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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이제는 내 옷을 찾았어요”, 다음이 기대되는 래퍼 서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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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출구
서출구ⓒ사진제공 = 서출구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 날,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래퍼 서출구를 만났다. 1월 15일 새 앨범 ‘Costumes(코스튬)’ 발표를 기념한 인터뷰였지만, 거의 1년여만에 활동을 재개한 그의 근황과 속마음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Mnet의 ’쇼미더머니’ 시리즈나 ‘고등래퍼’에서 신사적인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이지만, 여전히 인터뷰어에게는 ‘프리스타일 래퍼’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본 그의 번듯한 외모가 이질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1월, 첫 EP앨범을 발표하기까지 그야말로 오랜 시간동안 수면 아래 침잠해 있었다. ’고등래퍼’ 출연 이후 거의 1년여 만이다. 근황부터 물었다.

“(제가) 활동이 거의 없었죠. 많은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있었어요(웃음). 계약도 그렇고, 수많은 약속들도 있었어요. (지난 1년은) 비즈니스에 미숙했던 시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업은 꾸준히 해 왔었고요, 사람 만나는 것 빼곤 다 하면서 지냈어요. 좋아하던 게임도 그렇고, 미드도 많이 보고요,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상세하게 듣고 싶었지만 그는 이 부분에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힘들었던 일들은) 정리하고 이겨내보려 해요. 제의도 많았고, 프로젝트 앨범도 준비해봤고... 그 와중에 방향성의 차이가 있거나 불화도 생기면서 모두 틀어졌어요.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늦게 됐죠.”

소속사가 없는 게 그의 음악 생활을 벅차게 하진 않을까. 그는 긍정 입장과 보류 입장을 동시에 전했다.

“(혼자 해 보니까) 정리할 게 무척 많더라고요. 접촉도 직접 해야하고, 일정 조율도 직접 해야하고. 회사에 들어갈 의향은 있어요. 하지만 그 전 확실히 할 게 있습니다. 색깔이 있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도 제게 뭘 바라는지 모르니까요. 제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줄때까진 좀 이르다고 생각해요.”

서출구 신보 코스튬
서출구 신보 코스튬ⓒ사진제공 = 제이지스타

1월 15일 공개된 앨범 ‘코스튬’엔 한 사람의 앨범이 맞나 싶을 만큼 다양한 색깔의 노래들이 담겼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양한 색깔이 담긴 이 앨범은 그간의 서출구를 한 방에 정리하는 의미가 컸다.

“사실 너무 많은 색깔이 묻어났어요. 어떻게 보면 제 것은 아니죠. 이 앨범은 지금의 저라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저를 보여준 것이죠. 타이틀곡만 해도 4년 전에 써 둔 거에요. 1년 전에 쓴 곡들도 들어 있고. 절반 정도만 최근에 만든 노래에요.”

“이런 옷, 저런 옷 다 입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런 옷 저런 옷 다 입어봤으니 이제는 길을 떠나야죠.”

‘길을 떠난다’는 말은 새 앨범 발표가 눈앞에 있다는 이야기일까. 신보와 함께 ‘서출구만의 색’은 찾았냐고 물었다.

“찾았어요.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코스튬’ 앨범에는 담겨 있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색깔을 보여드리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확약은 할 수 없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싱글이 아닌 큰 규모의 작업물로 돌아오려고 준비중입니다. 작은 단위의 작업물로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새로 공개할 앨범에는 밝으면서도 씁쓸한, 그런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지금 저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을 거에요. 그리고 지금 저와 어울리지 않는 돈, 여자, 명예 이런 건 배제한 내용이 될 거에요.”

서출구
서출구ⓒ사진제공 = 서출구

돈, 여자, 명예. 이런 키워드가 나온 이상 묻지 않을 수 없는 게 ‘힙합이란?’였다. ‘돈자랑이나 하는게 힙합이냐’라는 쪽과 ‘그게 어때서?’하는 쪽의 대립은 여전한 이슈이며 가사거리이기 때문이다.

“전 그 세 가지를 힙합이 노래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건 주요한 건 아니죠. 힙합은 열망과 책임감이라는 두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힙합이란) 누군가에겐 저항의 메시지고, 누군가에겐 스토리텔링이죠. 그 모든 게 다 열망 같아요. 탄압을 걷어내기 위한 싸움도, 물질적으로 더 좋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도 모두 열망이죠. 다만 신선한 표현을 만들고 쓰는 것, 그게 힙합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임인거죠.”

여전히 힙합계 일부에서 논란이 되는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많은 래퍼와 대중들, 매니아들도 이제는 힙합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고 봐요. 마치 라디오에서 TV로, TV에서 인터넷으로 플랫폼이 옮겨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죠.”

“힙합도 미디어로 전달되니까 비주얼도 중요해지게 되고. 그냥 자연스럽고 당연한 흐름이라고 봐요.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래퍼들이 말도 안되는 웃기는 일들을 많이 해요. 예능에도 나가고, 요리 방송을 하거나 게임 방송을 하는 래퍼들도 수없이 많아요. 숭고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이해하지만, 이건 진화 중 하나죠. 각자가 생각하는 황금기가 저마다 다를 뿐이죠.”

다시 돌아가서, 날이 따뜻해지면 빛을 볼 새 앨범 이야기를 꺼냈다. 새 앨범에 담을 색깔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코스튬’과는 다른 그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확실했다. 이제는 어떤 외피를 쓸지 궁금해졌다.

“웹툰작가를 섭외해보고 싶어요. 스토리텔링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음악 뿐 아니라 다른 것들로도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어요. 욕심 나는 작가는 ‘여중생 A’ 그리신 ‘허5파6’ 작가님. 아 물론 연락을 해보거나 한 건 아니고, 제 희망사항이에요.”

“음악적으로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음악이 멋있고, 메시지도 좋아요. 공감이 잘 되고, 그 나이대 이야기를 온전히 잘 담아내더라고요. 그게 존경스러웠어요.”

왜 접촉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나름의 이론을 꺼내놓았다.

“자격이 되어야죠. 우상을 만나기 전 나의 준비 같은 거에요. 준비 안 된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 전에 내 모습이 중요하니까요.”

서출구
서출구ⓒ사진제공 = 서출구

그는 인터뷰 내내 나름의 인생 철학을 끊임없이 꺼내놓았다. 이야기하다보면 툭툭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나름의 철학들이 사람을 달리 보이게 했다. 이를테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요? 저는 스트레스를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 같아요. 전 ‘나는 할 수 없을수도 있어. 그러니까 보완해야 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잘 하는 걸 찾기 어려웠거든요. 그러다보니,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면 불안할 때도 있었어요. 아 물론 시간이 지나니 스트레스를 품고도 행복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동반자라고 표현한 겁니다.”

“‘쇼미더머니4’ 끝나고 행사 섭외가 많이 들어왔어요. 당시엔 공연할 곡이 별로 없었는데, 섭외가 왔죠. 선보일만한 곡이 없다는 생각에 페이 상한선을 정해놓고 다녔어요. 절 아끼는 관계자분이 나중에는 ‘너무 몸값이 싸서 문제가 될 거다’라고도 하셨는데, 부끄러워서 몸값을 올리지 않았어요. 남에게 보여줄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니까요.”

‘코스튬’ 앨범의 음원 순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물론 차트 욕심은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부끄러워요. 물론 제 맘대로 음원차트 1위 하고 그럴 수 있다는건 아니죠. 어쨌든 준비가 됐을 때, 이게 내 노래다 할 수 있을 때 1위를 꼭 해 보고 싶어요. 그 자린 제 자리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날이 따뜻해지면 새 앨범을 내 놓겠다는 서출구. 이게 가능하려면 매일같이 작업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충분한 작업 시간을 갖고 지내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하루 일과를 설명했다.

“한 스무 시간 깨어 있고, 네다섯시간씩 자는 거 같아요. 눈뜨면 먼저 유튜브를 켜고 봐요. 그냥 재밌는거. ‘심해오징어의 비밀’, ‘만리장성의 비밀’ 이런 것들 보다가 연관된 뮤직비디오가 뜨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눈에 밟히는게 있어요. 그때부터 자극을 받고 작업해요. 작업을 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쭉 합니다. 그러다 완전히 지치면 밥을 먹거나 다시 유튜브를 보거나 하죠. 저는 살이 빠지면 작업하고 있는 거에요(웃음).”

아직은 살이 약간 올라 보였다. 하긴 앨범이 나온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었으니. 하지만 따뜻해질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기자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죄송합니다. 늦어져서.”

“요즘은 과분하게도 저를 지켜주시는,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공연할때마다 늘 찾아오세요. 편지도 써주시고. 저를 좋아한다는게 새삼스럽지 않게 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그간 쌓아둔 작업물들을 모두 해치우며 자신만의 색을 찾았다는 서출구. 다음 앨범에서 보여줄 색깔이 무엇일까. 거침없이 내뱉던 프리스타일 랩처럼 그가 잘 드러나는 새 앨범을 기대한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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