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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칼럼] 학생들에게 복종을 가르치는 대한민국

올해부터 서울시 소재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에서는 학기당 2시간 이상의 노동인권교육을 해야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 제정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최소한의 노동인권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작년까지도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있었지만 대상이 되는 모든 학교가 의무는 아니었기에 분명한 발전이다. 경기도교육청, 대전광역시교육청, 전라남도교육청에서도 노동인권교육 관련 조례를 제정했었지만 의무실시를 규정한 것은 서울시교육청 조례가 처음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본다. 앞으로 직업계 고등학교 외에도 일반계 고등학교로의 확대, 정규교육과정에 노동인권교육 편성으로 발전해 가는 것을 기대한다.

2017년 제주 故 이민호님 사건 이후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많이 제기되어 왔다. 법을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부당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노동인권교육은 “학생이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동인권과 관련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도록 함으로써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서울시교육청 조례에 명시돼 있다. 여기서 문제해결 능력을 갖는 건 일하는 현장에서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무엇인지, 무엇이 부당한 것인지, 부당한 일을 겪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당한 일을 당하면 “No!”라고 거부하라는 것이다.

2017년 11월 11일 특성화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서울 중구 훈련원공원과 성동공고에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창립대회를 열었다.
2017년 11월 11일 특성화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서울 중구 훈련원공원과 성동공고에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창립대회를 열었다.ⓒ사진제공 =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그런데 노동인권교육의 양적 확대와 함께 우리 사회가 짚고 가야 할 문제가 있다. 학생들이 법과 원칙, 그리고 인권에 대해 잘 알고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노동인권교육만으로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현장실습 업체를 찾아 학생들과 연결해주는 일을 학교 교사가 하고 있다. 때로는 고마운 일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학생들이 복종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선생님들께 죄송하지만 취업 성사여부를 쥐고 있는 학교가 학생들에게는 갑이 되는 상황이 존재한다. 거기서부터 출발해 학교 문화 전반이 학생들을 권리의 주체로 대우해주기보다는 복종의 대상으로 여긴다. 현장실습 문제를 이야기할 때 “선생님 눈 밖에 나면 추천을 안 해준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은 꼭 나오는 이야기였다.

노동인권교육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당국은 돌아봐야 한다. 학교의 문화와 시스템과는 무관하게 외부강사가 와서 의무교육 2시간을 채우고 가는 것은 학생들을 권리의 주체로 성장시킬 수 없다. 학교에서 몸으로 복종을 배우고 글로 노동인권교육을 배운 학생들이 직장에서 노동인권보다는 복종을 따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교육시간을 배치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동인권교육의 확대는 자신이 권리의 주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게 해주는 교육을 어떻게 만들지, 학교와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뼈아픈 반성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인권교육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정부 역시 책임을 다 해야 한다. 학생들은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법과 안전기준이 지켜지는 것을. 불법이 용인되고, 꼼수와 편법이 판치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며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인권교육의 확대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책임과 해결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배운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故 이민호님 사건 이후 고용노동부의 노력은 무엇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체감할 수 없다. 교육부가 학습중심형 현장실습을 운영하고, 학생신분으로 통일한다고 하니 노동자가 아닌 현장실습생 그리고 현장실습 업체에 대한 감독 책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故 이민호님 사건 이후 3개월, 여전히 현장은 변했다고 볼 수 없다. 현장실습생에게 실습 현장이 구의역이자 세월호인 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싶지 않다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업체에서 안전 교육을 하지 않고서 교육받았다는 사인을 하라고 했어요. 잘못된 건 알겠는데 계속 일하고 싶어서 얘기는 못하겠어요. 그런데 일하다가 잘 몰라서 사고 위험을 겪고 나니까 어떻게 할지 고민되더라고요.” 실습 현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노동인권교육을 위해 학교와 정부의 변화부터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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