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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인터뷰] 원톱 주연의 무게를 견디고 배우로 우뚝 선 ‘그사이’ 이준호 ①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사진 제공 = JYP 엔터테인먼트

‘괄목상대(刮目相對)’, 상대방의 실력이나 재주가 부쩍 늘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사자성어다.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이하, 그사이)’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준 이준호에게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이준호는 2013년 영화 ‘감시자들’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 이후 두 편의 영화(‘협녀, 칼의 기억’, ‘스물’)와 두 편의 드라마(‘기억’, ‘김과장)를 찍으며 연기자로 차근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2017년 KBS드라마 ‘김과장’의 서율 역할로 코믹 연기, 악역 연기까지 소화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이 역할로 2017 KBS 연기대상 중편드라마부문 남자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때까지 이준호가 보여준 것은 ‘가능성’이었다.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단독 주연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복잡하고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해 낼 수 있을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이 가능성을 현실에서 빛나게 해 준 작품이 바로 ‘그 사이’다. 이준호는 대형사고가 준 고통과 상처를 딛고 일어나 삶과 사랑을 일궈가는 청춘 ‘강두’를 맡아 원톱 주연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냈다.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한 그는 어떤 마음일까. ‘그사이’가 종영하고 준호를 만나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사진 제공 = JYP 엔터테인먼트

2월 첫 주의 어느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준호와 마주 앉았다. 검은 재킷을 입고 자연스런 모습으로 등장한 그에겐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졌다.

드라마를 마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부터 물어봤다.

“작품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왠지 다시 촬영하러 가야할 것 같네요. ‘김과장’ 때는 쉽게 빨리 역할에서 벗어났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잘 안 되네요. 제가 일본 콘서트 투어를 진행해서, 촬영을 끝내고 곧장 그리로 가서 그런가 봐요. 벗어나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종방연 하고 마지막 편 보고 그제야 실감하긴 했는데, 그런데도 뭔가 안 끝난 것 같아요.”

그의 표정에선 뭔가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번엔 드라마 끝나고 그 여운을 즐기고 싶네요.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서 드라마에 대한 반응, 팬들이 올려주는 반응을 봤어요. 드라마 보신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쉽게 못 보낼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저하고 비슷하죠. 신기한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이준호의 답변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사이’는 쉽게 떨쳐내기 어려운 깊은 감정을 담은 작품이었다. 인생을 뒤흔든 대형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남녀, 강두와 문수(원진아)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인 이들의 슬픔과 고통, 이를 견디려는 몸부림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사진 제공 = JYP 엔터테인먼트

‘그사이’가 남다른 것은 이 점 뿐만이 아니다. 부실공사로 인한 대형 참사 외에도 빈곤 계층, 의료 사각지대, 재혼-이혼 가정, 불법 대부업체, 장애인에 대한 차별, 고독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드라마에 녹여냈다. 주인공 ‘강두’는 가장이던 아버지가 죽자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다. 여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쓰고,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여관 달세방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사회성 짙은 드라마 ‘그사이’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준호는 물 흐르듯 그 의미를 짚었다.

“처음부터 메시지를 담고 출발한 작품이었어요. 사회적 슬픔, 지난 아픔에 대한 걸 잊지 말자는 게 이 드라마의 메시지죠. 이 드라마에서 멜로는 곁들여지는 것에 불과하죠.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잊지 말자’라고 봐야 해요.”

고개를 끄덕였더니 한 마디 더 덧붙여주었다.

“우리 드라마가 흘러가듯 볼 수 없는 드라마죠. 볼 거면 앉아서 각 잡고 봐야 한 달까요. 이런 드라마를 요즘 찾아볼 수 없죠. 방송국(JTBC)에서 이런 취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셔서 시청률에 크게 신경 안 쓰고 작품을 오롯이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시청자들이 가슴 아파하시고, ‘강두가 죽으면 안 될 텐데…….’ 하며 같이 스트레스 받으시는 게 전 좋은 반응 같아요. 모든 드라마가 다 통쾌하고 재밌을 필요는 없잖아요.”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사진 제공 =JYP 엔터테인먼트

묵직하고 의미 있는 작품의 주인공을 맡고 나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부담감은 오히려 없었고요. 설렜죠.”

의외의 대답을 하며 미소를 짓기에 눈을 마주쳤더니 조금 더 설명을 해주었다.

“‘김과장’을 마치고 서율 역할과 최대한 다른 인물을 하고 싶었어요. 서율과 강두가 극과극의 상황에 놓여 있다보니 시작부터 더 애정이 갔어요. ‘그사이’의 특성과 메시지가 너무 좋았죠. 제가 처음에 대본을 4부까지 받았는데,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김과장’을 하고 운 좋게 주연으로 이런 작품을 할 기회가 주어져 기뻤죠.”

‘강두’는 연기자가 소화해내기에 호락호락한 캐릭터가 아니다. 사고 후 다리를 다쳐 걸핏하면 통증에 시달리고, 종종 트라우마 증상도 겪는다. 극 초반엔 주먹질도 일삼고 공사장에서 떨어지고 구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역할을 소화해 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트라우마 가진 인물을 어떻게 해야 잘 이해하고 연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오롯이 그 인물이 되어야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그 정도의 아픔을 겪어본 적은 없으니, 그런 분들께 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했는지 궁금했다

“저를 혼자 가뒀어요. 방에 박혀서 밖도 안 보고 밥도 안 먹었어요. 1일 1식을 했고요. 그것도 숙소에서 닭가슴살, 계란, 참기름 한 숟갈, 간장 한 숟갈로 대신했죠. 배고프게 있으면서 저를 계속 괴롭혔어요. 그랬더니 우울해지고 힘들어지고 살도 빠지더라고요. 저만의 방식으로 연기한 건데 표현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연기를 위해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인 준호의 근성이 느껴졌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고 했는데, 그는 주연으로 우뚝 서기 위해 고통을 견뎌냈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사진 제공 = JYP 엔터테인먼트

촬영 동안 머리도 많이 빠지고 흰 코털도 났다고 애교 있게 하소연 해 한바탕 같이 웃었다. 힘든 촬영 현장에서 그를 버티게 해 준 것은 무엇일까. 함께 촬영한 배우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준호는 말했다.

“이기우 형(서주원 역)하고는 ‘기억’ 때 같이했는데 서로 반대 입장이어서 같이 촬영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꼭 다음 작품 같이 하자고, 다음에는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 했는데 이렇게 금방 이어졌어요. ‘그사이’에 출연한다는 이야기 듣고, 곧장 전화 걸어서 ‘드디어 같이 하게 됐네’ 하고 이야기를 나눴죠. 형이 오면 너무 마음이 편하고 좋았어요. 기우 형이 오면 막 달려가서 쏙 안기기도 했죠.”

“김강현(상만 역)형 하고도 웃긴 스토리가 있었죠. 극중에서 제가 형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강현이 형(42)이 나이가 많거든요. 촬영 중엔 평상시에도 저를 ‘형’으로 불러서 제가 ‘형이 형이라고 하니까 이상해요’ 그랬어요. 5개월 동안 연기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동생한테 형이라고 불러주셔서 감사했죠. 나중에 놀랐던 게 강현이 형이 제일 형이었어요. 태인호 형(39)도 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동생으로 대하는 역할을 해서 죄송했지만 재밌었어요.”

“촬영동안 혼자서 너무 힘들고 외로웠거든요. 형님들이 오시면 그 순간만큼은 다 잊을 수 있었어요. 정말 편하게 해주셨어요. 현장 분위기 메이커는 그 두 분이 다 해주셨죠.”

“한나 누나(유진 역)도 재밌고 좋았어요. 둘이 항구 앞에 앉아서 술 먹는 장면 찍는 날이 정말 추운 날이었거든요. 둘 다 귀보시면 정말 빨개요. 추위 속에서 7시간을 찍고 있었어요. 둘을 문수가 멀리서 보고 가는 장면엔 대사도 없고 추워서 입도 알 떨어져서 힘들어 하고 있는데 한나 누나가 갑자기 ‘이 날씨 실화냐’ 이러는 거예요. 빵 터져서 생기가 돌아왔죠. 겉보기와는 다르게 진짜 밝고 너무 재밌는 분이었어요.”

‘그사이’에서는 강두와 약장수 할머니(나문희) 사이의 우정도 많이 주목을 받았다. 대선배인 나문희 배우와의 촬영은 어땠는지 물었다. 대선배 이야기를 묻자마자 준호는 감탄으로 시작했다.

“나문희 선생님은 세련되시고 감각이 너무 대단하세요. 소녀 같으신 부분이 선생님을 더 빛나게 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오시면 촬영현장이 일사불란하게 빠릿빠릿하게 진행됐죠.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촬영 오실 때마다 상을 받아오셔서, 저도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겸 가수(2PM) 이준호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2018.02.01ⓒ사진 제공 = JYP 엔터테인먼트

연기적으로도 큰 가르침을 얻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선생님이 저한테 ‘틀에 박힌 연기를 하면 절대 안 된다. 생각하지 못한 걸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감사했고, 그런 말들이 마음에 와 닿았죠. 제가 연기하며 생각하고 있던 것이라, 제 마음을 읽으신 것 같아서 놀라기도 했어요.”

“선생님의 내공이 제 안의 생각지 못한 능력까지 끌어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다른 배우와 연기할 때 누군가 끌어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요.”

준호의 상대 역은 원진아(문수 역)라는 신인 배우였다. 첫 주연을 맡은 작품에서 신인 배우가 상대역인 점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저는 신인이라는 게 신선해서 좋았어요. 저 배우한테 어떤 매력, 어떤 모습이 있을지가 궁금했어요. 어떤 문수가 될지 너무 많은 상상이 되더라고요. 내가 아는 이미지가 없으니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더라고요. SNS 들어가서 이 친구를 계속 봤어요. 첫 촬영이 기다려지더라고요.”

함께 촬영하며 준호가 본 원진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했다.

“신인다웠죠. 기운 좋고 싹싹하고 촬영장에서 ‘안녕하십니까!’ 인사도 잘하고요. 신인이 자기 자신을 주연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대단한 행운이거든요. 저도 그렇고요. 처음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니 에너지가 빛을 발한 것 같아요. 김진원 감독님도 JTBC에 오셔서 첫 연출하신 작품이었거든요. 진아씨도 그런 느낌에 큰 몫을 했죠.”

“진아는 작고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친구죠. 이야기 나눠보면 되게 털털하고 가식 없는 점은 반전 매력이고요. 작지만 단단한 속을 가진 친구였어요.”

인터뷰 시간이 어느덧 중반을 넘었다. ‘그사이’를 마치며 스스로의 성장을 느끼는지 물었다.

“아직까지는 모르겠어요. 아직 작품에서 못 나왔거든요. 객관적으로 볼 시각이 안 갖춰졌어요. 시간을 내서 드라마를 찬찬히 정주행하며 다시 생각해보려고요.”

멋쩍게 웃던 준호는 또렷한 눈빛으로 조금 덧붙였다.

“또 한 번 배운 건 있어요. 타이틀롤을 맡은 주연 배우는 극을 이끌어가는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김과장’하면서 남궁민 형을 보며 느꼈는데, 대단한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몸도 아프면 안되더라고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걸 느꼈는데, 그걸 다시 깨달았죠. 어떤 상황에서도 극을 이끌어야 하더라고요. 저도 어떻게든 그렇게 해보고 싶어 노력했어요.”

배우 이준호 인터뷰 이어집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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