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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주민이 ‘문재인 대통령 명절 선물 개봉 못하는 이유’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유세장을 따라다니며 함께 했던 것은, 우리 주민들 소망, 저 원전 없애주고, 철탑을 뽑아달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 힘이 듭니다. 우리는 대통령님께 선물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억울함을 풀고, 원전 없애고 철탑 뽑아달라는 겁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마을 정임출(77세) 씨의 말이다. 13일 경남도청 ‘밀양송전탑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인 모집 기자회견’에서 송전탑 반대주민들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추석선물과 올해 설 선물들을 앞에 세웠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밀양 주민들에게 보낸 선물들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밀양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위한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밀양시 부북면 127번 송전탑 움막에서 농성중인 주민들이 문재인 의원을 반기고 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밀양시 부북면 127번 송전탑 움막에서 농성중인 주민들이 문재인 의원을 반기고 있다.ⓒ구자환 기자

밀양송전탑 협의체, 1인당 회의비로만 최대 2천여만원 지급...속기록 폐기

민주당 김병관 의원실이 한전을 통해 받은 자료에 의하면 ‘밀양송전탑 특별지원 협의체’는 90회에 이르는 전체 회의 기간 동안 주민 1인당 회의비로만 최대 2,040만원을 지급하였고, 1끼당 최대 18만원의 고가의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 협의체는 한전이 밀양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송전탑 경과지 주민이 아닌 밀양시 추천을 받은 관변 성향의 주민 10명을 대표로 위촉하고, 경상남도, 밀양시, 산업통상자원부, 조해진 국회의원실과 함께 결성한 단체다.

이 단체 구성원들은 추진 목적과 별 상관없는 2박3일의 제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자료에서는 문구 영수증을 식사비 지출로 기재하거나, 일요일에 회의하거나, 전체 의결 사항을 쪼개 각 회의 날짜에 끼워놓은 정황 등 실제 90차례에 걸친 회의를 제대로 개최하지 않은 정황이 다수 발견되었다.

또한, 반대 주민들이 우연히 입수한 회의록에는 “우리 덕택으로 공사를 완료했는데, 급할 때는 애타게 찾더니 명절 때 인사도 없다, 관심에서 멀어져 서운하다”는 등의 노골적인 향응 제공을 요구하는 언급이 발견됐다.

이 위원회에서 결의한 ‘마을공동사업비 증액 및 조기 합의 마을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40% 개별세대 현금 지급, 반대 주민이 미 수령시 마을공동사업비로 회수’ 등의 독소 조항은 반대 성향의 주민을 압박하고, 합의를 둘러싼 밀양송전탑 마을 갈등의 핵심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위원회는 2013년 8월 5일부터 2016년 1월 16일까지 총 90회의 회의를 모두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최종 회의 종료 직후, 회의자료, 속기록 전부를 폐기했다. 밀양대책위는 이 자료는 국가기록물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록물’로 보고 폐기에 대한 위법성과 책임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제기할 예정이다.

밀양송전탑 반대주민들이 감사원 공익 감사를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밀양송전탑 반대주민들이 감사원 공익 감사를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밀양대책위

“문재인 대통령님, 기다리다 못해 우리가 조사해서 공익감사 청구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대통령이 보낸 명절 선물을 개봉할 수 없다며 감사원에 공익삼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민들은 “저희들은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조사하고, 자료를 만들어 감사원에 한국전력에 대한 감사를 청구합니다”라며, “우리의 바람은 ‘진실’이고 ‘정의’입니다. 우리가 싸워온 그 숱한 거짓과 매수, 분열의 음모를 밝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저희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13년째 이 싸움의 길에 서 있다. 반대 주민들은 지금껏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으나, 지금도 이어지는 한국전력의 주민회유와 마을공동체 파괴는 조금도 중단되거나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저희들은 대통령께서 취임한 이후, 큰 기대를 갖고 청와대와 산업통상부를 통해 지금 반대 주민들의 가장 강력한 바람인 ‘밀양송전탑 건설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한국전력의 부당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한국전력은 ‘자체 용역 의뢰’와 같은 너무나 무성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조처로써 답했고, 산업통상부는 수백 쪽의 자료와 근거에 대해 한국전력에서 파견한 직원이 작성한 1장짜리 공문으로 우리의 요구를 단박에 거절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전에 의한 반대 주민들에 대한 회유와 압박은 더욱 심화되었다”며, “현재 밀양송전탑 경과지 마을들에는 내용증명 서류가 수없이 오가고 있으며, 고소 고발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찬성 측 주민들에 의한 마을 재산 처분과 불법 분배 등으로 마을공동체는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일부 공익감사 자료를 공개한 밀양대책위는 밀양 주민과 전국 연대 시민 300명의 뜻을 모아 오는 3월 7일, 감사원에 한국전력에 대한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구자환 기자

민중의소리 전국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경남지역을 담당하며, 영화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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