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되풀이되는 해외자본의 ‘먹튀’, 매번 두고만 볼 건가

한국GM이 군산 공장을 5월 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5월 말까지 군산 공장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계약직을 포함한 직원 2천명에 대한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GM의 이번 처사는 말 그대로 노동자를 볼모로 한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이다.

공장폐쇄 결정의 이유로 GM은 경영 실적 악화를 들고 있다. 하지만 GM의 재무현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 한국GM이 미국 본사에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내는 등, 자기들끼리 ‘고리대금' 장사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매출원가나 부채를 과다 계상하고 매년 수백억원의 업무지원비를 지불하며 이익몰아주기를 했다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GM은 그동안 이런 의혹에 대한 자료공개조차 거부해왔고, 최근 금융위원회는이에 대한 특별감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GM이 우리 정부의 지원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이번 폐쇄 결정은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할 때 약속한 15년 경영권 유지가 끝나자마자 나왔다. 철수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인 KDB산업은행의 거부권도 지난해 10월 만료됐다. 우리 쪽에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상황을 이용해 기다렸다는 듯이 공장폐쇄를 발표한 것이다. 이들은 오는 2월말까지 정부가 신규 대출이나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예 철수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GM의 이 같은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GM은 호주나 캐나다 등 자신들이 진출한 나라에서 공장 유지를 조건으로 정부 지원금을 요구하고,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장폐쇄를 선언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무능한 경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잇속만 챙기고, 정부 지원을 비롯한 온갖 특혜를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으면 철수해버린다는 점에서 이번 GM의 공장폐쇄 결정은 해외자본 ‘먹튀’의 전형적인 행태다. 무책임하고 몰염치하다. 아무리 사기업이라지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산업정책과 고용정책 차원에서 GM 문제를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적극적인 실업 대책도 시급하다.

쌍용차 ‘먹튀’ 논란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을 택하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졌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뾰족한 통제 수단과 대책이 없다. 이번 GM사태도 자칫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기업 인수 등과 같은 외국인투자시 그 적정성을 심사하고, 투자에 따른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전가하지 않도록 최소한 구조조정 단계에서라도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정리해고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해외자본 ‘먹튀’의 망령이 다시 어른거리지 않도록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