을 가든 또 재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 상임위원장은 조 장관을 포옹한 뒤 등을 세 번 두드리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저의 간절한 부탁이 실현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빌겠다"고 당부했다. 북한 대표단은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떠나며 2박 3일 간의 방남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 관람을 마친 후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 관람을 마친 후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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