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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창올림픽, 한반도 긴장완화의 성화를 지필 것인가

12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유럽순방길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국과 북한의 긴장완화가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발언을 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여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북한 방문을 요청한 이후 나온 것이었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이 발언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해서 속좁고 오만한 외교행보를 보이고 5분 만에 퇴장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행보에 이어 나온 것으로 전세계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곧바로 외신을 통해 반전에 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평창올림픽에서 훼방과 어깃장을 놓고 귀국하던 펜스 부통령이 북미간 대화의 가능성 및 남북간 대화 수용 가능성을 전격 시사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직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워싱턴 포스트 지(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전까지는 압박정책을 풀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확언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당시 매일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했다고 전해 이같은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이 된 것임을 시사했다. WP는 “워싱턴과 평양간 전제조건 없는 직접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외교적 출구”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북한이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등 실질적인 관계 번화 없이 먼저 비핵화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임은 명백하다. 그런데 그간 북한 때리기에 몰두하던 트럼프 행정부는 왜 급작스러운 입장 변화를 발표한 것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임기초반부터 불거진 각종 스캔들과 해프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줄곧 30%대에 머물렀고 결정적인 반전 없이는 결국 민주당의 압승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패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탄핵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은 공공연히 있어왔다. 트럼프는 임기 초반부터 북핵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북핵분제는 이번 미 중간선거의 최대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펜스 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보인 부적절하고 거친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기감와 조급증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은 평화공세와 함께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간 대화 선행을 언급했고 ‘남북정상회담’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제 이 공은 트럼프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가동은 미국내 중간선거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입만 열면 떠들던 대북 선제공격론은 이미 외면받은 지 오래다. 이제 트럼프는 그간의 강경한 대북제제 압박이 북한의 펑화기류를 끌어냈다는 명분에 기대야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인 미국의 속좁은 정치외교행보는 역으로 한반도의 위기상황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원인이 무엇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북미간 평화협정이다. 우리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평화의 기류가 북미간 대화의 첫 단계가 되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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