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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에게 장물을 선사한 특검, 이건희에게 준 것은 면죄부 이상이었다

편집자 주: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삼성의 정경유착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명박이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신 납부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사건의 뿌리는 2007년 터진 삼성 비자금 사건이다. 이건희는 이 사건으로 2009년 8월 유죄판결(배임과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 원)을 받았다. 그리고 그 해 12월 이명박은 오로지 이건희 단 한 명만을 사면하는 이른바 ‘원 포인트 1인 사면’을 실시했다.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용을 대납한 대가로 이건희의 사면을 따냈다는 추정이 충분히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삼성 비자금 사건의 전모를 3회에 걸쳐 검토해 보기로 한다.

“진실의 살(殺)처분이었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조준웅 특검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대해 내린 촌평이었다. 정말로 그랬다. 조준웅 특검은 김 변호사의 이야기대로 진실을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기소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을 받았다.

13일 사법부는 롯데 총수 신동빈 회장을 구속했다.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공범자에게 제공한 뇌물 총액은 70억 원. 그렇다면 비교해보자. 70억 원의 뇌물을 주고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 회장의 형량도 결코 충분지 않지만, 지금부터 확인할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비자금 사건이 신 회장의 뇌물 7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 가벼운 죄였는지를 말이다.

더 황당한 것은 조준웅 특검이 이건희에게 준 것이 면죄부만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이건희는 비자금 계좌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재산을 모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그렇다면 그것은 범죄 수익으로 봐야 했다. 그런데 특검은 그 범죄 수익을 모두 ‘이건희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인정해버렸다.

이건희는 지금도 당시의 차명계좌를 통해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또 다른 촌철살인, “특검 수사 결과는 도둑에게 장물을 선사한 격”이라는 표현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한 가지만으로도 중형이 가능했던 범죄가 무려 일곱 개

“삼성 비자금 사건이 무엇인지 기억하느냐?”라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 답은 매우 다양하게 나온다. 사건의 이름 그대로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 아니냐?”고 답하는 이도 있고, “삼성이 떡값 로비 등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에 로비를 벌인 사건”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

“삼성그룹 3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드러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편법 승계가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와 비자금을 축적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 사건으로 노회찬이 국회의원 직을 잃은 것 아니냐?”며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떡값 검사 실명 공개 사건을 연관시키는 이도 있다.

기자들 앞에 선 김용철 변호사
기자들 앞에 선 김용철 변호사ⓒ민중의소리

놀라운 사실은 이런 기억 모두가 ‘삼성 비자금 사건’이라는 이름 아래 다 엮여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중앙일보 위장 계열 분리, 서울통신기술의 편법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사건, e삼성의 변칙 지분 거래 등 사람들 기억에 잘 남아있지 않는 세세한 사건까지 ‘삼성 비자금 사건’이라는 이름 아래 다뤄진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한 기업이 저지른 가장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비리와 편법의 백화점’ 같은 사건이었다.

사건을 맡은 특검은 이건희와 삼성의 혐의를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사건 △삼성의 정관계 로비 △미술품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및 탈세 △e삼성 및 서울통신기술 사건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명의 차명 의심 계좌 추적 및 조세 포탈 △삼성 비자금의 2002년 대선자금 제공 의혹 등이 그것이었다.

이 중 삼성SDS 사건의 경우 검찰은 애초부터 무려 6번을 불기소하며 이재용의 투자를 정당화하려 애썼다. 반면 특별검사 조준웅은 “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에 대해서 이건희 등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물론 구속 기소는 아니고 불구속 기소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 대해 2009년 5월 29일 무죄를 선고하며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모든 편법을 정당화했다. 삼성SDS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2009년 8월 배임과 조세포탈죄를 적용해 이건희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형을 선고했다. 이것도 고작 집행유예였고, 이마저도 이명박의 사면으로 이건희는 면죄부를 받았다.

어떤 눈을 가져야 이 모두가 “혐의 없음”으로 보이나?

법조계에 떡값을 뿌렸다는 혐의에 대해 특검은 “삼성은 물론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한결같이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수사 자체를 덮었다. 그러면 삼성이나 받은 검사들이 “당연하죠. 내가 떡값을 줬습니다” “아무렴요. 제가 떡값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자백할 줄 알았다는 이야기인가?

그들이 의혹을 부인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김용철 변호사가 제시한 다양한 증거를 토대로 의혹을 밝히는 것이 특검의 임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특검은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수사 자체를 포기했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고가의 미술품을 이용해 삼성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은 “이건희 부부나 삼성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특검은 삼성그룹 임원 9명 명의의 차명계좌에서 미술품 구입처인 갤러리로 140억 원이 흘러들어간 것을 밝혀냈지만, 그 돈의 출처가 어디였는지는 정작 밝히지 못했다. 차명계좌에서 갤러리로 140억 원이 넘어갔는데,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결론에 누가 설득될 수 있을까?

2000년 이재용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뒤 입은 손실을 삼성 계열사들이 메웠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재용은 당시 패기만만하게 e삼성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업을 홀라당 말아먹었다. 그리고 그 손실은 모두 삼성 계열사들이 나눠 부담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도 특검은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가 이에 항고하자, 1주일 뒤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역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건희의 차명계좌에 관한 수사도 진행됐다. 특검은 삼성 전략기획실이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를 빌려 별도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자료를 확보했다. 이건희의 차명계좌도 1000개나 넘게 발견했다. 차명으로 관리했던 돈의 규모는 4조 5000억 원, 탈루한 세금 규모는 1128억 원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이마저도 불구속 기소로 가볍게 처리했다.

이건희 홍라희 부부
이건희 홍라희 부부ⓒ뉴시스

삼성이 2002년 이회창 캠프를 도우면서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검은 “삼성그룹이 제공했던 대선자금이 비자금에서 제공됐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덮었다. 그렇다면 이회창 캠프로 흘러들어간 300억 원이 넘는 돈은 어디서 나왔는지 특검은 밝혀야 했다.

하지만 특검은 “비자금에서 나온 것은 아닌데,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수사를 마쳤다. 특검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 의지가 조금도 없었다. 2002년 삼성 비자금의 출처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고 말았다.

차명계좌는 더 많았고, 이건희는 그 돈을 갖고 튀었다

2008년 당시 이건희는 특검의 불구속 기소에 감지덕지했는지 비자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차명계좌는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할 것이며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쓰자고 했다”고 발표했다.

뒷간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기분이 다른 법이다. 뒷간에 들어갈 때 이건희는 비자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덜컥 약속했지만, 정작 사면을 받고 뒷간에서 나오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지난해 말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건희는 차명계좌에 있는 돈을 모조리 현금으로 인출했다. 그리고 그 돈을 성매매 장소인 빌라 전세금이나, 집 인테리어 공사 대검으로 펑펑 썼다.

이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조준웅 특검이 밝혀내지 못했던 이건희의 차명계좌가 지금도 속속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차명계좌가 드러난다. 지금까지 밝혀진 차명계좌 숫자만 해도 1500여 개에 이른다.

이건희는 사회 환원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더 많은 비자금계좌를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조준웅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 말처럼 장물을 도둑의 재산이라고 인정해 주고 말았다. 이렇게 역사 속에서 진실은 난도질을 당했고, 삼성은 여전히 나라를 ‘삼성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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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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