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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창에서 평양으로, 가자

남북이 제2의 6·15 시대 문턱에 섰다. 10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 부부장은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제안을 구두로 전달했고, 초청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라고 대답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들어진 남북 화해와 단합의 기운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앞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그러했던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사이의 협력을 질적으로 강화하는 데서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상회담이 성사되자면 문 대통령의 말처럼 ‘여건’을 잘 조성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 정치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칠 사건인데다 국내 정치환경 역시 뒷받침되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면 우선 미국의 훼방을 극복해야 한다.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북한의 정책변화를 ‘미소 공세’ 쯤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의 메시지를 ‘하이잭(hijack)’하는 것을 막겠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했고, 워싱턴에선 북의 특정 시설을 제한적으로 공습하겠다는 ‘코피 전략’까지 거론되고 있다. “비핵화는 출구가 아니라 입구가 되어야 한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사실상 반대 입장도 내놓았다.

이런 미국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한미 관계는 우리가 매달려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우리의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나간다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가 자주적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 미국 역시 우리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으려면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줏대를 보여줘야 한다.

문 대통령은 방남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환송하면서 “마음과 마음을 모아서 난관을 이겨나가자”고 말했다. 민족 앞에 자리한 난관을 이겨나가자면 남북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미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이런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 고령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막식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에서 흘린 눈물은 모두에게 커다란 울림을 줬다. 김여정 부부장의 말처럼 남북은 “생소하고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다.” 우리 국민들은 예술단의 노래 공연에 환호했고, 북한 코치진은 뒤쳐진 채 홀로 달리는 남한의 김은호 스키선수를 향해 소리쳐 응원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처럼 한 민족 한 핏줄로 이어지는 민족애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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