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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순실 20년 선고에서도 여전히 성역으로 남은 삼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최순실 씨에게 20년 형을 선고했다. 중형임에 틀림없지만 최씨가 저지른 범죄에 비해서 결코 무겁다고 할 수 없는 형량이다. 최씨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를 만신창이로 만든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이다.

재판부는 최 씨에 대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악용해서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뜯은 것도 유죄이고, 삼성으로부터 딸 정유라에게 말을 제공하도록 한 것도 뇌물죄로 봤다.

재판부는 최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공모관계도 인정했다. 국정농단 자체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로 이루어진 범죄이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또한도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촛불혁명이 살아 있는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고 비로소 그들이 지은 죄를 단죄할 기회를 만들었다. 적폐청산은 촛불혁명 이후 가장 여론의 지지를 받는 국가과제로 떠올랐다. 적폐청산은 전방위적으로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현이며, 동시에 이번에야말로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촛불광장에서 도출된 공감대이기도 하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법정에 세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국민적 요구인 적폐청산만은 이번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최순실 씨에 대한 20년 형은 한참 부족하다.

앞서 특검은 최 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문제는 줄어든 5년의 의미이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유독 ‘삼성’과 연관된 핵심 혐의에 대해서는 상식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최 씨에 대한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삼성과 정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로인해서 제3자 뇌물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 씨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특검의 기소내용과 비교해서 크게 준 것은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두 재판부가 모두 불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언급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개입한 삼성 관련 현안들이 “승계작업을 위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삼성의 여러 계열사가 동원된 상장, 합병, 매각 등 일련의 과정을 세상이 모두 경영권 승계 과정이라고 보고 있는데 유독 재판부만 눈을 감아버렸다.

롯데 신동빈 회장의 실형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라는 차이도 상식적이지 않다.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이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재단에 돈을 냈다고 하면서도 면세점 특혜 등 부정한 청탁을 바라고 지원했다는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상식적으로 삼성이 롯데보다 힘이 약해서 이재용 부회장은 권력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이래서는 뿌리를 잘라낼 수 없다. 적폐청산에도 성역이 존재하고 더군다나 그것이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의 힘 때문이라면 대통령마저 끌어내린 촛불혁명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역사정의는 반쪽짜리가 되고 사법부가 국민보다 삼성의 눈치를 더 본다는 의혹만 확산될 뿐이다. 그렇게 해서는 이미 한 번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이 달래질 수 없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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