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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금메달보다 값진 첫 골” 환호와 눈물 교차한 남북단일팀의 일본전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에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이 첫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 하고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에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이 첫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 하고 있다.ⓒ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금메달보다 값진 첫 골. 남북 선수들은 골문을 통과한 첫 득점에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14일 남북 단일팀은 일본을 상대로 1대 4로 패배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최선을 다한 경기에 관동 아이스하키장에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함성 속에 수천여개의 한반도기는 물결쳤다.

남북 단일팀의 경기를 앞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경기에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오전 9시부터 매표소 인근에서 100명 이상 줄을 서서 현장 판매 표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4시 40분 경기를 보기 위해 시민들은 1시간 30분 전부터 입장하기 시작됐다.

6.15 남측공동위원회 소속 회원들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든 약 5000여개의 단일기를 경기장 밖에서 배포했다. 강풍에 흙과 먼지가 날아오는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은 줄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단일기를 흔들었고, 남북공동응원단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응원전을 준비했다.

경기장 가득 물결친 5천여개의 한반도 단일기 “코리아 힘내라”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에 양팀 선수들이 혼전을 펼치고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에 양팀 선수들이 혼전을 펼치고 있다.ⓒ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탁 탁 탁' 아이스하키 채가 거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날 남북단일팀의 일본전은 졌지만 짜릿하면서 숨 막히는 경기였다. 단일팀 선수들은 온몸으로 부딪치고 미끄러지고 버텼다. 관객들은 사력을 다하는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경기 모습에 “코리아 잘한다”고 목청껏 외쳤다. 선수들은 일본의 촘촘한 수비에도 공격권을 잡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경기 초반 일본의 연이은 득점에 관중들은 단일기를 힘차게 흔들며 “괜찮아”, “힘내라" 구호를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은 공을 놓지 않기 위해 경기장 벽에 부딪치며 온몸으로 상대방 선수들의 수비를 막아냈다. 선수들은 역습을 이용했고, 일본 골대를 향해 달려오는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모습에 응원이 거세졌다. 남북 단일팀의 공이 상대편 골문에서 아슬아슬하게 빗나가자,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나왔고, 이내 ”힘내라“라고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관객들 사이로 눈을 떼지 못하고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남북 단일팀 박종아 선수의 고모인 박정숙(54)씨는 눈물을 고인 채 “남북 단일팀이 연습을 한 지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고 있는 상황이 고맙고 뭉클하다”며 “최선을 다한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종아 선수의 조카는 “코리아 파이팅”이라는 문구에 한반도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함께 응원했다.

역사적인 ‘첫 골’에 하나된 남과 북
눈물과 환호로 가득찬 경기장 “다시 만나요”

14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여자 예선 3차전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 남북 단일팀이 경기를 마친후 남북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02.14.
14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여자 예선 3차전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 남북 단일팀이 경기를 마친후 남북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02.14.ⓒ뉴시스

남북 단일팀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센 일본에게 두골을 먼저 허용했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상대편 진영을 위협했고, 2피리어드 9분 31초 상대방의 골문이 흔들렸다. 단일팀 선수인 희수 그리핀이 첫 골을 터트린 것이다. 관객들은 선수들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 “실제로 보니 재밌다”, “보러 오길 잘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하러 온 평창 용전 중학교 2학년 김소희(15) 학생은 “금메달보다 값진 감격스러운 첫 골”이라며 “남북이 함께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통일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선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일본이 거센 공격에도 단일팀 선수들은 골문 앞에서 서로 공을 막기 위해 몸을 던져 뒤엉키기도 했다. 단일팀 선수들의 고군분투 속에서 아쉽게도 일본에 두 골을 내어주기도 했다. 마지막 피리어드에서 1대 4로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객들은 “힘내라”를 연호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손주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인복자(70)씨 "한 골 넣었을 때 정말 기뻤는데 연달아 골을 먹어서 정말 아쉬웠다"며 "단일팀이 정말 열심히 하는데 골이 안들어가서 안타까웠고, 넘어졌는데도 끝까지 하려고 하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에는 “손에 손 잡고” 노래가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고생한 선수들을 위한 빙판 위에 곰인형을 던졌다. 관객들은 2시간여 빙판을 누비며 치열하게 경기를 펼친 단일팀 선수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계속 외쳤다. 이에 화답하듯 북한 응원단은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를 부른 후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떠났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에 북한 응원단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에 북한 응원단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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