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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편의점 알바생’이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사연 “우리도 정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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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출마한 편의점 알바생 임승헌 씨
지방선거 출마한 편의점 알바생 임승헌 씨ⓒ임승헌 씨 제공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이 서울 신촌 시내에서 마이크를 잡고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스스로도 "지방선거 후보로 나간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며 쑥쓰럽게 웃던 그는 편의점 알바 2년차의 27살 청년 임승헌 씨. 임 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중당 소속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당선 가능성을 묻는 말에 한참을 고민하다, 다시 '당선 가능성이요?'라고 되묻고 그 뒤로도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래도 "편의점 알바생도 정치할 수 있습니다"라며 "정치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만큼은 당찼다. 알바하면서 한푼 두푼 모아 마련한 적금도 깨겠다는 임 씨. 머릿속을 맴돌던 '대체 왜'라는 질문의 답은 인터뷰가 끝난 뒤 찾을 수 있었다.

불합리함의 연속이었던 편의점 알바 생활
그러다 문득 "왜"라는 생각에 다다르다

임승헌 씨의 지방선거 출사표 영상
임승헌 씨의 지방선거 출사표 영상ⓒ임승헌 씨 출사표 영상 캡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황당한 일을 자주 겪게 된다. 임승헌 씨도 마찬가지였다. 편의점 오픈을 맡았던 임 씨가 늦잠을 자면서 1시간 지각했던 어느 날. 점장은 임 씨를 보자마자 "1시간 지각했으니 시급을 깎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이제 너 때문에 1시간 동안 물건을 못 팔았으니 10만원~20만원 정도만 내면 될 것 같은데, 너 생각해서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거야"

점장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던 임 씨는 당연히 반발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 "그래? 그럼 너 아닌 다른 사람 쓰면 되지. 6시에 열어야 할 편의점이 7시에 열면 손님들이 얼마나 문제라고 생각하겠냐"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그날의 '충돌'이 있은 뒤 점장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러나 임 씨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손님들이 임 씨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카운터 한 켠에 잠시 앉아있던 임 씨를 본 손님은 다짜고짜 "정신머리", "가정교육" 운운하며 몰아붙였다. 얼굴 표정이나 외모 가지고 훈수를 두는 손님들도 부지기수였다. 임 씨는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며 저 손님이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속으로 삭였다.

최저시급은 물론이고, 각종 수당도 받을 수 없는 편의점 알바생들의 현실. 알바생들은 점장이나 손님들의 무례한 태도에도 번번한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지'라며 체념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이 알바생들의 고충을 몸소 체험하겠다며 편의점 조끼를 입고 '알바 체험'을 해도 나아진 건 없었다. 임 씨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편의점 알바를 하던 친한 형과 함께 서울시내 편의점들을 무작정 찾아갔다.

"처음에는 다른 편의점 알바들도 우리랑 똑같은지 궁금한 거에요. 노동법도 제대로 안 지키는데 왜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있는지도 궁금했구요. 친한 형이랑 둘이서 서울에 있는 편의점 300~400곳 정도 가봤는데, 다들 '편의점이 원래 다 그래', '사장님도 힘들겠지'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대부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상태인 것 같았어요."

기성 정치인에게 '호소'하는 대신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민중당 서울시당 청년후보 10명이 출마선언을 하는 모습. 임승헌 씨는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위치해있다.
민중당 서울시당 청년후보 10명이 출마선언을 하는 모습. 임승헌 씨는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위치해있다.ⓒ임승헌 씨 제공

그때까지만 해도 임 씨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그보다는 단순히 자신이 편의점 알바생으로서 느꼈던 억울한 감정을 함께 나눠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러나 임 씨는 '어차피 우리가 반발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우리에게도 말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고 털어놨다.

"왜 이렇게 부당한 현실에 적응하면서 살까 생각해봤더니 한 번도 말할 수 있는 권력이 주어지지 않았던 거에요. 말해봤자 짤리거나 문제 있는 알바생이라고 취급받았던 거죠. 그런데 '유능한 정치인은 민중'이라는 말을 듣고, '편의점 알바생인 나도 유능한 정치인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을 바꿨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출마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어요."

물론, 임 씨 역시 편의점 알바생도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그것도 유능한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임 씨는 여태까지 정치인을 "좋은 대학 나와서 돈도 많이 벌고, 인지도도 좀 있고,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은 분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임 씨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알바하는 청년들과 만나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깨달았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장 정책실장은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꼽히지만, 청년들의 현실을 이해하기엔 부족했다는 것이 임 씨의 설명이었다.

임 씨가 기억하는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장 실장은 "4대보험 적용 받느냐"고 물었고, 청년 알바생들은 반은 적용받고 반은 적용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 실장은 "4대 보험 들고 싶지 않느냐"고 질문했고, 청년 알바생들은 "4대보험은 잘 모르겠지만 들면 좋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장님이 안 들어준다"고 말했다. 다시 장 실장은 "사장님한테 왜 들어달라고 얘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답답한 대화만 오고가자 임 씨는 실제로 청년 알바생들이 처한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기성 정치인들에게 우리들이 처한 현실을 바꿔 달라고 호소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는 편의점 알바생들이 하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알거든요. 그런데 기성의 정치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편의점 알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전혀 와닿지도 않고, 알아듣지도 못할 것 같아요. 돈 많고, 학벌 좋고, 사회에서 한 자리씩 했던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고민을 가치 있다고 생각할까요? 제가 출마하면서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고,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기성 정치인들에게도 본때를 보여주려구요."

우리는 모두 유능한 정치인
"편의점 알바도 정치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직접 정치할 때"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편의점 알바생 임승헌 씨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편의점 알바생 임승헌 씨ⓒ임승헌 씨 제공

임 씨가 공약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조금 독특하다. 임 씨는 직접 알바생들을 찾아가 어떤 점이 힘든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묻고 그 답변을 구체화해서 정책으로 만들 계획이다. 임 씨는 이렇게 되면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모든 이들도 바로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알바하는 청년들을 만나고 있어요. 어떤게 제일 힘든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그 속에서 정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야기 나누었던 사람들도 유능한 정치인이 되는 것이겠죠."

'당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자 임 씨는 한참 후에나 입을 뗐다.

"사실 당선 가능성을 생각 안 해봤네요. 저는 그저 한 번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기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자기를 위한 투표를 하면 세상이 빨리 바뀔 것 같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뿐이에요."

그동안 '기성 정치와는 다르다'고 자처했던 젊은 정치인들은 어느덧 '여의도 문법'에 익숙한 정치인으로 변했다. 누군가는 바뀐 모습을 보며 '그럼 그렇지'라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었고, 누군가는 '이제 정치인이 다 됐다'며 치켜세우는 이들도 있다. 그가 되려는 정치인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말로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정치인들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조차 안 하는 것 같아요. 자기 말만 하기 바쁘잖아요. 같이 공감하고 서로의 입장을 고민해보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임 씨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소설을 통해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 대학 전공도 국어국문과로 택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엿한 지방선거 출마자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일주일 동안 고민을 거듭해 직접 출마선언문을 적어갔다. 그의 출마선언문에는 1년 10개월간 편의점 알바를 하며 느꼈던 소회와 함께 편의점 알바생이 '정치판'에 뛰어들 수밖에 없던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영상:편의점 알바 노동자 임승헌 후보가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

"편의점 알바의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원합니다. 기성권력에게 바꿔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찾아가서 우리의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대안을 논의하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성 정치판을 우리를 위한 정치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편의점 알바가 하는 직접 정치만이 편의점 알바의 현실을 바꿀 수 있습니다. 편의점 알바도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정치할 때입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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